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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사태에…사모펀드發 ‘거버넌스 개혁’ 명분 다시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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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 없는 MBK 기습 회생 신청…업계 “이해득실 치밀하게 계산”

‘오너 경영’ 익숙한 대중에는 충격…”국민 눈높이 안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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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의 모습. (서울=연합뉴스)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기습적인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으로 프라이빗에쿼티(PE)가 주도하던 기업 거버넌스 개혁 명분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MBK의 선택은 PE로선 명분과 실리를 모두 따진 ‘합리직’ 판단이었지만, 부실기업에 대한 대주주 사재출연·증자 등의 해결책에 익숙한 대중에게는 엄청난 충격을 안겼다.

현재진행형인 고려아연[010130] 경영권 분쟁에서는 기존 대주주 ‘오너 경영’의 우월함을 강조하는 근거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 충격적인 한밤의 법정관리 신청…”PE라 가능한 의사결정”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BK는 지난달 28일 단기사채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강등된 뒤 이달 4일 자정께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해 유통업계와 금융권 전체를 충격에 빠뜨렸다.

‘속전속결’로 하루만에 완성된 회생신청서 작성 시간까지 고려하면 MBK는 단 24∼48시간 만에 홈플러스를 법정관리로 끌고 가기로 결단을 내린 셈이다. 회생신청서 작성은 국내에서 파산·회생 전문가로 손꼽히는 김관기 변호사(김·박법률사무소)가 맡았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신평사들도 신용등급을 내릴 때 그 기업이 겪게 될 유동성 위기나 시장의 파장 같은 것을 어느 정도 고려하는데, 그렇게까지 바로 기업회생을 신청할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PE 특유의 전광석화의 일처리 속도도 그렇지만, MBK의 전격적인 회생 신청은 PE라서 가능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관전평이다.

MBK의 ‘아픈 손가락’ 홈플러스는 실패한 투자로 평가되나, 출자자(LP)가 운용사(GP)의 투자 역량을 평가할 때 중요시하는 건 펀드 단위의 수익률이다.

홈플러스에 투자한 MBK의 3호 블라인드 펀드는 홈플러스 투자금을 ‘0’으로 상각해도 연평균 내부수익률(IRR)이 20%에 이른다.

오히려 MBK로서는 펀드 청산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실패한 투자를 정리하는 모멘텀이 필요했는데, 홈플러스의 경우엔 신용등급 강등 이벤트가 ‘울고 싶은데 뺨 때려주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기업회생 신청이 개시되고 나면 법원의 관리·감독 아래 비용 절감도 기대할 수 있다.

홈플러스는 메리츠금융그룹으로부터 지난해 5월 차입금 리파이낸싱 등 목적으로 1조3천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았다. 메리츠는 홈플러스 합정점을 비롯해 62개 점포(감정가 4조8천억원)를 담보로 잡았고, 금리는 연 8∼10%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가 매달 메리츠에 자급해야 하는 월 이자만 약 100억원에 달한다.

월 300억∼400억원 수준의 매장 임차료도 낮출 수 있다. 과거 테스코 시절 맺은 일부 매장의 임대차계약은 오프라인 마트 업황이 고꾸라지기 전에 체결된 것이어서 이들 매장 상당수는 점포 수익이 임차료에도 못 미치는 ‘악성 점포’로 알려졌다. 임직원과 협력업체 살리기라는 명분을 앞세우면 메리츠와 임대인에도 고통 분담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

한 금투업계 인사는 “갑작스러운 회생 신청이 외부에서 보기엔 충격적이지만 MBK에겐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며 “명분과 이해득실을 철저히 계산한 행동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오너 경영’에 익숙한 대중에 충격…’거버넌스 개혁’ 동력 위축될듯

홈플러스 회생 신청은 MBK로서는 명분과 실리를 다 잡은 선택이지만 즉각적인 비난에 직면했다. 과거 사모펀드에 덧씌워진 ‘먹튀’ 이미지를 강화하기에도 충분했다.

특히 MBK의 행동이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진 이유는 부실기업을 대하는 주주로서 태도가 대기업그룹 대주주와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통상 대기업그룹 내 계열사가 위기에 처하면 대주주는 다른 계열사가 부실기업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도록 하거나 ‘책임 경영’ 일환으로 사재를 출연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나 당국과는 물밑에서 대화를 이어가며 ‘비공식’ 자구 노력을 내놓고, 정부·당국은 이를 검토하며 은행 등 금융기관을 통해 유동성을 수혈할지 고민한다. MBK의 홈플러스 회생 신청은 어느 것에도 해당되지 않았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보통의 주주라면 자구안을 마련하거나 증자를 하는데 (MBK는) 극단적인 방향으로 몰고 가는 것 같다”며 “펀드 아래 들어간 회사가 위기에 봉착했을 때 나타나는 모습을 굉장히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케이스”라고 짚었다.

또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출자 범위 내에서 책임지는 게 원칙이니 MBK는 추가적으로 자금을 투입할 이유는 없다고 보는 것 같다. 옳고 그름이나 현실 가능성 등을 떠나 국민 눈높이나 정서에는 안 맞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며 “홈플러스가 아니고 이마트였고 MBK가 아니라 정용진 회장이었다면 이런 결정을 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를 법정관리로 끌고 간 MBK는 현재진행형인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MBK의 홈플러스 회생 신청은 고려아연 분쟁에서는 이른바 ‘오너 경영’의 우월함을 주장하는 근거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 사태로 사회적 신망을 잃어버려 PE가 주도하던 거버넌스 개혁 동력도 위축이 불가피하다.

MBK는 고려아연의 거버넌스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력한 명분으로 내세웠다. 현 경영진인 최윤범 회장이 2대주주 지위에 있으면서 이사회를 장악해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사유화한다는 게 MBK 측 주장이다.

이 같은 목소리는 주주행동주의 캠페인이 늘어난 최근 자본시장 분위기나 정부가 추진한 기업가치 제고 정책과도 공명하며 PE야말로 밸류업을 체화한 적임자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사모펀드는 경영권을 인수한 기업의 경영 투명성과 효율성을 제고시키고 주주환원을 늘려가며 주주들과 이해관계를 일치시킬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최근 자본시장에서 재벌기업은 밸류업에 무관심하고 ‘쪼개기 상장’과 계열사 간 분할합병 등 이슈로 주주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기 일쑤였고, 이런 이유로 고려아연 분쟁은 MBK가 고려아연 1대주주 영풍[000670]과 손잡았음에도 전통 재벌기업 대 사모펀드 구도로 대중에게 인식됐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대주주 사재 출연은 주식회사제도의 주주의 유한책임 원칙과는 안 맞지만, 그런 걸 요구하고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의 독특한 문화나 토양으로 영미식 주주자본주의 문화가 아닌 것”이라며 “미국식의 주주자본주의와 유럽식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등 다양한 모델을 함께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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