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까지 우리는 ‘하루 8시간 수면’이 건강에 가장 이상적이라고 배워왔다. 교과서, 방송, 전문가 인터뷰까지 거의 모든 매체가 8시간 수면을 기준선으로 삼아 왔고, 6시간 이하는 ‘수면 부족’, 9시간 이상은 ‘수면 과다’로 분류해왔다. 그런데 최근 일부 의과대학 교수와 수면의학 전문가들은 이 통념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꼭 8시간 잘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최적의 수면 시간은 6시간에 가깝다는 것이다.
의과학적으로 볼 때, 수면 시간만으로 수면의 질을 판단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기준이다. 신체가 가장 깊이 회복되는 시간대, 수면 주기 내 뇌파의 변화, 호르몬 분비 타이밍 등 복잡한 생리적 요인들이 작용하기 때문에 ‘몇 시간을 자느냐’보다는 ‘어떤 방식으로 자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그 중심에 있는 게 바로 ‘6시간 수면’이다.

첫 번째 – 수면의 질은 ‘총 시간’보다 ‘수면 주기의 구성’이 핵심이다
수면은 단순히 누워 있는 시간이 아니다. 렘(REM) 수면과 비렘(NREM) 수면이 약 90분 간격으로 반복되는 구조로, 이 주기가 4~5회 이어지면 대부분의 신체 회복이 완료된다. 즉, 하루 6시간 수면은 90분 × 4주기로 정확히 들어맞는 구조이며, 이 이상을 자더라도 뇌가 실제로 회복하는 과정은 더딜 수 있다.
실제로 하버드 의대 수면연구소와 UCLA 수면신경과학팀은 수면 시간이 길어질수록 오히려 렘 수면 비중이 줄고, 뒤쪽 주기의 질이 떨어진다고 보고했다. 이들은 6시간 수면을 4주기 기준으로 규칙적으로 반복할 경우, 수면 밀도(=깊은 수면 비율)가 증가하고, 피로 회복은 오히려 더 빠르게 일어난다고 분석했다.
즉, 중요한 건 얼마나 오래 자느냐가 아니라, 주기가 정교하게 잘 맞춰졌느냐는 점이다. 잠을 오래 자도 뒤척이거나 얕은 수면이 지속되면 오히려 더 피곤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두 번째 – 수면 시간 8시간은 ‘실제 수면’이 아닌 ‘침대 체류 시간’일 수 있다
보통 우리가 8시간 잤다고 말하는 건, ‘잠자리에 누워 있었던 시간’이다. 실제로 뇌파 검사나 수면다원검사를 해보면, 그 중 1시간 이상은 뒤척이거나 얕은 수면 상태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즉, 수면의 효율이 떨어질수록 ‘많이 자도 개운하지 않은’ 상태가 되는 것이다.
서울 소재 의과대학 수면의학과 A 교수는 “8시간을 채우는 것이 오히려 수면 부담을 만든다”고 지적한다. 잠을 자야 한다는 압박감, 충분히 못 잤다는 죄책감이 스트레스로 작용하면서, 실제 수면의 질이 더 떨어지는 역효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그는 “자연스럽게 잠이 드는 시간부터 6시간만 숙면을 취해도 대부분의 피로는 해소된다”고 말한다.
이러한 주장에 따르면, 무조건 8시간을 자려고 시도하는 것보다는,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며 6시간 내외의 질 높은 수면을 확보하는 쪽이 훨씬 건강에 좋을 수 있다.

세 번째 – 뇌 기능과 수면의 상관관계, 6시간 수면이 더 민첩할 수 있다
수면 시간과 인지 기능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꽤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연구팀은 6시간~6시간 30분 수면을 취한 그룹이 8시간 이상 잔 그룹보다 학습 유지력, 기억력 테스트에서 더 높은 성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깊은 수면이 빠르게 도달할수록 뇌는 더 효과적으로 정리되며, 과도한 수면은 오히려 뇌 활성화를 지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수면이 지나치게 길면 멜라토닌 리듬이 흔들리고, 오전 시간대의 뇌파 각성이 지연되면서 ‘잠은 많이 잤는데 멍한 상태’가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슬리퍼 이너티(sleep inertia)’ 현상인데, 특히 고정된 수면 리듬이 없는 사람일수록 아침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결국 뇌는 잠을 길게 자는 것보다, 일정한 패턴으로 깊게 자는 것을 더 선호한다. 6시간 수면이 ‘지속 가능하고 반복 가능한 수면 패턴’으로 유지된다면, 인지 기능 측면에서도 훨씬 효율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네 번째 – 6시간 수면이 몸에 더 이롭다는 사람들, 공통점은 ‘리듬’이다
물론 6시간 수면이 모두에게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수면 패턴은 유전, 체질, 나이, 생활 습관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실제로 6시간 수면으로도 매일 안정된 컨디션을 유지하는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일정한 수면 리듬이다.
이들은 매일 같은 시간에 잠들고, 같은 시간에 기상하며, 주말에도 수면 패턴을 크게 흔들지 않는다. 또한 잠들기 전 1~2시간 동안 스마트폰이나 과한 자극을 피하고, 명확한 수면 루틴을 가진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들에게 6시간 수면은 ‘불충분한 수면’이 아니라, ‘조직화된 숙면’이다.
반면 하루는 4시간, 또 다른 날은 10시간을 자는 식의 불규칙 수면은 아무리 길게 자도 회복력을 떨어뜨리고 생체 리듬을 무너뜨린다. 6시간 수면이 효과적이려면, 수면 시간이 짧은 대신 수면 질이 높고 리듬이 일정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수면도 맞춤화 시대, ‘8시간의 신화’는 깨져야 한다
한 가지 방식이 모두에게 맞는 시대는 지났다. 수면도 개인화된 맞춤 기준이 필요한 시점이다. 의대 교수들이 말하는 6시간 수면은 단순히 수면 시간을 줄이자는 제안이 아니라, 지금까지 ‘8시간 수면이 무조건 옳다’는 전제 자체를 다시 검토하자는 의미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