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미국의 상원 본회의장에서 한 상원의원이 25시간 5분의 연설 기록을 세우며 화제가 됐다. 월요일 오후 7시에 시작한 연설은 한시도 자리를 비우지 않은 채 화요일 밤까지 이어졌다. 과거 우리나라 국회에서도 몇 차례 실시된 적 있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하는 그의 모습은 분명 여러 모로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건강에 대한 우려가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특히 그 주인공인 코리 부커 상원의원은 55세의 중년의 나이다. 외신에 보도된 내용들을 포함한 코리 부커 의원의 이야기를 재구성하여 전한다.
단식과 절제로 만든 25시간
미국 CNN 보도에 따르면 코리 부커 의원의 연설 기록은 미국 의회 역사상 신기록이다. 기존의 최장 기록은 1957년 공화당 상원의원이 세웠던 24시간 18분이었다. 코리 부커는 그보다 47분 더 긴 연설을 하며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그는 CNN을 통해 ‘가능한 한 오랫동안 상원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하려는 의도였다’라고 설명했다. 지금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가 국가적 차원에서 결코 정상적이지 않고, 정상적으로 취급돼서도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부커 의원은 25시간이 넘는 연설을 하는 동안 화장실조차 다녀오지 않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그는 연설 전 며칠 동안 단식을 했으며, 물도 매우 제한적으로 마셨다고 이야기했다. 그야말로 극단적 단식, 단수 상태였던 셈이다. 그 덕분에 만으로 하루가 넘는 시간 동안 화장실을 가지 않고도 버틸 수 있었다.

“탈수 증상 없었던 것이 다행”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하지만, 이러한 극단적 단식은 당연히 건강에 매우 해로운 방법이다. CNN과 인터뷰를 한 공중보건 전문의는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고 수면을 취했어야 했으며, 일주일 전에 전해질을 보충해야 했다”라며 “자칫하면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스포츠 의학 전문가는 “그가 한 것은 ‘지구력 경주’였다”라며 “보통 지구력 경주를 하려면 탄수화물을 미리 섭취하고, 특히 경주 몇 시간 전에는 최대한 수분을 섭취한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만큼 부커의 행동은 이례적이었다는 의미다. CNN은 그밖의 다른 의사들의 의견도 취합했지만, 모두 비슷한 의견이었다. 특히 ‘탈수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이야기했다.
극단적 단식도 물론 문제였지만, 의사들은 모두 수분 부족을 더 중한 문제로 꼽았다. 인간은 자연스러운 일상생활에서도 지속적으로 수분을 잃는다. 그렇기 때문에 근육과 혈액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분과 전해질을 꾸준히 공급해줘야 한다. 여기에 문제가 생기면 탈수 증상이 시작되고, 점진적으로 심각한 증상으로 이어진다.
의사들의 의견을 종합해봤을 때, 만약 부커 의원이 25시간보다 더 길게 연설을 이어갔다면 문제가 심각해졌을 것이다. 탈수 증상이 지속되면 소변이 과도하게 농축되면서 신장에 부담이 가중된다. 부족한 수분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신장이 더 많은 여과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내과 전문의가 CNN에 설명한 바에 따르면, 이 문제가 지속되면 혈압이 떨어지며 자칫 쇼크로 실신할 수도 있다. 또한, 만약 화장실에 가고 싶은 충동이 발생했을 때 이를 억지로 참았다면, 이 또한 신체에 부담이 될 수 있었다.

극단적 단식 후 권장사항
현재 부커 의원은 연설을 위한 극단적 단식 이후 며칠째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이런 극단적 단식은 겪을 일이 없는 상황이지만, 만약 부커 의원처럼 영양은 물론 수분 섭취까지 제한되는 상황을 겪는다면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
극단적 단식 이후에는 보통 심한 허기와 갈증이 찾아올 수 있다. 이때 급하게 물을 마시거나 식사를 하는 것은 소화기관에 심각한 부담을 줄 수 있다. 특히 탈수 증상이 심화된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많은 수분을 섭취할 경우 체내 전해질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급격한 혈압 저하 혹은 쇼크가 발생할 수 있다.
의사들은 이럴 때일수록 수분을 천천히 보충하고, 소화에 부담이 없는 식단을 선택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죽이나 국물 음식, 혹은 물성이 부드러운 과일이나 채소 등이다.
또한, 영양 공급이 차단된 채 25시간이 지났다면 체내 저장된 글리코겐 등 우선적인 에너지원이 모두 고갈될 가능성이 높다. 속도는 느리게, 하지만 꾸준하게 전해질과 칼로리를 보충해줘야 한다는 것이 의사들의 설명이다. 공중보건의인 매튜 박사는 부커 의원에게 “최소 3일 간의 휴식과 충분한 수면을 취하며 전해질을 회복하기 바란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