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가 정기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사장을 선임할 때 집중투표제를 사실상 배제하는 정관 변경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정관 개정이 방경만 KT&G 사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해 ‘황제연임’을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집중투표제 배제 추진…소수 주주 권익 침해 우려
업계에 따르면 KT&G는 오는 26일 대전 KT&G 인재개발원에서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사장 선임 방법 명확화’를 위한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기존 정관에 ‘집중투표의 방법에 의해 이사를 선임하는 경우 대표이사 사장과 그 외의 이사를 별개의 조로 구분한다’는 조항을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선출할 때 선임될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주는 제도로, 소수 주주가 특정 후보에게 표를 집중시킬 수 있어 소수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는 장치로 평가된다. 그러나 KT&G가 대표이사 선임에서만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면 소수 주주의 의견이 반영되기 어려워 경영진 선출의 다양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자문사 ISS·행동주의 펀드 FCP “명백한 꼼수” 반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해당 정관 변경 안건에 반대 의견을 내놨다. ISS는 보고서에서 “집중투표제의 선별적 적용은 불공정한 경영권 유지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정관 변경이 소수 주주 보호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이하 FCP) 역시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FCP는 “이번 정관 변경은 방경만 사장의 황제연임을 위한 명백한 꼼수”라며 “집중투표제의 본래 취지와 주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FCP는 지난해 방경만 사장이 집중투표를 통해 50.9%의 득표율로 당선됐지만, 자사주 기부재단 등 내부 지분 13%를 제외하면 실제 지지율은 38%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이상현 FCP 대표는 “대표이사도 다른 이사와 동등한 자격으로 집중투표제를 적용받아야 한다”며 “자신만 특별 대우받겠다는 것은 황제연임을 위한 포석”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38%의 낮은 지지율로 당선된 것이 부끄럽다면 그만큼 주가와 실적을 통해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며 “정관 변경으로 연임을 연장하려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시도”라고 날을 세웠다.
국민연금·기업은행에 반대 압박…KT&G는 정당성 주장
FCP는 KT&G의 주요 대주주인 국민연금과 기업은행을 겨냥해 반대 투표를 촉구했다. FCP는 “국민연금과 기업은행이 이번 안건에 근거 없이 찬성표를 던진다면, 이는 국내 기업 거버넌스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KT&G 측은 ‘전체 주주의 찬반 의견을 정확하게 묻고, 이를 표결에 공정하게 반영하고자 하는 취지’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정관 변경이 방경만 사장의 연임을 유리하게 하기 위한 의도로 받아들여지면서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FCP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만큼 이번 주총에서 KT&G의 정관 변경 안건이 통과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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