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우리 몸속에서 서서히 진행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다. 특히 조기 증상은 명확한 통증이나 특별한 변화 없이 지나가는 경우가 많아, 진단 시기가 늦어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놀라운 건 이 초기 증상들이 너무도 일상적이라는 점이다. 단순한 피로, 소화불량, 체중 변화처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증상들이지만, 사실 이들 중 일부는 병원에서도 의심하지 않으면 놓칠 수 있는 암의 시작일 수 있다.
오늘 소개할 다섯 가지 증상은 의사들도 진료 중 우연히 발견하거나, 검사 후 암 진단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한 증상’으로 분류되는 것들이다. 그 자체로는 특별해 보이지 않지만, 반복되거나 지속된다면 반드시 전문 진료가 필요한 징후들이다.
첫 번째 – 설명할 수 없는 목소리 변화와 쉰 목소리
목소리가 일시적으로 쉬는 것은 흔한 일이다. 감기, 과도한 음성 사용, 알레르기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 그러나 특별한 이유 없이 2주 이상 지속되는 쉰 목소리는 후두암이나 갑상선암 초기의 주요 신호일 수 있다. 특히 음주나 흡연 이력이 있는 사람에게서 이런 증상이 반복되면 반드시 이비인후과 검진이 필요하다.
목소리를 만드는 성대는 후두에 위치하며, 이 부위에 종양이 생기면 목소리의 높낮이, 음질, 발성 자체에 미묘한 변화가 생긴다. 말할 때 힘이 들거나, 숨소리가 거칠어지는 경우도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높지만, 놓치면 치료가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평소보다 목소리가 다르게 느껴진다면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두 번째 – 새벽 시간대에 반복되는 기침
기침은 폐렴, 감기, 알레르기 등 여러 이유로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평소 건강했던 사람이 특별한 감기 증상 없이도 새벽에 반복적으로 기침을 하고, 자다가 깨는 일이 생긴다면 폐암 초기 증상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누웠을 때 기침이 심해지고, 앉으면 가라앉는 특징이 있다면 폐 내부 압력 변화가 원인일 수 있다.
폐암 초기에는 호흡기 자극이 약하게 시작되며, 염증이 아니라 종양에 의한 물리적 압박으로 기침이 유발되기 때문에 약물로는 잘 개선되지 않는다. 여기에 가래가 거의 없고, 마른 기침이 잦다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 가족 중 폐암 병력이 있거나 장기간 흡연을 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검사가 필요하다.
세 번째 – 오른쪽 어깨뼈 쪽으로 느껴지는 뻐근한 통증
대부분의 암은 초기엔 통증이 없다고 알려져 있지만, 특정 장기에서는 통증으로 시작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간암이다. 간은 통증 감각이 거의 없지만, 간에 종양이 생기고 크기가 커지면 횡격막을 자극하면서 오른쪽 어깨뼈나 날개뼈 아래쪽에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단순한 근육통으로 착각하기 쉬운 이 통증은 쉬어도 낫지 않거나, 자세를 바꿔도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오른쪽 어깨 통증이 잦은데 특별한 근육 부상이나 사용 이유가 없다면, 혈액검사나 간초음파 등 간 기능 관련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간암은 조기 발견이 어려운 암 중 하나로, 통증을 놓치면 이미 상당히 진행된 이후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네 번째 – 지속되는 혀의 궤양 또는 이물감
입안의 궤양이나 혓바늘은 누구나 한 번쯤 겪는 흔한 증상이다. 그러나 혀의 특정 부위에 생긴 궤양이 3주 이상 낫지 않고, 통증보다는 ‘딱딱하거나 불편한 이물감’이 지속된다면 구강암 또는 혀암의 초기 증상일 수 있다. 특히 궤양 부위가 흰색 또는 붉은색 반점 형태로 변하거나, 주변이 두껍게 굳어지는 경우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흡연과 음주를 동시에 하는 사람에게서 구강암 발병률이 현저히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혀는 움직임이 많고 민감한 기관이라 초기 증상이 비교적 쉽게 느껴지지만, “입안 상처겠지” 하고 넘기는 경우가 많다. 입속 불편감이 지속된다면 조기 검진으로 간단한 조직검사를 받는 것이 현명한 대응이다.
다섯 번째 – 이유 없는 배꼽 주변의 단단한 통증
복부 통증은 장염, 과민성대장, 소화불량 등 다양한 이유로 생길 수 있다. 하지만 특이하게 배꼽 주변에 집중되고, 눌렀을 때 단단한 덩어리나 밀리는 느낌이 있다면 췌장암이나 복막암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 특히 공복 상태일 때 더 뻐근하게 느껴지거나, 체중이 갑자기 줄고 식욕이 없어지는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즉시 검진이 필요하다.
배꼽 주변은 췌장, 십이지장, 소장, 대장 등 여러 장기가 밀집된 부위로, 이곳에 발생한 종양은 초기엔 특별한 통증 없이 퍼져나가다가 복막을 자극하며 증상을 일으킨다. 간혹 이 증상을 단순한 소화 문제로 오인해 지연되는 경우가 많지만, 조기에 영상 검사를 하면 조기 암을 발견할 수 있는 확률도 그만큼 올라간다.
암은 특별한 증상보다 ‘이상한 평범함’으로 시작된다
많은 사람들이 암을 ‘갑자기 아프고 몸이 급격히 망가지는 병’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대다수의 암은 아주 평범한 증상으로 시작된다. 오히려 너무 익숙한 증상이라 무시하거나 방치되기 쉬워, 조기 진단이 어렵고 예후도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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