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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터뷰!) 디즈니플러스 ‘조명가게’의 김민하 배우를 만나다

디즈니+ 「조명가게」는 어두운 골목 끝을 밝히는 유일한 곳 ‘조명가게’에 어딘가 수상한 비밀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지난 12월 4일 4화 공개 시작으로 매주 2화씩 공개된 8부작 시리즈다. 배우로 입지를 다져온 김희원의 첫 연출 데뷔작으로 강풀 작가의 독보적인 이야기가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조명가게」의 선해 역을 맡은 김민하와 삼청동의 카페에서 만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해는 조용한 새집으로 이사한 작가지만 매일 들려오는 노랫소리와 정전이 반복되는 일상에 스트레스가 쌓여 있는 인물이다. 특히 싸게 들어가는 조건이라지만 잠겨 있는 방까지 있어 오싹한 기분을 감출 수 없다. 집 안팎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을 파헤치려는 가운데 그것의 정체와 자신의 상황을 자각하기에 이른다. 동성 연인과의 로맨스까지 담아야 해 쉽지 않았을 캐릭터였다.

김민하는 2016년 드라마 「그래, 그런거야」로 데뷔해 시리즈 「파친코」의 젊은 선자를 맡아 각인된 배우다. 시대와 나라를 관통하는 고난과 모성을 동시에 보여주며 전 세계인의 마음을 훔치는 데 성공했다. 시대극에 어울리는 인상이란 평가다. 이후 공개일 상 두 번째로 선보이는 차기작을 향한 관심이 뜨겁기 마련. 각기 다른 사연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11인의 캐릭터 중 성소수자 역할을 맡아 상상하지 못한 또 다른 모습을 선보여 화제다.

동성연인과 감정연기,
연애경험 바탕으로..

-「파친코」로 얼굴을 알린 후 두 번째로 선보이는 OTT 작품이다. 선자와 선해는 전형적인 캐릭터는 아니기 때문에 시대극 이후 현대극에 대한 부담이 있었겠다. 「조명가게」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고등학교 때 「조명가게」, 「마음의 소리」, 「진격의 거인」 등등 많이 봤다. 일주일에 하나씩 공개되는 에피소드를 손꼽아 기다렸었던 내가 10년 이 지나 역할을 받으니 신기하다. ‘이야기의 힘’을 느낀다. 결국 듣고 싶은 이야기는 돌고 돌아 다른 형태로 보여주기 마련이라는 거다. 오랫동안 사람들이 찾아보며 곱씹을 좋은 작품이었기 때문에 선택했었던 거다. OTT 플랫폼이 좋은 건 의문이 들면 다시 볼 수 있고, 재관람하면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인다는 거다.

부담보다는 그저 임무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결국 배우는 글로 느낀 상황과 감정을 상상으로 만들어 가는 사람이다.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 연기했다는 만족감이 높다. 특히 「조명가게」는 상상의 범위를 넘어 사후세계를 다루고 있지 않나. 연인 혜원이 백허그를 한다거나, 없는 존재를 상상했던 부분이 저에게는 일종의 챌린지였다. 공포물도 처음이다 보니, (연기 톤이) 과하지 않을까 고민도 컸다. 2화는 혼자 연기하는 장면이 많아서 혼자 잘하고 있나, 수시로 톤 조절에 신경 쓰면서 가닥을 잡아갔다”

-강풀 유니버스 합류를 축하한다. 김희원 감독과 작업해 본 소감이 어떤가.

“감독님은 전적으로 믿어주셨다. 배우 출신이라 가능했던 배려심이 전해졌다. 뭐 하나 어려움 없이 하고 싶은 대로, 놀이터에 온 것처럼 연기했었다. 거의 마지막에 혜원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골목을 울면서 조명가게를 향해 걷는 장면을 찍을 때가 떠오른다. 그 장면은 생활 연기가 아닌, 무거운 장면이라서 서로 마음의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나눈 시간이 소중했다. 생각보다 거리가 짧아서 감정을 안고 가기 힘든 동선이었다. 감독님이 직접 시연까지 보여주시며 괜찮냐고 물어보셨다. ‘저라면 걸어가면서 생각했겠고 도착해서도 결정 못 했을 거 같다. 한 번은 멈출 것 같다’고 이야기했었다. 또 망치로 부수거나, 못질하는 장면도 안전상 문제로 시범을 보여주셨다. 배우로서 효율적이었다”

-선해와 혜원 서사가 애틋함과 슬픈 감정을 자극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 유독 과몰입했던 서사가 궁금하다.

“초반에는 장르적 재미를 추구하는 호흡이 많다. 계속해서 물음표가 생기면서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하면서 보게 되더라.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후반에는 의문의 서사가 풀리면서 ‘나였다면 어땠을까’ 고민하면서 시청했다. 자연스레 나와 내 가족, 강아지, 고양이, 친구, 애인을 각별하게 떠올린 계기가 되었다. 각각 약간씩 과몰입 했었는데 형사의 눈이 돌아간다거나, 혜원의 다리가 길어지고 비틀거린다거나, 지웅의 다리가 돌아가면 내가 다 아프더라. (웃음) 지영과 현민의 서사는 너무 슬퍼서 직접 가서 알려주고 싶을 정도였다. 당시 강아지가 아파서 진료를 다니던 상황이라 강아지와 주인 서사도 너무 슬펐다”

-파친코에서는 어려움에도 모질게 삶을 살아가는 현실적인 인물이지만 조명가게에서는 삶보다 사랑을 택하는 로맨티시스트다. 죽음을 선택하는 선해를 이해할 수 있었는가.

“저라면 선해 같은 용기가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웃음) 연인의 곁을 선택했을 거 같다. 연기할 때도 고민이 많았다. 엄청난 선택을 무순 마음으로 한 건지, 생각해 보고 또 생각해 봤다. 아마 죄책감이 컸을 텐데 지금 생각해 봐도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다”

-본인과 싱크로율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나.

“가족이 보고 짜증 연기는 완전 성격 나왔다고 하더라. (웃음)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하니까 더 틱틱거리고, 어리광 부리는 거다. 욕심처럼 안되는데 욕심에 못 이겨서 화내는 선해의 심정이 이해되었다. 연인과 다투는 장면이 마지막 나누는 대화라 더 모질게 해야 했다. 그래야 이후 둘의 관계성이 확실하게 와닿기 때문인 거다. 평소에도 뒷일 생각 안 하고 가족에게 모질게 말할 때가 많다. 다음날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부분이 기억나서 더 마음이 아팠다”

-선해와 혜원(김선화)은 모녀처럼 보이는 연인 사이가 인상적이다. 특히 퀴어 멜로로 호평받고 있다. 둘 사이의 전사가 더 있었는지 궁금하다.

“한국에서 받아들여지기 힘든 서사지만 이런저런 부분이 잦은 싸움으로 연결되면서 폭발하게 되는 지점을 찾았다. 그 부분을 제외하고는 겹겹이 레이어를 더해 나갔다. 그 순간들을 종합해 봤을 때 공통된 감정을 쏟아냈고, 현장 가서는 즉흥적인 분위기, 감정을 더해 시도했다.

물론 과거 연애 경험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둘이 사귄 시기라든지, 어떤 이유로 잦은 다툼이 있었는지 선해의 일기장도 만들어 봤다. 소품으로 사진도 찍었는데 사진을 보면서도 많이 싸웠고, 그때마다 ‘선해가 날뛰었을까’를 상상해봤다. 특히 둘의 징표 같은 빨간 구두도 마찬가지다. 선해가 안 신으면 더 난리 쳤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경구 아저씨, 윤아 언니의
도움으로 데뷔

-작품 선택 시 무엇을 중점적으로 보는가.

“시나리오를 받으면 오히려 캐릭터에 간택당한 기분이다. 선해가 그랬다. 크게 목소리를 내지 않아도 본인만의 신념을 이끌어 나가는 인물에 호기심을 느끼는 거 같다. 각자 취향 차이인데 사랑이 많은 인물을 좋아하고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는 캐릭터에 끌린다”

-지금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내성적인 성향이 느껴진다. 차기작 드라마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의 희완은 파워 외향인 성향이라 연기하기 힘들었겠다.

“촬영 때 에너지를 발산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했다. 분명 희완 같은 에너지가 제 안에도 있긴 하겠지만 연기하고 나서는 (따뜻한 곳에 누워서) 충전해야 했다. (웃음) 코미디는 어려웠지만 재미있었다. 그 인물이 되어 있는 순간은 마치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같아 신난다. 혼자 고민스러운 부분을 감독, 동료 배우와 함께 찾아내는 과정이 재미있어서 포기하지 못하고 연기를 계속 하나 보다. 「조명가게」 찍을 때는 정적인 선해 역할이 좋았다. 다만 호러 장르는 처음이라 긴장을 많이 했었다. 몸이 굳어 있었는지 고개를 확 돌리다가 담이 오기도 했다. (웃음)”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하는 방법을 들려줄 수 있나.

“음.. 고민은 하나 계산하지 않는다. 현장에서 본능을 90% 따르는 편이다. 미술, 소품, 세트가 갖춰지면 영향을 받고 그 순간 집중하면 계산되지 않은 무언가가 나온다. 사전에 대본을 반복해서 읽으면서 분석해 나가는데, 그때마다 들었던 생각을 적는 편이다. 인간 김민하로부터 시작해서, 나라면 어땠을지 생각하고, 이미지 트레이닝 하면서 상상해 나간다”

-연기를 시작한 지 약 십 년 정도 되어간다. 그동안 포기하게 했던 순간과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학교 다닐 때와 비교하면 내외적 성장만큼 좌절도 많았다. ‘왜 안 될까’ 생각하면서 노력도 많이 했다. 수업 들었을 때도 매번 발표 준비하면서 뭐든 잘하고 싶었다. 연기를 시작할 때도 입시 준비할 때도 그 부분을 노력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연기 때려치워라’였다. 그때마다 오기가 생겨서 ‘내가 해내고야 만다’라고 다짐했었다. 징징거리고 짜증 내도 다 받아주던 부모님, 나 자신을 싫어했던 그 시간이 있어서 지금의 나를 아껴줄 수 있다. 오히려 20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연기를 그만두라는 말을 듣고 오기를 부리며 포기하지 않았던 건, 설경구 배우의 권유나 격려가 힘이 되지 않았을까.

“맞다. 경구 아저씨(어릴 적부터 가깝게 지내서 선배 보다 아저씨가 편한 호칭이 된 사이다) 아기랑 놀아주었던 모습을 잘 봐주셨던 것 같다. 연기를 하고 싶은데 영어 교수가 되길 원하는 엄마에게 차마 말 못 하고 발만 동동 구를 때 설득해 주셨다. 고2 때까지는 연기 쪽으로 갈 줄 생각도 못 했다. 모든 성적은 영문학과에 맞춰져 있다. 그때 아저씨가 부모님께 ‘(종사자로서) 재능 있다’던 설득이 큰 힘이 되었다.

다만 조건이 붙었는데 고3 7월 모의고사 때까지 목표 점수를 만들어 놓아야 했다. 혹시라도 늦게 시작해서 떨어질 경우를 대비해, 연기와 공부를 병행했었다. 막상 실기 학원을 가니 ‘연기 소질은 없는데 아직 늦지 않았으니 공부의 길을 가라’고 하더라. 뮤지컬 실기도 봐야 했었는데 뮤지컬 발성도 아니라는 말을 듣고 밤낮으로 연습했었다. 그때는 무식해서 스스로를 아껴가면서 해야 한다는 걸 몰랐다. 하고 싶은 걸 하니까 뭔지도 모르고 힘들어도 열정으로 버티던 시기였다”

-설경구 배우가 선배로서 들려준 조언이 있나.

“아저씨가 연기하라고 설득은 해주겠는데 공부는 계속해야 한다고 했고, 겉멋 부리지 말라고 말해주셨다. 연기 인생에 문을 열어 준 사람이고 가장 큰 도움이 된 사람이니 절대 손 벌리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파친코」 했을 때 처음 전화 온 사람이 아저씨였는데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좋은 소식 있었다며?’라며 운을 떼어 주셨다. 매번 떨어졌다는 소식만 전하다가 합격 소식을 전하게 되어 기뻤다. 재능을 마음껏 펼치라고 해주셨던 기억이다. 올해 부산에서 마리끌레화보 촬영으로 서로 화장하고 세팅하고 만났는데 평소 모습이 아니라서 어색했지만 벅차올랐다. (송) 윤아 언니랑 유튜브 찍을 때도 만감이 교차했다. ‘이런 날이 오는구나’ 싶었고 꿈만 같았다”

-인생, 혹은 배우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사실 어릴 때부터 혼잣말을 좋아했다. 그래서 애니메이션 성우가 꿈이었다. 목소리 하나로 상황도 설명하고 극을 이끌어 가는 게 신기하고 강력하다고 믿었다. 성우로서 맡아보고 싶은 캐릭터로는 「미녀와 야수」의 벨이나 「니모를 찾아서」의 도리 등등. 끝도 없이 많다. 물론 디즈니 성우를 제안 주시면 좋긴 하겠지만 아직 먼 길이다. 참 「파친코」도 영어 더빙을 제가 맡았는데 그 또한 챌린지였지만 의미 있었다.최종 목표, 꿈이라 하면은.. 무언가 꽂히면 불나방처럼 쏟아부어 버리는 성격이다. 생각해서 구체적인 계획을 심어 둔 건 아니다. 욜로처럼 살고도 싶지만, 궁극적으로는 이야기를 오래 전달하는 게 꿈이라면 꿈이겠다”

글: 장혜령
사진: 디즈니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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