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흡연과 음주는 건강에 안 좋은 습관에서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보통 한 세트처럼 묶여서 언급된다. 건강 관련 콘텐츠를 자주 접한 사람이라면 ‘금연과 절주’ 또는 ‘담배를 끊고 술을 적당히 마셔라’라는 식의 표현을 자주 봤을 것이다.
언뜻 보기에 이는 담배의 해로움을 강조하면서, 음주의 해로움은 약간 뒤로 밀어두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담배가 해로운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음주가 덜 해롭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과도한 음주가 어떤 식으로 뇌 손상을 유발하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가 최근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게재됐다.
알코올과 인지 능력 실험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연구팀은 과도한 음주가 인지 기능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 기존과 조금 다른 형태의 실험을 진행했다.
과도한 음주 상태를 만들기 위해 일부 쥐들을 많은 양의 알코올에 노출시키고, 약 3개월의 금단 기간을 거친 다음, ‘보상에 관한 의사결정 테스트’를 진행했다. 마찬가지로 알코올을 섭취하지 않은 대조군 쥐들에게도 같은 테스트를 진행한 다음 그 결과를 비교했다.
보상 결정 테스트의 방식 자체는 간단하다. 두 개의 레버 중 하나를 눌렀을 때, 더 높은 확률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보통 쥐들은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다음 어느 쪽 레버를 눌렀을 때 보상 확률이 높은지를 깨닫게 된다. 이때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지를 측정해 의사결정 능력을 테스트할 수 있다.
연구팀은 실험 형태를 조금 달리 하기 위해, 한 가지 변수를 더 추가했다. 몇 분 단위로 레버의 보상 확률을 바꾼 것이다. 이렇게 되면 쥐들은 ① 본래 보상 확률이 높은 레버를 알아차려야 하고, ② ‘레버의 보상 확률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하며, ③ 바뀐 확률에 따라 보상 가능성이 높은 레버를 다시 찾아야 한다.
게다가 레버의 보상 확률은 몇 분마다 무작위로 바뀌기 때문에, 쥐들은 그때마다 위와 같이 복잡한 과정을 거듭해야 한다. 환경 변화 인식, 적응, 의사결정이 포함돼 상당히 높은 인지적 능력을 요구하는 과제가 되는 셈이다.

3개월 금단 이후에도 영향
어느 정도 예상했겠지만, 3개월 전 과도한 음주 상태에 노출된 적이 있는 쥐들은 상대적으로 더 좋지 않은 성과를 보였다.
연구팀은 이 결과가 기존의 실험들과 다르다고 이야기했다. 변칙을 적용하지 않은 기본 형태의 테스트에서는 알코올 노출 여부와 무관하게 의사결정 능력에 큰 차이가 없었지만, 이번 실험은 과제가 급격히 어려워졌기 때문에 분명하게 다른 결과가 나왔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정답’이 주기적으로 변하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쥐들은 더 빠른 시간 안에 최선의 결정을 내렸다. 이들의 뇌 활동을 스캔했을 때, 의사결정과 관련된 신경 신호가 더 강하게 나타난다는 것도 확인했다. 반면 과도한 음주를 겪었던 쥐들은 정보 처리 속도가 상대적으로 늦었다.
연구팀은 이것을 ‘과도한 음주가 신경 회로를 손상시키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라는 근거로 보았다. 심지어 알코올 노출 후 얼마 간 노출을 피하더라도 그 손상이 유지된다는 점은 주목해야할 대목이다.
연구의 주 저자인 패트리샤 자낙 박사는 “이 실험 결과는 알코올 중독의 재발 가능성이 왜 높은지에 대한 단서가 될 수 있다”라며 “알코올로 인해 신경 손상이 발생하면, 재활을 거친 뒤에도 ‘술을 마셔야겠다’라는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과도한 음주의 기준
이 실험에서 말한 ‘과도한 음주’는 어느 정도일까? 보통 동물 모델 실험에 사용하는 쥐들에게 과도한 알코올을 적용할 경우는 하루에 체중 100g당 약 1~2g의 알코올을 섭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알코올 용액의 농도는 약 20% 정도다.
이를 인간으로 환산할 경우, 하루에 약 70g의 알코올 섭취하는 수준이다. 예를 들어 도수 16%의 소주를 기준으로 한다면 약 450ml, 시중에 판매되는 양으로는 1병 하고도 1~2잔을 더 마시는 경우에 해당한다. 도수 5% 정도의 맥주라면 약 1,400ml 정도, 500ml 캔 맥주 기준으로 3캔 정도에 해당하는 양이다.
물론, 이런 복잡한 계산을 할 필요 없이, 술을 가급적 멀리 하는 것이 건강에는 최선이다. 하지만 술을 일절 끊을 수 없다면, 스스로 기준을 정해 조절하는 것이 차선이라 하겠다.
소주와 맥주라 해도 브랜드마다 구체적인 도수는 다르다. 요즘은 그 외에도 다양한 주종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따라서 자신이 주로 즐기는 주종의 ‘과도한 양’이 어느 정도인지 한 번쯤 계산해두는 것도 좋다. 그 수준을 상한선으로 잡고 스스로를 절제하고 관리하려 애써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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