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대학교 연구진이 ‘먹는 약’으로 부작용 없이 대장암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항암제는 몸 전체로 퍼져 정상 세포에도 영향을 미치는 부작용이 있었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약물이 대장암 부위에만 선택적으로 전달되도록 설계됐다.
sol-gel-sol 전환 기술
부산대학교(총장 최재원) 제약학과 유진욱 교수 연구팀은 최근 경구투여 경로를 이용해 전신 분포 없이 대장암 조직에 직접적·선택적으로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효과적인 국소 정밀 대장암 치료 플랫폼 기술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대장암 치료에 있어 항암화학요법이 주된 치료 방법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으나, 현행 치료법은 대부분의 약물이 암 조직이 아닌 정상 조직으로 분포돼 극심한 부작용을 일으키고 암 조직에는 매우 적은 약물만이 축적돼 치료 효과가 제한되는 큰 한계점이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를 해결하고자 ‘sol-gel-sol 전환 기술’과 암세포 특이적 나노복합체를 결합한 새로운 약물 전달체를 개발했으며, 암 조직으로의 선택적인 약물 분포 및 향상된 종양 성장 억제 효과를 대장암 동물 모델을 대상으로 검증했다.
* sol-gel-sol : 특정 환경에서 약물이 고체(gel) 상태와 액체(sol) 상태를 오가는 방식. 이번 연구에서는 약물이 섭취 후 고체 상태로 보호됐다가, 대장에서 다시 액체 상태로 변해 약물이 방출되는 방식으로 활용됐다. 이를 통해 약물이 대장암 부위까지 안전하게 도달하고, 효과적으로 작용하도록 했다. |
경구투여된 약물 전달체는 위에서 산성 환경에 의해 고체(gel) 상태로 변환돼 내부에 봉입(封入)된 약물 나노복합체가 흡수 또는 분해되지 않도록 보호한다. 이후 대장에 도달하면 pH 변화에 따라 gel 구조가 해체돼 나노복합체가 암 조직에 선택적으로 분포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한, 암 조직에 분포된 후 나노복합체는 암세포 내 특정 효소 활성에 반응해 약물 방출이 촉발돼 건강한 조직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강력한 항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
다른 대장 질환 치료에 응용 가능
연구팀이 제안한 약물 전달 메커니즘은 항암 치료에 있어 기존 전신 투여 방식의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염증성 장 질환과 같은 대장 질환 및 마이크로바이옴(인체미생물 유전정보) 치료제 개발에도 적용 가능성이 매우 높아 다양한 대장 질환 치료를 위한 국소 정밀 치료제 개발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유진욱 부산대 제약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순히 대장암 치료를 넘어, 국소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라며 “앞으로 이 기술이 환자들의 삶의 질을 크게 개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 및 세종과학펠로우십 지원을 받아 부산대 제약학과 유진욱 교수가 교신저자, 이주호 박사가 제1저자로 수행했으며, 국제 학술지 「화학공학 저널(Chemical Engineering Journal)」에 지난 2월 1일자로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위장관 내 sol-gel-sol 변환 및 암세포 특이적 나노복합체를 응용한 경구용 국소 대장암 표적 치료(On-site sol-gel-sol transition of alginate enables reversible shielding/deshielding of tumor cell-activated nanoconjugates for precise local colorectal cancer therapy)’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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