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치는 단순히 단 음식을 많이 먹는다고 생기지 않는다. 실제로 충치를 유발하는 음식은 반드시 당분이 많아야 할 필요는 없고, 산성도, 입 안에 머무는 시간, 치아 표면과의 접촉 방식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더 무서운 건 치아는 한 번 손상되면 자연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특히 하루 3번 양치만으로는 모든 음식의 영향을 막아내기 어렵기 때문에, 평소에 어떤 음식을 입에 넣는지가 훨씬 중요해진다.
지금부터 소개할 다섯 가지 음식은 단기간에 치아 건강을 무너뜨릴 수 있는 주범들이다. 의외로 ‘건강식’이라 알려진 음식도 있고, 어린이용 간식이나 운동 후 보충 식품처럼 포장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성분과 섭취 방식만 보면, 한 달 만에 치아를 썩게 만들 수 있을 만큼 파괴력이 강하다.
첫 번째 – 말린 과일(건포도, 망고, 파인애플 등)
건강 간식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말린 과일은 실제로는 충치를 유발하는 데 있어 매우 위험한 식품이다. 겉보기엔 천연 식품이지만, 제조 과정에서 수분이 제거되고 당분 농도가 극도로 높아지며, 끈적한 조직감이 생기기 때문에 치아에 달라붙는 시간이 길어진다. 이로 인해 당분이 치아 표면에 오래 남아, 박테리아가 산을 생성하고 에나멜층을 빠르게 부식시킨다.
특히 식사 중간 간식으로 먹을 경우 입 안이 건조한 상태에서 당분이 치아 사이에 끼게 되고, 치실을 사용하지 않으면 제거가 거의 불가능하다. 게다가 일부 제품은 보존력 향상을 위해 설탕 시럽에 절인 상태에서 건조되기 때문에 실제 당 함량은 사탕과 크게 다르지 않다. 건강식이라는 착각이 치아 건강을 망가뜨리는 시작이 될 수 있다.
두 번째 – 스포츠음료 및 에너지젤
운동 후 수분 보충을 위해 마시는 스포츠음료, 마라톤이나 등산 중 섭취하는 에너지젤은 놀랍게도 강한 산성을 띠는 음료다. 이들 제품에는 전해질과 탄수화물을 빠르게 흡수시키기 위해 인산, 구연산, 시트르산 등이 첨가돼 있는데, 이 성분들은 치아 에나멜을 녹이는 주요한 산이다.
일반적으로 pH 5.5 이하의 산성 음료는 치아의 무기질을 용해시키기 시작하는데, 시판 스포츠음료 대부분은 pH 3대에 머물러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음료를 천천히 마시거나 입에 머금고 섭취하는 습관이다. 산이 입 안에 오래 머물수록 치아 부식 속도는 빨라진다. 운동 중 치아에 신경을 쓰기 어렵다는 특성상, 지속적인 노출이 더 위험한 식습관이 된다.
세 번째 – 플레인 요거트 또는 요거트 드링크
의외지만 시중의 플레인 요거트나 드링크형 요거트 역시 치아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요거트는 유산균 발효로 인해 산성을 띠며, 특히 드링크 형태의 요거트는 마시는 방식으로 치아 전체를 감싸게 돼 산의 접촉면이 넓어진다. 게다가 대부분의 제품에는 설탕이나 포도당이 첨가돼 있어 산성과 당이 동시에 작용하는 이중 공격이 일어난다.
‘유산균이 들어 있으니 건강할 것이다’라는 오해로 하루에 여러 병을 마시는 사람도 있지만, 치아 관점에서는 단시간에 산-당 복합 자극이 가해지는 매우 취약한 조건이다. 설탕이 들어 있지 않더라도 발효 산 자체가 치아 표면의 광물질을 녹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침의 완충 작용만으로도 방어가 어렵다.
네 번째 – 시리얼과 아침 대용 바
건강한 아침식사로 포장된 시리얼류와 그래놀라 바 역시 치아 건강의 적이다. 특히 바삭한 시리얼이나 바 종류는 입안에서 쉽게 녹지 않고, 씹는 과정에서 부스러진 조각이 치아 사이에 박히기 쉽다. 여기에 곡물 표면을 덮고 있는 당 시럽은 미세한 틈새에도 잘 침투해 세균 증식을 돕는다.
많은 사람들이 우유에 타 먹으니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시리얼을 입안에 머금고 오래 씹는 습관은 침의 흐름을 느리게 하고, 치아 표면에 당 성분을 더 오래 남게 한다. 아침식사로 반복되는 식습관인 만큼, 매일 같은 위치의 치아가 반복적으로 손상되는 결과가 되기도 한다.
다섯 번째 – 마른 오징어, 쥐포, 육포 등 단단한 고단백 간식
이런 간식들은 당분이 많지 않아 충치와는 무관해 보이지만, 다른 방식으로 치아를 손상시킨다. 마른 오징어나 육포류는 매우 질기고 단단해 치아로 오랜 시간 씹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치아의 마모와 균열이 누적된다. 특히 40대 이후, 치아의 법랑질이 얇아지는 시기에는 반복적인 저작 자극이 치경부 마모나 파절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일부 육포 제품은 감미료나 설탕이 첨가돼 있어 입안에 오래 머무르며 당 성분이 노출된다. 소금기 또한 침의 점도를 높여 자정작용을 떨어뜨리는 데 기여한다. 단순히 씹는 재미로 즐기는 이런 간식들이 치아의 물리적 구조를 서서히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은 간과되기 쉽지만, 실제로 치과에서 진료하는 파절 사례에서 자주 언급되는 간식류다.
치아 건강은 ‘짧게 머무르는 음식’이 만든다
무엇을 먹느냐보다 어떻게 먹느냐가 치아 건강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다섯 가지 음식은 성분, 조직감, 섭취 방식 모두에서 치아를 위협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단기간에 눈에 띄는 증상이 없더라도, 치아는 서서히, 그러나 확실히 손상된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