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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좋아했던 남자 배우와 키스신 찍어 꿈을 이뤘다는 이 여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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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터뷰!) 영화 ‘청불이지만 동화입니다’의 박지현 배우를 만나다

영화 「동화지만 청불입니다」는 오직 동화 집필에 집중하기 위해 힘들게 공무원이 된 단비(박지현)가 우연히 황대표(성동일)와 얽히며 19금 웹소설을 쓰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동화 작가가 되는 길은 멀어 보였지만 어쩔 수 없이 쓰게 된 성인 로맨스에서 재능이 터지며 성장하게 된다.

박지현은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로 데뷔한 후 영화 「곤지암」으로 얼굴을 알려,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지나 「재벌집 막내 아들」, 「재벌 X형사」에 참여했다. 비슷한 캐릭터와 장르를 선보인 적 없을 정도의 이력이다. 청불 영화임에도 100만 관객을 동원하며 박지현의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던 「히든 페이스」 이후 또다시 청불 영화로 관객을 찾는다. 영화 속 ‘단비’는 순수한 영혼을 장착한 초긍정 공무원이다. 청초한 듯 보이나 욕망을 숨기고 있던 ‘미주’와는 상반된 캐릭터다.

박지현은 아이처럼 순수하지만 성인 로맨스 작가로 활동해야 하는 비밀스러운 공무원을 맡아 청순하고 귀여운 매력을 발산한다. 힘들게 공무원이 되었건만 하는 일이라고는 낮에는 하루 종일 불법 음란물을 보며 성관념의 혼란을 느끼고, 밤에는 시간을 쪼개 동화 작가의 꿈을 이루려고 애쓰다 보니 과부하가 걸려 버린 단비를 소화했다. 앞으로의 선택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다음은 배우 박지현과 1월 6일 삼청동의 카페에서 만나 작품에 관한 이야기, 앞으로의 계획 등을 묻고 답한 글이다.

거듭된 청불 작품 선택, 우연이다

-촬영과 공개 날짜의 차이가 있으나 「재벌집 막내아들」의 형수 ‘현민’ 이후 작품이 「히든 페이스」의 파격 노출이라 놀라웠다. 연이은 청불 등급 영화를 선보이게 되어 그 선택이 의아하게 보일 수 있다.

“처음 제목은 지금의 제목이 아니었다. 청불 작품은 맞는데 「동화지만 청불입니다」는 코미디 장르를 표방하다 보니 「히든 페이스」와 전혀 다른 장르라서 선택했다. 촬영 시기도 다르고 공개 일정도 제가 정할 수 없었던 거다. (청불이라 선택한 게 아니라) 단순한 우연이다. (웃음)

평소 코미디 연기의 갈증이 컸는데 코미디 대본이 올 줄 상상도 못해서 반가웠다. 감독님이 유튜브나 SNS에서 말하는 모습을 보셨다고 했고,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은 모습을 꺼내보고 싶다’고 하셨다. 저의 의도와 정확히 맞아떨어져서 시너지가 생기겠다고 확신했다. 다만, 부담이라면 처음 선보이는 코미디 연기였다. 막상 멍석을 깔아줬는데 못할까 걱정이지 전작의 부담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전작과 상반된 이미지의 기대감이 컸다”

-단비는 불법 음란물 단속이 주 업무인 청소년보호팀으로 발령받는다. 한편으로는 「동화지만 청불입니다」의 등급이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공통점도 있다. 작품 표현의 자유와 검열과 수위의 고민도 곱씹어 볼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심의나 검열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정치적이고 법적인 거라 민감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문화 콘텐츠는 모두가 보는 거라고 말하지만 미국처럼 ‘자율성을 줘야 한다’, ‘한국처럼 단속해야 한다’ 등 딱 잘라서 말 못 할 문제 같다. 다만, 국가 기관에서 나서 제재하는 역사적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동안은 여러 캐스트와 조화를 이루었다면 본격적인 원톱 주인공으로 서게 된 영화다. 흥행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리드해야 할 위치라 부담감이 따른다.

“어떤 작품이든 마음가짐은 똑같다. 다만 처음 경험해 봐서인지 뭐가 뭔지 어리둥절하다. 촬영 때는 원톱의 부담이나 책임감보다는 성동일, 최시원 선배님이 계셨기에 혼자 이끌어 간다는 생각은 없었다. 서로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다. ‘영화는 까봐야 안다’(웃음) 흥행 여부는 제 탓도 제 덕도 아니다. 선택은 관객의 몫인 거다. 저는 열심히 촬영하고 홍보 활동에 최선을 다할 거라는 거다”

-배우가 작품의 캐릭터 이름으로 각인된 경우가 있다. 배우 박지현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재벌집 막내아들」에서의 형수, 며느리 모현민을 떠올리기도 한다.

“캐릭터의 이름으로 불러 주신다는 것은 그 역할처럼 보였다는 뜻으로 해석하게 되더라. 결국 칭찬이지 싶다. 국민 첫사랑, 국민 여동생도 아니고 ‘형수’라는 단어는 특별할뿐더러, 앞으로 형수라는 지칭을 이을 사람이 없을 것 같다. 저에게는 정말 좋은 각인이다”

애드리브와 아이디어로 만들어간 작품

-칼퇴근이 가능한 직업 공무원을 택한 이유가 동화를 쓰기 위한 배경이다. 단비에게 동화의 의미는 꽤나 중요해 보인다. 캐릭터의 가닥을 잡아가기 위한 빌드업 과정이 궁금하다.

“평소 소설은 읽었는데 웹소설은 안 읽어봐서 다양한 참고 자료를 검색해 봤다. 단비는 상황과 캐릭터의 성격이 만나 만들어지는 상황이 웃긴 거지, 단비 자체는 충실하고 진심 어린 친구다. 어찌 보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구고 순수하고 동화에 가까운 인물이다. 이런 단비가 되어 저를 보여준다면 자연스럽게 웃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다.

놀람, 흥분, 짜증 분노 등 갑작스럽게 닥친 상황에 따른 진짜 같은 리액션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음란물을 접했을 때, 갑자기 누가 튀어나왔을 때 욕이 나오기도 했는데, 관객이 질리지 않게 각각 다른 표정으로 놀라움을 표현하려고 했다. 호흡, 소리, 뉘앙스, 추임새도 연구했다. 단비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그치’, ‘맞지’, ‘안 해’ 같은 단어를 연습해서 대화의 들뜸 없이 티키타카 리액션이 오가도록 합을 맞췄다”

-한계 없이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란 생각이 든다. 자신만의 캐릭터 분석 방법도 있을 것 같다.

“사실 캐릭터는 볼 때 저와 분리할 수 없다. 제 모습 중에 닮은 구석은 극대화하고 아닌 부분은 쳐내면서 캐릭터에 다가간다. 저한테 없는 모습은 다른 부분에서 끌어온다. 단비처럼 과한 순수함은 없지만 털털함은 있어서 극대화했다. 순수함은 감독님과 대화를 통해 빌드업 했고 저만의 단비를 구축해 나갔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현장의 분위기가 영화의 톤처럼 활기차게 진행되던 것 같다. 애드리브나 아이디어를 낸 것 중에 반영된 부분은 무엇인가.

“감독님은 아예 성동일 선배님이 애드리브를 할 때까지 끊지 않고 기다리셨다. 애드리브 제조기였다. 후반부에 ‘어른 동화’를 연극톤으로 시뮬레이션하는 장면이 있는데 촬영 때 연기하셨던 것과 영화 속 얼굴이 달라서 충격받았다. (웃음) 현장에서 노련한 연기를 직접 봤는데 너무 웃기게 나와서 인지 부조화가 되었다.

현장이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MZ 속성을 겨냥하는 소재라서 많은 아이디어를 냈고 적극적으로 수용되었다. 대사가 끝나도 컷하지 않았고 서로 욕심내면서 애드리브를 던졌다. 각자 집에서 생각해 온 아이디어로 제안하면서 활발한 창작이 이루어졌다.

엔딩 장면 중 비행기에서 나오는 분이 감독님이고 제 아이디어였다. (기내 화장실에서 나오는 커플 중 남성 역할) 또 저만의 아이디어라고도 할 수 없지만. 차 범퍼가 양쪽이 떨어지는 상황도 있었다. 처음에는 한쪽만 떨어졌는데 컷하지 않고 성동일 선배가 애드리브 하길 기다리시더라. 그때 우연히 양쪽이 우당탕 떨어졌고 다음 상황에 맞게 변주되면서 아이디어를 차용해 나갔다. 모두가 참여해서 스토리를 풍부하게 만들어 간 경험 자체가 즐거웠다”

-실제 SM 팬이었던 만큼 상대역이었던 최시원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특히 만취 연기에서는 케미가 좋았다.

“다양한 작품에서 코미디 연기를 해온 노련한 선배였다. 몸 사리지 않고 웃긴 장면을 연출하는 분이다. 실제로도 재치 있고 젠틀해서 단비와 정석의 케미를 살리는데 편안했다. 아이디어를 낼 때마다 수용해 주면서 편안하게 리드해 줬다. 제가 어떤 형태로 넘어져도 세워주는 배려심, 슈퍼주니어의 왕자님 이미지 그대로였다.

술 취한 연기가 잦았는데 술을 못 마신다. 해독 능력이 없는 것 같다. 어떻게 연기할까 고민하다가. 술 먹으면 귀여워지는 언니의 모습을 카피하기로 했다. 언니는 아직 모른다. (웃음) 아마 기분 나빠하지 않을 거다”

-가장 좋아하는 대사나 장면은 꼽자면.

“단비가 모든 것을 접고 본가로 내려가 엄마와 대화하는 장면이다. 엄마가 ‘나도 네가 쓴 것 좀 보자’라고 말하는데 딸을 믿는 무조건적인 응원 같아서 좋았다. 단비가 계속 글을 쓰게 되는 원동력을 간접적으로라도 표현해 주는 의미였다. 하나 더 꼽자면, 그 장면 이후 아빠가 동화만 쓴 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 ‘진정 원하는 게 뭔지’ 깨닫는 장면이다”

오래 다작하는 배우,
다시 작업하고 싶은 배우 되고파

-힘들고 지치지만 배우란 직업을 계속하게 되는 원동력, 연기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연기가 너무 재미있다. 어릴 때 삼 남매가 역할극을 하면서 연기의 힘을 느꼈다. 내가 아닌 무언가로 집중해서 임한다는 게 즐거웠다. 생각해 보니 놀이를 하는데 돈도 벌고 상도 주니 금상첨화인 거다. 천운이구나 싶어서 신기했고 언제까지 재미있을지 더 노력해 보기로 했다.

연기가 재미있는 이유라면 아마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제가 했던 역할을 다시 해보라고 하면 다르게 할 것 같다. 다른 배우의 연기도 제가 하면 달리해볼 거다. 이런저런 상상을 하면서 몰래 따라 해 보기도 했다. 극 N(MBTI)의 성향이라 공상, 망상, 상상을 즐기는 데 그게 연기와 만나서 시너지를 이른다. 배우가 저에게는 최고의 직업이지 않나 싶다. (웃음)

하나에 꽂히면 파는 스타일이라 좋아하는 게 생기면 먹지도 자지도 않고 그것만 한다. 저에게 연기는 게임과도 같다. 오락, 쾌락을 추구하는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는 놀이다. 인내와 고통의 시간이 따르겠지만 아직은 즐겁다”

-배우로서의 방향이나 목표도 궁금하다.

“원대한 꿈이 있는 배우라기보다는 다작하면서 오래 연기하고 싶은 배우가 되려고 한다. 뻔한 답일 수 있지만 죽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다. 선택받는 직업이다 보니 대중, 관계자, 동료 배우에게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싶다.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인데, 다시 작업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배우 박지현의 인생 영화는 무엇인가.

“너무 많다. 그중에서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로버트 드 니로와 조 펩시, 샤론 스톤의 연기를 볼 수 있는 「카지노」(1995)를 좋아한다. 고어 호러물도 좋아한다. 최근에 「서브스턴스」를 봤고 마거릿 퀄리 역할에 관심 갔다. 코랄리 파르쟈 감독의 전작 「리벤지」도 관심 있게 봤는데 피 튀기는 역할도 가리지 않고 다 해보고 싶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관객을 위해 「동화지만 청불입니다」를 봐야 하는 특별한 이유를 소개해 달라.

“겉만 봐서는 유쾌한 코미디 같지만 사실 꿈을 찾게 되는 성장 드라마다. 단비 또래의 청년들이 흔하게 겪는 일이라 공감 갈 것 같다. 현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만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의 고민을 해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특히 단비를 연기하면서 대리만족과 희열도 느끼게 되었다. 운이 좋아서 원하는 게 뭔지 빨리 깨달았고 빨리 실천할 용기가 생겨 재미있는 일을 하면서 살게 되었다. 그게 큰 축복임을 영화를 통해 또다시 깨달았다”

글: 장혜령
사진: (주) 미디어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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