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이후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기까지 11일은 대한민국의 시선이 국회로 쏠려 있었다.
뒤돌아보면 긴박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그런 가운데 평정심을 유지하며 국민의 신뢰를 얻은 인물이 있는가 하면 냉철한 판단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내려놔야 하는 인물도 있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3일 계엄령이 선포되고 국회 출입문이 봉쇄되자 굳게 잠긴 국회 철문을 넘었다.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부수고 밀려들어오는 상황에서 우 의장은 흥분한 국회의원들을 진정시키고 “이럴수록 절차를 지켜야 한다”면서 차분하게 자리를 지켰다. 결국 재석의원 190명의 계엄 무효 찬성 표를 확인한 후 계엄 무효를 선언하는 의사봉을 두드렸다.
우원식 의장은 혹시라도 2차 계엄령이 발효될까 봐 국회를 지켰다. 우의장은 탄핵소추안 표결이 있는 7일과 14일 같은 넥타이를 매고 나왔다. 중요한 결정을 하는 날 매는 넥타이다. 형님으로 모시던 민주 열사 고 김근태 의원의 유품이다. 탄핵소추안이 204표의 찬성으로 가결되는 14일 우 의장은 녹색 넥타이는 빛을 냈다.
앞서 우 의장은 4일 계엄이 해제된 뒤 자신의 SN)에 “오랜만에 김근태 형님의 유품인 연두색 넥타이를 맸다. 이 넥타이는 제가 큰 결정을 해야 할 때 꼭 매던 것”이라며 “넥타이를 맬 때마다 속으로 ‘김근태 형님 꼭 도와주세요, 용기를 주세요’라고 부탁과 다짐을 하곤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탄핵 국면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은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제치며 정계 요직 개별 신뢰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반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을 맞았다. 어찌 보면 이번 탄핵소추 가결의 가장 큰 공로자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다.
한동훈 대표는 3일 공식 성명을 통해 “계엄령은 국민의 생명과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억압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입장을 냈다.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법치의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시도”로 규정하며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그의 냉철한 판단은 국민의힘 친한계 의원들이 참여하면서 4일 새벽 계엄령 무효투표에서 190표의 전원 찬성 표를 이끌어내는데 기여했다. 많은 국민들이 그의 신속하고 냉철한 판단력에 박수를 보낸 순간이었다.
다만 그는 4일 이후로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였다. 5일 한 대표는 국민의힘 최고위원 회의에선 “윤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을 바꾸었다.
7일 ‘당에 일임’ 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담화 발표 이후에 한덕수 총리와 만난 뒤에는 “총리와 당이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마치 윤 대통령의 권한을 자신과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소통하며 행사하겠다는 취지로 비쳤고 이는 즉각 국민의 반발했다. 대통령의 권한이 누구에게 일임할수 있는 것이 아닌 만큼 ‘한-한 담화문’은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
14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1인 시위 중인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에게 한동훈 대표는 자신이 하고 있던 붉은색 목도리를 둘러줬다.
김상욱 의원은 당시 상황에 대해 “(한 대표는) 눈에 눈물이 가득한 채로 ‘네 마음 안다’고 하면서 본인이 하고 있던 머플러를 저한테 해 주셨다”고 했다.
이날 오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204표의 찬성으로 가결되면서 아이러니컬하기도 한동훈 대표의 당내 영향력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마침내 16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당 대표직을 사퇴했다.
그가 국민의힘 당대표직에선 물러났지만 정치에서 은퇴를 하거나 대권까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를 떠나며 한 대표는 자신을 지지하는 ‘위드후니’ 팬카페 회원들에게 “여러분, 저를 지키려고 하지 말라. 제가 여러분을 지키겠다”, “포기하지 않겠다”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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