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보기엔 멀쩡해 보이지만 고구마를 자르다 보면 속에 거뭇한 점들이 박혀 있는 걸 볼 수 있다. 흔히 ‘검은 반점’이라 부르는 이 자국,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그냥 먹는 경우가 많은데,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이 반점은 단순한 변색이 아니라 독성 물질이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검은 반점은 왜 생기는 걸까
고구마에 생기는 검은 반점은 크게 두 가지 원인으로 나뉜다. 하나는 단순한 산화 반응이고, 다른 하나는 곰팡이균 감염 때문이다. 먼저 산화 반응의 경우, 고구마에 상처가 생기면서 표면에 존재하는 폴리페놀 성분이 산소와 접촉해 갈변하는 현상이다. 이때의 검은 자국은 단순한 색 변화일 뿐, 특별한 위험은 없다.
하지만 곰팡이에 감염된 경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특히 ‘푸사리움균’과 같은 독성 곰팡이에 오염된 고구마는 겉은 멀쩡해 보이지만 속에서부터 검게 변색된다. 이 곰팡이는 습기 많은 환경에서 쉽게 번식하며, 고구마 수확 이후 저장 중에 많이 발생한다. 문제는 이 곰팡이가 ‘푸모니신(fumonisin)’이라는 독성 물질을 생성한다는 점이다. 이 독소는 신경계, 간, 신장 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며,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검은 반점 고구마, 먹어도 괜찮을까?
간혹 고구마를 깠을 때 반점이 보이면 그 부분만 도려내고 나머지는 먹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곰팡이 독소가 단순히 변색 부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푸모니신은 수분과 함께 조직 전반으로 확산되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검은 점만 제거한다고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실제로 푸사리움균은 사람뿐 아니라 가축에도 독성을 나타내며, 미국 농무부에서는 이 균에 오염된 옥수수나 고구마의 섭취를 금지하고 있다. 독성이 체내에 쌓일 경우 간암이나 식도암 등 장기 손상과 관련된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넘겨선 안 되는 문제다.
검은 반점을 미리 피하는 방법은?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은 고구마를 구입할 때부터 상태를 꼼꼼히 살피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여도 표면에 물렁하거나 축축한 부분, 눌린 자국이 있다면 내부에 곰팡이가 번식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저장 과정에서 습기가 많은 장소에 보관했거나, 일정 온도 이하에서 냉해를 입은 고구마는 내부 조직이 무르면서 곰팡이가 빠르게 퍼질 수 있다.
또한 보관 시에는 통풍이 잘되는 곳에 두고, 절대 냉장 보관하지 않는 것이 좋다. 고구마는 낮은 온도에 민감해 냉장실에 넣을 경우 세포가 손상되고, 이로 인해 곰팡이균 침투가 쉬워진다. 적정 보관 온도는 약 13~15도이며, 종이 상자나 망에 넣어 어두운 곳에 두는 것이 좋다.
검은 반점 있는 고구마를 섭취한 뒤 복통, 구토, 설사 같은 증상이 나타날 경우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 노인, 간 질환 환자라면 소량의 독소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고구마, 건강식이 되려면 기본부터 점검해야
고구마는 풍부한 식이섬유와 항산화 성분, 천천히 흡수되는 탄수화물 덕분에 건강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이점은 ‘제대로 된 상태’에서 먹었을 때의 이야기다. 오래된 고구마나 이미 상한 고구마는 몸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검은 반점이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무조건 피하고, 이상한 냄새가 나거나 단면이 끈적이는 고구마 역시 과감히 버리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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