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식’이라는 말은 식탁에서 가장 강력한 마케팅 도구다. 유기농, 저지방, 무설탕, 고섬유질 같은 수식어들이 붙으면 사람들은 의심 없이 구매하고, 믿고 먹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겉보기에는 건강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혈관 건강을 악화시키는 음식들이 분명 존재한다. 더 무서운 건 이런 음식들이 습관처럼 반복될 때, 고혈압·고지혈증·죽상동맥경화 같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 소개할 다섯 가지 음식은 한때 건강식으로 주목받았거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몸에 좋다’고 착각하며 자주 섭취하고 있는 것들이다. 이 음식들의 공통점은 모두 ‘영양학적으로 한쪽만 강조된 비균형 식품’이라는 점이다. 혈관은 다양한 성분의 복합 작용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한두 가지 영양소만 부각된 식단은 되레 독이 될 수 있다.

첫 번째 – 설탕 없는 그래놀라: 당은 없어도, 산화된 지방이 문제다
‘무설탕 그래놀라’, ‘슈가프리 오트바’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제품들은 다이어터나 아침식사 대용으로 인기가 많다. 하지만 그래놀라는 제조 과정에서 식물성 기름과 당분(혹은 대체감미료)을 가열한 뒤, 곡물과 씨앗, 견과류 등을 코팅해 만들어진다. 이때 높은 온도에서 지방이 산화되고, 그 산화된 지방은 혈관 내벽을 손상시키는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특히 오트밀이 포함된 제품이라 할지라도 가공 과정에서 섬유질 구조가 깨지며 혈당 반응을 빠르게 일으킬 수 있다. 게다가 건조된 과일조각, 바삭한 식감을 위한 팜유 코팅 등이 결합되면 결과적으로 ‘당분 + 산화지방 + 정제탄수화물’의 조합이 형성된다. 매일 아침 건강한 한 끼로 생각하고 먹는 그래놀라 한 그릇이 오히려 혈관 탄성을 약화시키고, 만성 염증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두 번째 – 무지방 요거트: 지방은 뺐지만, 혈당은 치솟는다
무지방, 저지방 요거트는 ‘다이어트 필수품’처럼 여겨지며 꾸준히 소비되고 있다. 하지만 지방이 제거된 요거트는 원래 우유 속에 있던 포만감과 천연지방이 사라진 대신, 맛을 보완하기 위해 설탕이나 과일 퓌레, 시럽, 전분 등이 첨가되는 경우가 많다. 즉, 지방 대신 당질을 넣어 맛과 질감을 유지한 셈이다.
문제는 이런 제품들이 인슐린 반응을 급격하게 유도하고, 혈관 내피세포에 스트레스를 가한다는 것이다. 인슐린이 급상승하면 혈관 벽에 있는 근육세포가 수축하면서 혈압이 상승하고,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혈관은 탄력을 잃게 된다. 무지방 요거트는 체중 감량엔 일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혈관 건강 측면에서는 정제된 당질 덩어리에 가깝다.

세 번째 – 두유: 콩의 이미지에 가려진 ‘첨가물’의 불균형
두유는 전통적으로 건강식품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식물성 단백질, 이소플라본, 칼슘이 풍부하다는 이유로 남녀노소 즐겨 찾는다. 하지만 시중에서 판매되는 두유 제품의 상당수는 ‘설탕 함유’, ‘합성향료’, ‘전지분유 혼합’, ‘유화제 첨가’ 등 여러 가공물이 포함된 상태다.
특히 단맛이 있는 두유 제품은 200ml 한 팩당 당류가 10~15g 이상 들어있으며, 이는 혈당을 빠르게 올리고 인슐린 저항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 또한 일부 두유 제품은 콩 단백질보다 정제된 전지분유나 액상과당이 주원료로 들어 있는 경우도 있어, 본래 콩이 가진 장점을 상쇄시켜버린다. 혈관 건강을 위한 두유는 반드시 ‘무첨가, 무가당’ 제품으로 선택해야 하며, 가능하다면 직접 콩을 갈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네 번째 – 병조림 과일: 천연 과일보다 더 위험한 당 함량
복숭아, 파인애플, 망고 등 통조림이나 병조림 형태의 과일은 유통기한이 길고 먹기 편하다는 이유로 많이 소비된다. 특히 ‘과일이니까 건강하다’는 인식 아래 샐러드, 요거트 토핑으로 자주 활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 제품의 대부분은 당밀 또는 액상과당 시럽에 장시간 저장되면서 당 함량이 원물보다 3~5배 이상 증가하게 된다.
과당은 과일 속에 존재할 때는 식이섬유와 함께 작용해 천천히 흡수되지만, 가공된 상태에서는 섬유질이 제거되어 흡수가 빠르고 간에서 중성지방으로 전환되기 쉽다. 이로 인해 혈중 중성지방 수치가 올라가고, 간 내부에도 지방이 쌓여 혈관 내 염증 유발과 동맥경화 위험이 높아진다. 결국 ‘과일’이라는 이름에 속아, 혈관 건강을 해치는 고당질 가공식을 섭취하게 되는 셈이다.

다섯 번째 – 글루텐 프리 베이커리: 밀가루 대신 설탕과 지방이 더 많다
글루텐 프리 식품은 밀가루에 민감한 사람들뿐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건강식이라는 인식으로 확산됐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시중 글루텐 프리 베이커리나 간식의 상당수는 밀가루 대신 쌀가루, 감자전분, 타피오카, 옥수수 전분 등 고당질 재료로 만들어지고, 맛과 식감을 살리기 위해 설탕과 지방을 더 많이 사용한다.
문제는 이 조합이 혈관에 최악의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전분과 설탕이 결합된 구조는 혈당을 급격히 상승시키고, 트랜스지방이 첨가된 경우 혈중 LDL 수치를 올려 죽상동맥경화를 유도할 수 있다. 밀가루를 뺐다고 해서 무조건 건강해졌다고 믿는 건 위험한 착각이며, 혈관 건강 관점에서는 오히려 일반 빵보다 더 해로운 성분이 들어 있을 수 있다.

건강식은 ‘이름’이 아니라 ‘구성’이 결정한다
건강식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오히려 이런 포장을 믿고 무비판적으로 섭취할수록 혈관 건강엔 치명적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진짜 건강식은 가공을 최소화하고, 영양소의 균형이 맞으며, 섭취 빈도와 양이 조절되는 방식으로 구성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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