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식’이라는 이름 아래 무심코 매일같이 먹는 음식 중에는 의외로 몸속 염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식품이 있다. 겉보기에 담백하고 가볍고, 칼로리도 낮아 보여 안심하고 먹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체내 염증 반응을 유도하거나 소화기관에 부담을 줘서 전신 염증을 부추길 수 있다.
염증은 암, 치매, 당뇨, 심혈관질환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며, 만성 염증 상태가 지속되면 피로, 두통, 수면장애, 관절 통증 등의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다음은 건강한 음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작 ‘만성 염증’ 관점에서 보면 다시 생각해봐야 할 4가지 식품이다.

현미밥 – 섬유질보다 피틱산이 더 문제일 수 있다
현미는 대표적인 건강 곡물로 꼽힌다. 흰쌀보다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혈당지수가 낮아 다이어트나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미의 껍질에는 ‘피틱산(phytic acid)’이라는 물질이 들어 있다. 이 피틱산은 미네랄 흡수를 방해하고, 장내 점막을 자극해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위장이 약하거나 장누수증후군이 의심되는 사람의 경우, 현미의 거친 껍질이 오히려 장벽을 손상시키고 소화불량과 복부팽만, 만성 염증을 유도할 수 있다.
현미는 제대로 불리고 발아시킨 뒤 먹어야 이런 부작용이 줄어든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충분히 불리지 않고 바로 밥을 지어 먹기 때문에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건강식을 위해 먹는 현미가 오히려 장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플레인 요거트 – 유산균보다 당분과 유제품 단백질이 문제
무가당 플레인 요거트는 장 건강을 위한 대표 식품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장내 유익균을 늘리는 데 도움을 주고, 변비나 소화불량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요거트가 ‘몸에 좋은 음식’은 아니다. 유당불내증이 있거나 카세인 단백질에 민감한 사람의 경우, 요거트의 단백질 성분이 장 점막에 미세한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는 곧 장내 면역 반응을 자극하고 전신 염증 상태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또한 시중의 플레인 요거트라고 해서 무조건 무가당인 것도 아니다. 유산균 배양을 위해 유당이 남아 있거나, 제조 과정에서 당분이 잔류해 혈당 스파이크를 유발할 수 있다. 요거트를 건강하게 섭취하고 싶다면, 완전 무가당 제품을 고르고, 염증 지수가 낮은 식물성 유산균 기반 요거트로 대체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닭가슴살 – 저지방 고단백 식품의 숨은 그림자
닭가슴살은 다이어트 식단의 상징과도 같은 음식이다. 지방 함량이 낮고 단백질이 풍부해 체중 감량과 근육 유지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문제는 닭고기의 사육 환경과 가공 방식에 따라 염증 유발 가능성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닭가슴살은 공장식 축산 방식으로 길러진 닭에서 얻은 것이며, 이 과정에서 항생제나 성장촉진제가 사용될 수 있다. 또한 이런 닭고기는 오메가-6 지방산 함량이 높고 오메가-3 비율이 낮아 염증성 체내 환경을 조장할 수 있다.
특히 가공된 닭가슴살 제품은 나트륨, 인산염, 보존제 등이 첨가되어 있어 간접적인 염증 유발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닭가슴살이 ‘무조건 건강하다’는 인식은 경계해야 하며, 가능하다면 유기농 또는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원육을 선택하고, 굽거나 삶는 방식으로 단순 조리해서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통밀빵 – 포만감 뒤에 숨어 있는 글루텐 문제
정제되지 않은 통밀로 만든 빵은 흰빵보다 건강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혈당 반응도 낮고 식이섬유도 많으며, 다이어트 중에도 허용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통밀에는 글루텐 함량이 흰밀보다 오히려 더 많을 수 있으며, 소화가 어렵고 장 점막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특히 글루텐에 민감한 사람의 경우, 통밀빵을 먹고 난 뒤 피로감, 복통, 집중력 저하 같은 전신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글루텐은 소화되면서 ‘존질린’이라는 단백질 조각을 남기는데, 이는 장 점막의 투과성을 높여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만성 염증성 질환이나 자가면역 질환이 있는 사람이라면, 통밀이더라도 밀가루 기반 식품은 제한하는 것이 좋다.

‘건강식’이 만성 염증을 키우는 모순을 주의하라
몸에 좋다고 알려진 음식이라고 해서 누구에게나 건강한 것은 아니다. 음식의 성분, 조리법, 개인의 체질과 소화 능력에 따라 ‘건강식’은 얼마든지 염증 유발 식품으로 바뀔 수 있다. 현미, 요거트, 닭가슴살, 통밀빵 모두 흔히 접하는 식재료지만, 이들에 포함된 특정 성분이 오히려 장 건강을 망치고 면역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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