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터뷰!) 영화 ‘스트리밍’의 강하늘 배우를 만나다

과거 KBS 드라마 시상식에서 첫 방송 데뷔작이라 할수있는 ‘아침마당’ 영상이 공개되자 당황스러운 모습을 보였던 배우 강하늘. ‘아침마당’ 시절과 시상식에서 보여준 순수한 모습 때문에 강하늘에 대한 대중의 호감은 그 어느때 보다 높았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신작에서 강하늘은 비호감에 가까운 캐릭터를 연기하며 다재다능한 배우임을 입증하게 되었다. 영화 「스트리밍」은 구독자 수 1위의 범죄 채널 스트리머 ‘우상(강하늘)’이 풀리지 않던 연쇄 살인사건의 단서를 발견하고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방송하며 벌어지는 스릴러다. ‘옷자락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는 ‘우상’과 함께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 후 위험에 빠진 무명 스트리머 ‘마틸다’(하서윤)와의 관계성과 욕망을 들여다본다.
극 중 허세 가득한 스트리머 우상을 연기한 강하늘을 지난 3월 18일 삼청동의 카페에서 만났다. 4년 전 촬영한 영화의 기억이 흐릿할 법도 한데 캐릭터의 애정을 담은 이야기로 즐거운 시간을 나누었다. 원톱 주연으로 극을 끝까지 이끌어가야 하는 부담 보다, 앵글 안에서 지루하지 않게 변주를 주어야겠다는 고민이 더 커 보였다. 최근 ‘말의 무게’를 실감하는 일이 많다고 운을 떼자 “영화 속 ‘우상’도 불특정 다수에게 전하는 말의 힘을 가진 사람이다. 그래서 더 좋은 말과 용기 나는 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담 자판기는 오늘도 열일 중이었다.
다음은 강하늘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글이다.
관종, 비호감 캐릭터의 매력

-스트리머라는 직업은 착하고 온순한 역할을 자주 했던 필모와 차별점이 있는 캐릭터다. 연기 변신을 하고 싶어 선택했던 건가.
“아마 제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잘하는 스타일이라 우상 역할을 제안하지 않으셨나 싶다. (웃음) 직업적인 것보다 우상이란 인물 자체의 재미가 컸다. 허세로 가득 차 있다. 개인적으로 겉만 포장된 사람을 정말 싫어하는데 우상을 연기하면서 ‘내가 가장 싫었던 건 뭘까’를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만들어 갔다. 기존의 연기 방식과는 많이 달랐다”
-스트리머, BJ, 유튜버 소재는 영화 「좋.댓. 구」, 「드라이브」, 「개그맨」 등이 있다. 저예산, 소수 인력으로 가능하다 보니 팬데믹 때 쏟아져 나왔다. 우상을 표현하기 위해 참고했던 레퍼런스나 캐릭터가 있나.
“미스터리 채널 운영자의 전체적인 톤을 참고했다. 특히 ‘디바 제시카’라는 미스터리 채널 운영자의 방송을 보면 자료 사진을 화면에 띄운다. 그걸 연기에 합쳤다. 분위기와 느낌을 차용했는데 다들 우상처럼 격하지는 않다. 다만, 특별한 메시지를 주려는 의도는 아니었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이 그들을 긍정적으로 묘사하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관람 후 핸드폰으로 시청 가능한 채널을 볼 때면 한 번쯤 떠올랐으면 좋겠다. 긍정적이지는 않아서 자연스럽게 문제점을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우상은 특유의 헤어스타일과 문신, 슈트, 시계 등 외적으로 드러나는 특징이 확실하다.
“초반 우상을 만났을 때는 흔히 볼 수 있는 스트리머의 스타일이었다. 테스트 촬영을 해보니, 우상 혼자 끌고 가는 스토리의 힘이 있어야겠다고 느꼈고. 무엇보다도 독특해야만 했다. 다 같이 모여서 긴급회의를 했다. 과시욕과 캐릭터성이 짙어야 했었기에 헤어, 문신, 귀걸이를 더했다. 패션 스타일링도 초반에는 검은 슈트에 흰 와이셔츠, 검은 넥타이라서 기본이었다. 예산이 많지 않아서 비싼 옷을 입으면 안 되었는데.. (웃음) 특별히 스리피스 버튼을 제안해서 운 좋게 입을 수 있었다. 우상이 늘 1위를 했던 건 화제성, 전문성도 있겠지만 외적 매력도 있다. 이건 마틸다의 설명으로 제시된다. 사람을 휘감을 수 있는 매력, 위험한 것에 더 끌리게 되는 느낌을 우상에게 주고 싶었다”
-공들인 만큼 스크린 속 우상에 만족하는지도 궁금하다. 소심하고 지질한데 나르시시즘 가득한 관종이다. 관객으로서는 매우 비호감이었다. (웃음)
“비호감으로 보였다면 성공한 거다. (웃음) 가끔 연기로 화를 내면 해소되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 절대로 해소되지 않는다. 우상은 과거 지질했던 캐릭터성을 잃고 싶지 않았다. 겉으로 포장이 과하게 되어 있는 인물이다. 한동안은 열심히 살려고 했으나 왜그(가상의 스트리밍 플랫폼)를 만나면서 돈에 함몰되었다. 경찰공무원 시험을 그만 둔것도 경찰이 되어도 어차피 돈은 여기서 더 잘 벌 수 있으니까 남아 있는 게 좋다고 판단했을 거다.
어두운 방을 마주했을 때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카메라맨 먼저 들어가라고 미는 것만 봐도 안다. 마틸다와 재연하는 장면을 보면 주도권을 빼앗길 때 말에 욱하는 반응을 격하게 넣었다. 예민하고 과민하게 반응하는 거다. 자존심을 건드리면 지질한 면, 욱하는 진심이 선명하게 보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걸 단계적으로 표현하면 이성이 있는 인물로 비칠 건데, 순간 확 돌아버려야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유약한 인물로 느껴지게 되는 거다”
스태프의 피땀눈물의 결과물

-강하늘의 새로운 얼굴의 발견이란 말이 많다. 캐릭터를 잡아갈 때 적극적인 의견을 내는 편인가.
“「스트리밍」이 남달랐던 건 「동주」때가 많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둘 다 스태프 전체가 모여 다르게 표현할 방법을 고민하고 찾아냈다. 관객이 계속 제 얼굴만 볼 텐데 조금이라도 지루함을 없애려고 고민했다. 마지막에 카메라를 들고 연기하는 장면은 풀 애드리브였다. 원래는 들고 가는 게 아니었는데 연결 시퀀스가 약해서 양해를 구하고 제 마음대로 한번 해보고 싶다고 했었다. 풀 애드리브로 했던 게 한 번에 오케이 났고 결과적으로 쓰였다.
포스터에 저 혼자 걸려 있지만 원톱 물이라거나 저 혼자 끌어가는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마치 그룹 스터디 하듯이 다 같이 모여 만든 소중한 작품, 함께 만들어 간 영화다. 생각보다 그 경험이 깊게 남았나 보다. 드라마 「당신의 맛」이나 영화 「야당」 촬영 현장에서도 「스트리밍」 이야기를 되게 많이 했었다”
-‘스크린 라이프 기법’으로 촬영했다. 가장 대표적인 영화는 「서치」다. 영화 속 거의 모든 장면이 라이브였는데 실제 접해보니 어땠나.
“앵글도 컷으로 변할 수 있는데 우리 영화는 컷 없이 한 번에 쭉 가는 장면이 많다. 그게 없으면 배우가 속도감과 템포감을 넣으면서 조절해야 한다. 카메라의 시선을 힐끔힐끔 눈치를 보며 신경 쓰고 있다는 행동을 지속적으로 했다. 제가 찍히고 있고 라이브 방식임을 머릿속에서 지우면 안 되겠더라. 그리고 이건 디테일한 부분인데, 표정이나 카메라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불편해지는 긴장감을 유지하고자 했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내내 우상의 대사만 있었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카메라 매체는 대사가 길어봤자 4-5 줄이고 호흡이 짧다. 카메라도 다양한 각도로 변주를 준다. 그런데 「스트리밍」은 연극할 때가 생각났다. 연극적인 톤으로 다가갈 수 있겠더라. 마치 1인 극 연습하듯이 했다. 타이밍에 맞는 댓글 검수도 이어졌다. 요즘 젊은 층이 쓸만한 온라인어, 은어로 바꿨다. 일일이 수작업으로 겹치지 않는 댓글에 공들였다”
-롱테이크, 원테이크 촬영 방식도 잦다. 길거리, 클럽 등 상대와 연기 합보다 카메라를 쳐다보며 연기해야 했다. 어려움은 없었나.
“클럽 장면, KJ를 찾으러 다니는 과정도 길다. 그러다 보니 촬영 중에 갑자기 동네 주민도 나오셨다가 카메라를 쳐다보기도 해서 못 쓴 장면도 있었다. 물론 자연스러운 장면도 있었지만 그러려면 동의를 받아야 했기 때문에 쓰지 못했다”
-배우로서 계속 진화하는 느낌이다. 「스트리밍」을 촬영하면서는 새롭게 알게 된 지점, 공부하게 된 것들이 있나.
“평소 카메라 앵글이나 기법에 관심이 많았다. 「버드맨」, 「덩케르크」만 봐도 카메라 무빙이 신기해서 늘 촬영감독님을 괴롭히면서 여러 가지 질문을 했었던걸 「스트리밍」에서 써먹을 수 있었다. 렌즈 사이즈나 프레임을 어느 정도 알고 있으면 이 부분을 이용해서 도움받을 것들이 늘어난다. 배우의 동선과 카메라의 시선 처리를 통해 극적인 효과를 줄 수도 있고 유지할 수 있다. 또 카메라 기법을 공부하게 되면 이 부분을 이용해서 연기하는 입장에서 수월하다. 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보다 카메라와 호흡하는 게 느껴진다. 렌즈를 알면 이 장면에서 촬영 감독님이 왜 렌즈를 바꾸었는지 파악할 수 있는데, 넓게 쓰던 화면이 갑자기 타이트하게 들어온다는 건 중요 포인트를 바꾸고 싶다는 신호다. 제가 이해하게 되니까 훨씬 소통이 잘 되더라”
-영화의 등급이 청소년 관람불가다. 제안된 관객의 부담이 있을 거 같다. 예비 관객들에게 영화 포인트를 소개해 준다면.
“최대 단점이라면 중장년층은 익숙하지 않아서 이해하기 쉽지는 않겠다 싶다. (웃음) 하지만 청소년의 모방 범죄 때문에 청불 등급은 당연하다. 저도 유튜브를 통해 영감받는 게 많은데. 긍정적인 것들, 좋은 모습을 따라 했으면 좋겠다. 「스트리밍」은 새로운 형식의 영화일 것 같다. 모니터, 핸드폰, TV 안에서만 볼 화면을 대형 스크린으로 보는 건 좋은 경험일 거라 자부한다. 실시간 방송을 보는 듯한 영화는 많지 않다. 극장에 걸려 있을 때 찾아보셨으면 좋겠다”

글: 장혜령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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