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은색의 부드러운 털을 지닌 강아지가 조용히, 아주 느긋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습니다. 어딘가를 멍하니 바라보며 몸을 맡긴 채 아무 움직임도 없이 고요했죠. 그런데 그 곁에서 예상치 못한 존재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작은 다람쥐 한 마리가 도토리 비슷한 먹잇감을 입에 문 채, 강아지의 풍성한 털 사이를 뒤적이기 시작한 겁니다. 겁도 없고 주저함도 없이, 털을 조심스레 벌리고는 그 속 깊이 도토리를 꾹 집어넣는 다람쥐의 모습은 놀랍도록 진지했습니다.


강아지는 그런 다람쥐의 행동을 전혀 방해하지 않았습니다. 이 상황이 낯설지 않은 듯, 마치 늘 그랬다는 표정으로 눈만 한두 번 천천히 깜빡일 뿐이었죠. 어떤 강아지들은 귀찮다며 털썩 누워버릴 수도 있었을 텐데, 이 친구는 묵묵히 그 자리에 앉아 다람쥐의 움직임을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도토리를 하나 숨기고는 다시 어딘가로 달려갔다 돌아온 다람쥐는 같은 행동을 반복하며 차곡차곡 자신의 비밀 창고를 완성해나갔습니다. 아무도 모를 은신처처럼, 검은 털 속 깊숙한 어딘가로요.

이 영상을 본 한 사람은 “강아지가 뭔가 이상하긴 한데 그냥 포기한 것 같다. 평소에도 저 다람쥐한테 이래라저래라 못하는 듯”이라는 반응을 남겼습니다. 실제로 강아지의 반응은 포용과 체념 사이 어딘가에 있는 듯 보였고, 다람쥐는 익숙한 듯 너무 자연스럽게 작업을 이어갔죠. 보통 다람쥐는 물건을 감출 때 주변을 수없이 확인하며 경계하는데, 이 다람쥐는 강아지를 경계하기는커녕 마치 협조자인 것처럼 다루고 있었습니다.

이 장면이 특별한 이유는 서로 너무나 다른 두 동물이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을 뿐만 아니라, 행동의 맥락까지도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강아지는 다람쥐에게 자신의 몸을 내어주었고, 다람쥐는 그 몸을 무례하게 대하지 않았습니다. 서로 말은 통하지 않지만, 그 사이에는 분명 조용한 신뢰가 깔려 있었죠. 어쩌면 이 둘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협력 관계’를 맺어온 친구일지도 모릅니다.

우리 주변에도 이런 관계가 존재하지 않을까요. 누군가를 위해 자리를 내어주는 사람, 그리고 그 호의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조심스레 받아들이는 사람. 서로 다르기에 더 조심하고, 그래서 더 오래 지속되는 관계. 말 없이도 통하는 배려는 늘 예상치 못한 울림을 줍니다. 그리고 오늘, 이 강아지와 다람쥐가 보여준 모습은 그 작지만 깊은 울림의 좋은 예가 되어주었습니다.
- 벽에 매달린 새끼 고양이와 필사적인 엄마 고양이의 한판 소동
- 고인 물 속 자신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강아지의 순간
- 설원 위를 도로처럼 채운 펭귄들의 질서 있는 러시아워
- 캣타워에 고양이처럼 앉은 강아지, 진짜 가족이란 이런 걸까
- 우유통에 얼굴을 파묻은 송아지, 그리고 코로 뿜고 다시 돌진한 반전 한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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