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백질 하면 보통 자연스레 근육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막상 근육과 단백질 합성에 관련된 질문을 해보면 명확히 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간단한 예를 들어 보자. 동물성 단백질과 식물성 단백질은 근육 증가에 있어 차이가 있는가? 하루치 단백질은 매 끼니 조금씩 나눠서 섭취해야 하는가?
이런 질문에 대해 누군가는 자신 있게 답할 수도, 누군가는 어물거릴 수도 있다. 이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만약 위 질문에 명확하게 답하지 못했다면, 이번 기회에 머릿속에 담아둘 수 있을 것이다.
근육 단백질 합성과 관련된 의문
일리노이 대학 연구팀은 지난 4일 저널을 통해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가장 핵심이 된 주제는 ‘식물성 식단을 섭취했을 때, 동물성 식단에 비해 단백질 합성에 불리한가?’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근육에서의 단백질 합성과 관련된 세 가지 질문’에 보다 명확한 답을 찾고자 했다.
어떤 사람은 “근육 만드는 데는 고기가 좋다”라고 철석같이 믿는다. 꼭 고기가 아니더라도, 생선, 달걀, 유제품 등의 동물성 단백질이 근육을 증가시키는 데 더 좋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꽤 많다.
물론 전혀 근거 없는 믿음은 아니다. 실제로 동물성 단백질은 식물성 단백질에 비해 단위 무게당 단백질 함량이 높은 경우가 많다. 게다가 동물성 단백질은 한 가지 식품만 섭취하더라도 필수 아미노산을 모두 얻을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권장하는 방법은 아니다.) 또, 섭취량 대비 실제 소화흡수율도 상대적으로 우수하다.
기존 연구 중에도 같은 맥락의 결과를 내놓은 것들이 있다. 일리노이 대학 연구팀은 자신들이 검토했던 한 연구를 언급했다. ‘단 한 번의 식사를 한 후 근육 생검’을 실시한 결과를 담은 연구다. 동물성 식단을 섭취한 사람이 식물성 식단을 섭취한 사람에 비해 근육 합성이 더 활발했다는 내용이다.

10주 간의 장기 실험 결과
이 대목에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단 한 번의 식사’라는 부분이다. 한 번의 식사를 기준으로 한다면 동물성 단백질의 근육 합성이 더 우수하게 나오는 것은 당연해보인다. 단백질 함량도 높고, 소화흡수율도 더 우수하니까. 하지만 비현실적이다. 보다 현실적인 결과를 얻고자 한다면,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꾸준히 섭취했을 때를 기준으로 해야 옳을 것이다.
일리노이 대학 연구팀의 의문도 이 지점에 있었다. 연구팀은 지난 2023년 3월, 10주에 걸친 실험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통제된 실험실 환경에서 참가자들을 그룹으로 나누고, 각각 비건 식단과 잡식 식단을 섭취하면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참가자들은 실험 기간 동안 체중 1kg당 1.6~1.8g의 단백질을 섭취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권장 섭취량에 비해 상당히 높은 양이다. 실험을 진행하며 근육량 변화 및 반응 등을 주기적으로 조사한 결과, 식단에 따른 근육 단백질 합성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난 뒤, 연구팀은 기존에 자신들이 수행했던 연구를 비판적으로 검토했다. 먼저 체중 1kg당 단백질 섭취량이 너무 많았다. 또한, 이 정도 섭취량을 유지하기 위해, 비건 식단 그룹에는 식물성 단백질 보충제가 여러 번 사용됐다. 실제 식물성 식단만으로 1kg당 1.6~1.8g 단백질을 공급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실험 기간이 너무 길었고, ‘통제된 환경’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비판적 의견이 나왔다. 사람들이 실제로 일상에서 섭취하는 식단과 유사성이 있어야만, 결과에 대한 신뢰성이 높아질 거라는 분석이다.
자체 피드백을 통한 새로운 실험
연구팀은 이러한 피드백을 반영해 새로운 연구를 설계했다. 먼저 건강에 별다른 이상이 없는 20~40세 성인 40명을 모집하고, 영양 상태를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 7일에 걸쳐 표준화된 식단을 섭취하도록 한 다음, 다리 근육 조직 생검을 실시했다. 그리고 참가자들을 비건 식단 그룹과 잡식 식단 그룹으로 무작위 배정한 다음, 9일 동안 정해진 식단을 유지하도록 했다.
비건 식단은 식물성 단백질의 한계를 고려해 필수 아미노산이 고르게 공급되도록 설계했다. 잡식 식단은 약 70%를 동물성 단백질로 설계해, 양쪽 그룹의 식단이 명확한 차이를 보이도록 했다. 지난번 실험과 달리, 이번 실험은 체중 1kg당 1.1~1.2g의 단백질을 섭취하도록 했다.
각 그룹은 다시 하루 3끼니를 먹는 그룹과 5끼니를 먹는 그룹으로 나뉘었다. 하루 동안의 단백질 섭취량은 동일했으나, 3끼니 그룹은 매 끼니마다 비슷한 양의 단백질을 먹었고, 5끼니 그룹은 매 끼니마다 단백질 섭취량을 다르게 했다. 보통 마지막 끼니의 단백질 섭취량이 더 높았다.
통제된 환경에서 진행했던 실험과 달리 참가자들은 실험실과 집을 오갈 수 있었다. 3일에 한 번씩 실험실에서 근력 강화 트레이닝을 실시했으며, 그 외에는 가속도계를 착용하고 생활하며 전반적인 활동량을 측정했다.
한편, 참가자들은 매일 ‘중수’를 마셨다. 일반적인 물에 들어있는 수소 대신 중수소가 들어간 물이다. 연구팀의 설명에 따르면 중수소 원자가 근육 조직에 흡수되는 과정을 추적할 수 있어, 근육의 반응이나 근육량의 변화 등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식물성 단백질, 비건 식단 아무 문제 없다
9일 후 연구팀은 다시 참가자들의 다리 근육 조직 생검을 실시해, 실험 전 생검 결과와 비교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기존에 세워두었던 모든 가설들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의문 1. 단백질 공급원이 근육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가?
No. 비건 식단과 잡식 식단 모두 근육 단백질 합성 속도에는 차이가 없었다.
의문 2. 하루 총 단백질을 고르게 나눠서 섭취하는 것이 중요한가?
No. 한 끼니에 단백질을 더 많이 먹든, 하루동안 고르게 나눠서 먹든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의문 3. 더 많은 단백질 섭취량이 위 변수에 영향을 미치는가?
No. 2023년 실험에 비해 일일 단백질 섭취량을 상당량 줄였음에도, 근육 단백질 합성에는 차이가 없었다. 즉, 일부러 단백질을 더 많이 먹는다고 해서 근육이 더 잘 합성된다고 볼 수 없다.
물론 이러한 내용들은 ‘개인차’를 고려하면 인해 조금씩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연구팀이 두 번의 연구를 통해 확인한 사실들은 ‘보편적 사실’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연구팀을 이끈 니콜라스 버드 교수는 “충분한 고품질 단백질이라면 무엇이든 괜찮다”라고 요약했다.
즉, 자신의 식성에 맞는 식품을 선택하되, 단백질 함량과 소화흡수율 등을 고려해 충분한 양을 섭취할 수 있으면 된다는 의미다. 식물성 식품을 선호하는 경우라면 여러 종류를 고루 섭취해 필수 아미노산을 모두 챙기도록 하고, 조리 과정에서 단백질 손실이 발생하기도 하므로 조리법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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