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사리는 명절 음식이나 비빔밥, 육개장, 산채 비빔밥 등에서 빠지지 않는 전통 나물 중 하나다. 특히 건고사리를 삶아 나물로 무치는 방식은 오랜 세월 동안 한국 식탁에서 흔하게 접하는 조리법이다. 그런데 의외로 해외에서는 고사리를 거의 먹지 않거나, 일부 국가에서는 아예 발암물질 포함 식품으로 규정해 식용을 금지하고 있다. 뉴질랜드, 아르헨티나, 영국 등지에서는 고사리에 포함된 천연 독성물질에 대한 우려로 법적으로 판매를 제한하거나 경고 라벨을 붙여야 하는 사례도 있다.
이처럼 논란이 되는 식재료를 한국에서는 왜 꾸준히 먹어왔을까? 또 고사리는 어떤 부분에서 몸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까? 고사리에 대한 오해와 실제 효능을 균형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사리에 포함된 문제 성분 ‘프타퀼로사이드’
고사리가 발암물질로 지목되는 이유는 고사리 속에 자연적으로 함유된 프타퀼로사이드(ptaquiloside)라는 성분 때문이다. 이 물질은 알킬화 작용을 통해 DNA를 손상시키는 능력이 있으며, 동물 실험에서는 위암, 식도암, 방광암 등을 유발하는 결과가 확인된 바 있다. 특히 고사리를 생으로 섭취하거나 덜 익힌 상태로 반복 섭취할 경우, 이 성분의 체내 축적이 우려된다는 것이 해외 전문가들의 주된 경고다.
프타퀼로사이드는 수용성이기 때문에 물에 잘 녹는다. 따라서 생고사리를 끓는 물에 데치거나 삶는 과정에서 상당량 제거된다는 점에서, 조리법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문제는 이 물질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바로 암을 유발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고사리를 오랜 기간 다량으로 섭취할 경우 발병 위험을 일정 수준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즉, 고사리는 섭취량과 조리 방식에 따라 안전성과 위험성이 나뉘는 독특한 식재료다.

삶고 데치고 말리는 과정이 핵심이다
한국에서는 생고사리를 그대로 먹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말린 고사리를 사용하며, 이 경우에는 최소 56시간 물에 불린 후 2030분 이상 삶아낸다. 이후에도 찬물에 여러 번 우려내며 남아 있는 쓴맛과 색소를 제거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복잡한 조리과정이 바로 고사리 속의 프타퀼로사이드 제거와 관련이 있다.
실제로 서울대 연구진에 따르면 건고사리를 물에 6시간 이상 불린 후 30분간 삶으면 프타퀼로사이드의 90% 이상이 제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찬물에 헹궈 2~3회 더 씻으면 잔류량은 미미한 수준으로 떨어진다. 따라서 제대로 된 조리 과정을 거친 고사리는 실제 섭취 시 위험 수준이 현저히 낮아지며, 일반적인 식단에서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렇다면 고사리는 몸 어디에 좋을까?
의외로 고사리는 다량의 식이섬유를 포함한 식품이다. 특히 불용성 섬유소가 풍부해 장내 노폐물을 흡착하고 배출하는 데 효과적이다. 잦은 변비나 장내 독소 제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식사 중 고사리 섭취가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고사리에는 비타민A 전구체인 베타카로틴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시력 보호와 항산화 작용에 기여한다.
고사리 속 칼륨 함량도 높은 편이다. 나트륨 배출을 도와주는 칼륨은 고혈압 예방과 부종 완화에 관여하는 미네랄인데, 특히 명절 음식처럼 염분이 높은 식단에 곁들여 고사리나물을 함께 먹으면 나트륨 배출 균형을 맞추는 데 유리하다. 여기에 마그네슘, 칼슘, 아연 등의 미네랄도 소량 포함되어 있어 미세 영양소 보충에도 도움이 된다.

항산화 효능은 조리 후에도 유지된다
고사리에는 다양한 항산화 성분이 포함되어 있으며, 조리 후에도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특히 플라보노이드 계열의 성분은 열에 비교적 안정적이며, 삶고 데치는 과정에서도 일부는 남아 항염 작용을 돕는다. 이런 특성 때문에 고사리는 육류와의 조합에서 영양학적 상호 보완 작용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육개장에 고사리를 넣는 이유는 단순한 풍미가 아니라, 동물성 지방과 단백질이 많은 국물 속에서 식이섬유와 항산화 성분을 동시에 보완하는 식단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조리법이 구성된 음식들은 오랜 경험 속에서 일정한 균형을 형성해온 결과물이다.

위험하지만, 조리법만 지키면 ‘문제없다’
고사리는 그 자체로 발암물질 덩어리가 아니다. 잘못된 정보는 고사리를 ‘먹어선 안 될 음식’으로 오해하게 만들지만, 실상은 조리 전 생고사리 섭취가 위험하다는 것이다. 한국처럼 삶고 우려내고 볶아 먹는 조리 문화에서는 오히려 고사리의 유익한 성분만 남기고, 유해 성분은 대부분 제거된다는 점에서, 걱정 없이 섭취할 수 있는 식재료다.
다만 말린 고사리를 급하게 데쳐 바로 먹거나, 포장된 고사리를 그대로 볶아먹는 등 조리 단계를 생략하면 위험성은 다시 올라갈 수 있다. 전통 조리 방식의 과학적 의미를 이해하고, 그 과정을 생략하지 않는 것이 고사리를 안전하게 즐기는 유일한 방법이다.
- 달걀, 하루 두 개면 괜찮다? 오히려 “이 수치” 폭등할 수 있습니다
- “이 음식” 많이 먹으면 남성 호르몬 줄어든다? 알고 보면 무서운 진실
- “내과 의사”가 매일 먹는 식단? 이렇게 먹으면 20년 건강해집니다
- “알고보니 발암 물질 폭탄” 미역국 절대 이렇게 먹지마세요
- “미역국이 암을 부른다고?” 산모도 조심해야 할 이유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