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췌장암은 ‘침묵의 살인자’로 불릴 만큼 초기에 특별한 증상이 없고 발견이 늦는 암 중 하나다. 예후도 좋지 않다. 진단 후 5년 생존율이 10%를 넘지 않으며, 조기 발견이 쉽지 않아 치명률이 매우 높다. 그런데 최근 식습관, 특히 과일 섭취가 췌장 건강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과일은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그중 일부는 췌장에 부담을 주거나 혈당에 영향을 미쳐 췌장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특히 다음 다섯 가지 과일은 과도하게 섭취하거나 잘못된 방식으로 먹었을 때 췌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단순한 당도가 아닌,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 췌액의 반응, 대사경로와 연결된 예외적인 과일들이다.

파인애플 – 강한 단백질 분해효소와 고당도로 췌장 자극
파인애플은 브로멜라인이라는 강력한 단백질 분해효소가 들어 있어 고기류를 부드럽게 하고 소화를 돕는 데 유용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성분이 문제다. 브로멜라인은 위나 장에서 어느 정도 분해되지만, 과량 섭취 시 췌장을 자극해 소화효소 분비를 과도하게 유도할 수 있다. 특히 위산이 약한 사람이나 췌장이 민감한 사람에게는 파인애플이 염증성 반응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파인애플은 당도가 매우 높다. 100g당 당분이 약 13g에 달하는데, 이 과당은 혈당을 빠르게 상승시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췌장에 부담을 준다. 과당 대사 과정에서 췌장이 처리해야 할 대사 부하가 커지면, 장기적으로 염증성 변화가 췌장암 발생 가능성과 연결될 수 있다.

말린 망고 – 고농축 당분의 과잉 섭취 위험
망고 자체는 비타민 A와 C가 풍부한 과일로 알려져 있지만, 말린 망고로 가공된 형태는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말리는 과정에서 수분이 빠지면서 당분이 농축되고, 일부 제품에는 설탕이 추가되기까지 한다. 말린 망고 50g만 먹어도 당 섭취량이 25g 이상이 되는 경우가 흔하다.
이러한 고농도 당분은 혈당 스파이크를 일으키고,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을 과도하게 자극하게 된다. 이런 반응이 반복되면 췌장세포의 피로도가 증가하고, 췌장의 대사 스트레스가 커져 암세포 발생 환경이 조성된다. 특히 당뇨 전단계에 있는 사람이나 췌장에 염증 이력이 있는 사람은 말린 망고 섭취를 철저히 제한하는 게 좋다.

두리안 – 고지방·고당 조합으로 췌장에 이중 부담
동남아시아에서 ‘과일의 왕’으로 불리는 두리안은 칼로리가 매우 높고, 과일치고는 이례적으로 지방 함량이 높다. 100g당 지방이 약 5g, 당분은 25g에 육박한다. 문제는 이처럼 고지방과 고당이 동시에 존재하는 조합이 췌장에 이중 부담을 준다는 점이다.
췌장은 지방을 소화하기 위해 담즙과 리파아제를 분비하고, 당을 처리하기 위해 인슐린을 분비하는데, 두리안은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과도하게 유도한다. 특히 포화지방이 적지 않아 췌장의 염증 반응을 촉진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급성 췌장염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췌장 조직 내 미세한 산화 손상을 일으켜 암세포 발생의 가능성을 높인다.

포도 – 포도당 함량이 높은 구조적 문제
포도는 섬유질이 적고 수분과 당분으로 구성된 과일이다. 당 성분 중 포도당의 비율이 높은 편이고, 껍질째 먹지 않으면 섬유질 섭취도 거의 없다. 게다가 포도는 쉽게 과식하기 좋은 과일이기도 하다. 한 송이를 먹다 보면 무심코 300~400g 정도를 먹게 되는데, 이때 당 섭취량은 50g을 훌쩍 넘는다.
췌장은 이 포도당을 처리하기 위해 인슐린을 빠르게, 다량으로 분비하게 된다. 만약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고, 췌장 내 인슐린 분비세포가 과로 상태에 빠지면서 구조적인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대사 스트레스 환경은 췌장 세포의 기능 저하뿐 아니라 변형된 세포 증식을 통해 암세포로 발전할 위험도 높인다.

무화과 – 효소 활성이 강한 과당형 과일
무화과는 식이섬유와 칼슘이 풍부한 과일로 알려져 있지만, 고과당 과일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특히 생무화과보다 말린 무화과에서 과당이 훨씬 더 농축돼 있으며, 이 과당은 간에서 대사되기 전에 췌장을 먼저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인슐린 분비가 증가하고, 과당이 트리글리세라이드로 전환되는 과정도 췌장에 대사적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무화과에 포함된 효소는 위장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췌장의 소화 효소 분비를 인위적으로 자극할 수 있다. 특히 공복에 무화과를 다량 섭취할 경우 췌장에 불규칙한 효소 분비 반응이 생기고, 이것이 반복되면 췌장염이나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췌장에 염증이나 이력이 있는 사람은 무화과를 소량만 섭취하거나 주기적으로 쉬어주는 것이 안전하다.

무조건 과일이 건강한 건 아니다
과일은 분명 비타민과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고 건강에 좋은 식품군이지만, 모두에게 다 무조건 좋다고 볼 수는 없다. 특히 당뇨, 췌장염, 췌장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과일 선택과 섭취량을 훨씬 더 신중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당분이 높고 효소 활성이 강하거나, 대사적 부담을 주는 과일은 가끔, 소량만 먹는 것이 원칙이다. 위에서 소개한 다섯 가지 과일은 그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췌장 기능이 약해져 있는 사람에게 ‘과하게’ 작용할 수 있는 위험 요소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