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잔잔한 물가 앞, 낮은 계단 아래에 한 마리 고양이가 몸을 낮춘 채 조용히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털은 살짝 젖어 있었고, 꼬리는 바닥에 말없이 붙어 있었죠. 자세는 움직이지 않았지만, 눈빛은 살아 있었습니다. 고양이는 한참 동안 물을 바라봤습니다. 물결이 조금씩 일렁이는 소리 속에서도 미세한 움직임 하나하나를 눈으로 좇고 있었고, 그 집중은 주변의 어떤 소리에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마치 자신과 물속 세상만이 존재하는 듯한 고요한 긴장감이 흘렀죠.


그리고, 찰나의 순간. 고양이의 앞발이 번개처럼 휘둘러졌습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습니다. 낚싯줄도 없고 미끼도 없었지만, 고양이에게는 그것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휙 하고 물을 가른 그 앞발 끝에는, 물고기 한 마리가 툭 튀어나왔습니다. 이미 낚인 상태였죠. 고양이는 그 물고기를 바닥으로 던지듯 끌어내며, 마치 이 모든 것이 예상된 움직임이었다는 듯, 다시 조용히 숨을 고릅니다.

이 장면을 본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건 낚시가 아니라 예술이다. 기다림과 타이밍, 그리고 본능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순간.” 그 말처럼, 이 고양이의 사냥은 결코 우연이나 운에 기대지 않았습니다. 오랜 기다림 속에서 오직 한 번의 기회를 정확히 잡아낸 것이었죠. 그 집중과 타이밍은 본능이자 기술이었고, 그 모습은 사냥꾼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동물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결과만을 보곤 합니다. 물고기를 잡았는지, 못 잡았는지. 하지만 그 결과가 있기까지의 침묵과 기다림, 수없이 쌓아온 관찰과 인내는 잘 보지 않죠. 고양이는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웅크리고 있었지만, 그 안에는 모든 준비가 다 끝난 상태였습니다. 실패할 수도 있었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중요한 건, 그 한 순간을 위해 모든 걸 다 바치는 진지함이었죠.

살다 보면 우리도 그런 순간을 맞이합니다. 말없이 기다리고,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준비하며, 어느 한 순간 정확히 손을 뻗어야 할 때. 그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오늘도 묵묵히 집중하는 것. 고양이는 그걸 보여줬습니다. 단순한 낚시가 아니라, 자연의 본능과 집중이 만들어낸 한 편의 짧은 드라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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