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위가 들쭉날쭉하더니 이제는 정말 봄이라는 느낌이 드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봄이 오면 많은 사람들은 피로감을 느낀다. ‘춘곤증’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자연스럽게 졸음이 몰려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다만, 현대인들은 계절 변화에 따른 단순 피로감이 아니라 실제 피로 누적으로 인한 건강 문제일 수도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춘곤증이 생기는 이유
춘곤증(spring fatigue)이란 봄철에 온몸이 나른해지고 이유 없이 졸음이 쏟아지는 증상을 말한다. 겨울과 봄 사이에는 잔뜩 추웠던 날씨가 풀어지면서 계절적으로 큰 변화가 발생한다. 이때 몸에서는 뚜렷하게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조절 작용을 시작한다.
겨울 동안에는 아무래도 활동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신체도 그에 맞춰 조절되는 경향이 있다. 봄이 오고 날씨가 따뜻해질 무렵에는 기온 상승과 함께 낮의 길이도 길어진다. 자연스레 신체 리듬은 좀 더 활력을 띠게 되고, 자율신경계의 기능이 활성화된다. 이로 인해 피로감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에 소개된 바에 따르면, 춘곤증은 통상 4~5월에 많이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 딱 지금 시즌이다. 특히 점심을 먹은 뒤 나른해지거나 졸음이 밀려오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식곤증과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기도 한다.

춘곤증과 만성피로 증후군의 구분
춘곤증은 많은 사람들이 겪는 일반적인 증상으로, 의학적인 질환이 아닌 단순한 생리적 피로감이다. 다만, “봄철이 되면 피곤하구나”라며 그냥 넘어가기에는 걸리는 부분이 있다. 바로 ‘만성피로 증후군(Chronic Fatigue Syndrome)’ 사례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피로감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가리켜 만성피로(Chronic Fatigue)라 한다. 이는 보통 스트레스 누적, 휴식이나 수면 부족이 거듭되면서 생길 수 있으므로, 충분히 쉬고 수면을 개선하면서 회복을 꾀할 수 있다.
춘곤증과 만성피로를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지속 기간, 증상의 정도, 그리고 휴식을 취했을 때 회복이 되는지 여부다. 춘곤증은 보통 몇 주 정도가 지나면 몸이 변화한 환경에 적응하며 자연스럽게 호전된다. 하지만 만성피로는 회복되지 않고 지속된다. 봄철 외에도 계절 구분 없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한 차이점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만성피로 증후군으로 이어질 경우, 피로감 이상의 문제가 생긴다. 수면을 충분히 취해도 피로가 회복되지 않고, 집중력 저하, 기억력 감퇴, 관절 통증, 두통과 같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증상들이 동반된다.
지속되는 피로감, 간과하지 말 것
스스로 생각해봤을 때 어느 정도 건전한 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피로감이 지속된다면, 단순한 피로감으로 치부하지 말고 위와 같은 증상들이 동반되지 않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런 증상들은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특정 증상만 나타날 수도 있다. 증상의 정도 역시 표준화되지 않았으므로, 스스로 면밀하게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
만성피로 증후군은 아직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다. 다만, 면역계 이상, 바이러스 감염, 스트레스, 호르몬 불균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사회에서 자주 거론되는 우울증, 불안장애와 같은 정신건강 문제를 비롯해, 수면장애나 그 외 내과적 질환과도 관련돼 있을 수 있다.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염근상 교수에 따르면 “봄철 피로가 수 주 이상 지속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전문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즉, 휴식을 취해도 풀리지 않는 피로가 오랫동안 지속된다면 정확한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만성피로 증후군을 진단할 때는 혈액 검사, 갑상선 기능 검사, 간기능 검사 등 다양한 검사를 거치게 된다. 이는 피로감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질환이 있는 것은 아닌지를 파악하기 위함이며, 검사를 통해 다른 질환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만성피로 증후군으로 진단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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