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은 조용한 살인자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초기 자각 증상이 거의 없다. 하지만 조절되지 않은 혈압은 뇌졸중, 심부전, 심근경색, 신부전 등 생명을 위협하는 여러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놀라운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무심코 먹는 특정 음식이 혈압을 단시간에 크게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무서운 건 이런 음식들이 겉보기엔 전혀 자극적으로 보이지 않으며, 심지어 건강식으로 오해받는 경우도 많다는 점이다.
지금부터 소개할 음식들은 식약처나 심장학회에서도 지속적으로 경고하는 고혈압 유발 식품들이며, 의사들도 고혈압 환자에게 가장 먼저 끊으라고 권하는 리스트다. 일시적인 섭취만으로도 혈관 수축을 유도하고 혈압을 급격히 높이는 작용이 있는 만큼, 평소 혈압이 높은 사람이나 가족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특히 조심해야 한다.
첫 번째 – 고형 멸치 분말이 들어간 조미 국물 제품
라면이나 조미된 국물용 스프에 포함된 ‘멸치 추출분말’이나 ‘다시마 추출물’은 천연 식재료처럼 보이지만, 실은 높은 나트륨 밀도를 가진 조미농축물이다. 특히 멸치 분말은 단위 무게당 나트륨 함량이 상당히 높아, 국물로 끓였을 때 생각보다 많은 염분을 제공하게 된다. 문제는 이런 멸치 분말을 기반으로 한 ‘가정간편식 국물’이나 ‘분말형 육수’가 건강식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마트에서 파는 어묵탕용 스프나 냉면 육수, 가정식 장조림 간장 등에 포함된 ‘자연 조미료’의 나트륨 함량은 라면보다 높기도 하며, 단일 섭취만으로 하루 나트륨 권장량의 70% 이상을 넘기기도 한다. 이 상태에서 추가 간을 하거나 김치, 젓갈을 함께 먹는다면 혈압은 단시간에 급상승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 – 저염 간장 또는 맛간장
‘저염’이라는 단어는 건강한 식재료처럼 보이지만, 저염 간장 역시 절대 안심할 수 없다. 실제로 저염 간장은 기존 간장보다 나트륨 농도는 낮지만, 풍미를 보완하기 위해 조미료, 감미료, 산미료 등의 첨가물이 함께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 조합이 만들어내는 맛은 은은하고 감칠맛이 강해 음식에 자주, 많이 쓰이게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게다가 저염 간장을 사용한다고 해서 양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마음이 느슨해져 더 많이 쓰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사용 패턴은 결과적으로 더 많은 나트륨과 조미료 섭취로 연결되며, 혈압을 높이는 데 오히려 부정적이다. 특히 맛간장에 들어가는 조미액이나 설탕, 미림 등도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고 혈관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세 번째 – 카레 분말과 분말 소스
카레는 겉으로 보기엔 건강한 음식처럼 느껴지지만, 시중에 판매되는 대부분의 카레 분말은 다량의 소금, 포화지방, 조미료가 혼합된 고나트륨 식품이다. 특히 즉석 3분 카레나 분말 카레에 포함된 나트륨 함량은 1인분 기준으로 평균 1,200mg에서 1,600mg까지 올라가며, 이는 하루 권장량의 60~80%에 해당한다. 여기에 밥과 함께 곁들여 먹는 형태까지 감안하면 총 나트륨 섭취량은 훨씬 더 높아진다.
문제는 이 카레 분말을 집에서도 ‘건강한 집밥’이라는 명목으로 자주 사용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감자, 당근, 고기 등을 듬뿍 넣어 조리한다고 해도, 국물 자체의 염분 농도는 거의 줄지 않는다. 혈압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에게는, 이 카레 한 접시가 혈압을 20~30mmHg 이상 상승시킬 수 있다.
네 번째 – 포장된 밑반찬류, 특히 간장조림 계열
마트나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밑반찬 중 가장 위험한 조합은 ‘간장 조림 + 실온 보관’ 제품이다. 진미채, 꽈리고추 장조림, 표고버섯조림 같은 제품들은 소금에 의한 맛보다는 간장 농축액에 의한 염분 밀도가 높고,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방부용 소금도 추가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조림 상태에서 농축된 국물은 한두 스푼만으로도 나트륨 섭취량이 급증하며, 여기에 밥과 함께 먹게 되면 소량으로도 고염분 식단이 완성된다. 고혈압 환자에게 가장 치명적인 식단 중 하나가 바로 ‘짭짤한 밑반찬에 밥 많이 먹는 식사’라는 점에서, 이런 밑반찬은 일절 끊는 것이 좋다.
다섯 번째 – 국물이 많은 찌개류, 특히 된장찌개·김치찌개
된장찌개나 김치찌개는 집밥의 상징 같은 음식이지만, 고혈압을 유발하는 나트륨 폭탄이기도 하다. 된장 자체가 고염분 식품인데다, 조리 과정에서 국간장이나 멸치육수, 젓갈 등이 함께 들어가면 1회 섭취 시 나트륨 섭취량은 2,000mg을 넘길 수 있다. 특히 국물까지 마시는 경우 혈압은 식사 직후부터 빠르게 올라가며, 2~3시간 이후에도 높게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김치찌개도 마찬가지다. 묵은지를 사용해 짠맛이 강한 상태에서 조리되고, 여기에 삼겹살이나 햄 등을 추가하면 나트륨과 포화지방이 동시에 섭취되며 혈관에 이중 부담을 준다. 혈압이 오르기 쉬운 체질이거나, 이뇨제나 고혈압 약을 복용 중인 사람에게는 특히 위험한 음식 조합이다.
고혈압은 음식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하나가 시작’이 될 수 있다
혈압을 올리는 음식은 단순히 짠 음식에 국한되지 않는다. ‘짠맛이 숨어 있는’ 음식, ‘자주 먹게 되는’ 음식, ‘건강식으로 오해되는’ 음식이 더 위험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트륨 함량이 높은 음식이 계속 반복될 때, 우리 몸의 혈관은 그 자극을 기억하고 반응하게 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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