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연구팀이 손목시계 형태의 의료 모니터링 장치 ‘서크트렉(CircTrek)’을 개발해 선보였다. 이 장치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웨어러블 혈액 검사 기기’라 할 수 있다. 혈관 내부의 단일 세포까지 감지할 수 있을 만큼 정밀·민감하면서도 손목에 착용할 수 있을 만큼 작은 크기의 비침습적 의료기기다.
이 웨어러블 장치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인체 내 순환 세포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웨어러블 혈액 검사 기기라고 표현한 것은, 혈액 채취 없이 비침습적으로 혈류 속 혈액 상태를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기술은 「네이처(Nature)」의 파트너 저널 중 하나인 에 게재됐다.
실시간 웨어러블 혈액 검사 기기
‘서크트렉(CircTrek)’은 MIT 미디어랩 조교수인 데블리나 사르카르 박사 연구팀이 개발했다. 사르카르 박사는 AT&T 경력 개발 의장이자 나노-사이버네틱 바이오트렉 연구 그룹을 이끌고 있다. CircTrek은 질병의 조기 진단, 질병 재발 감지, 감염 위험 평가, 질병 치료의 효과 여부 판단 등 여러 의료 과정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의 설명에 따르면, 기존의 혈액 검사는 환자 상태를 ‘스냅샷’처럼 보여준다는 한계가 있다. 즉, 검사를 실시한 그 순간의 정보만을 보여준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CircTrek은 웨어러블 혈액 검사 기기로서 착용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계속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연구팀은 제출한 논문을 통해 “이전까지는 해결되지 않았던 중요한 과제”라고 언급했다. 기존의 기술 중 비교할 만한 것으로는 ‘유세포 분석법(Flow Cytometry)’이 있다. 이는 개별 세포를 빠르게 분석하는 기술로, 이를 활용하면 혈류 내 세포의 연속적 모니터링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하지만 연구팀 소속의 박사 과정생 장규호 연구원의 설명에 따르면, 유세포 분석을 위해서는 연구실 규모의 장비가 필요하다. 또한, 대상자로부터 혈액 샘플을 얻어서 측정하는 방식이므로, 대상자가 현장에 있는 동안만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CircTrek은 ‘온보드 Wi-Fi 모듈’을 장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즉, 와이파이에 연결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환자는 어디서든 혈류 순환 세포를 모니터링할 수 있고, 해당 정보를 담당 의사나 치료팀에 전송할 수도 있다.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으며, 휴대성을 기반으로 언제 어디서든 빠르게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CircTrek의 가장 두드러지는 장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중요한 시기에 곧바로 임상적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 사르카르 박사의 말이다.

치료 반응 및 진단 평가 개선 기대
웨어러블 혈액 검사 기기로 작동하기 위해 CircTrek은 특별하게 설계된 레이저 빛을 활용한다. 피부 아래 형광 물질로 표시된 특정 세포에 레이저 빔을 집중해서 쬐면, 해당 세포들이 빛을 내는 원리를 활용한다.
세포에 형광 표시를 하는 방법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항체 단백질에 형광 염료를 붙여 세포에 적용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세포가 스스로 빛을 내도록 유전자를 변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항암 치료 방법 중 하나인 CAR-T세포 치료를 받는 경우, 해당 세포에 형광 염료를 붙이거나 유전자 변형을 적용함으로써 세포가 형광 단백질을 발현하도록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밖에도 여러 방법으로 세포의 형광 표지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CircTrek을 활용하면, 형광 표지된 CAR-T세포를 검출함으로써 세포 치료의 효과를 평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치료 후 혈액 내 CAR-T세포가 지속적으로 발견된다면, 환자의 치료 반응이 좋다고 평가할 수 있는 식이다.
물론, 실제 정확한 예후 판단을 위해서는 다른 임상 요소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하지만 CircTrek을 통해 실시간 모니터링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면, 진단 및 평가에 있어 중요한 데이터를 보다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피부 안전성 검증 완료, 상용화 추진
장규호 연구원의 설명에 따르면, 부품 최적화 과정을 거듭해 노이즈를 크게 줄였으며, 최종적으로 형광 세포가 보내는 신호만 포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CircTrek에서 형광 신호를 감지하는 센서 역시 매우 작은 크기지만, ‘단일 광자’에 해당하는 정도의 빛도 감지할 수 있을 만큼 센서 감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레이저 드라이버와 노이즈 필터를 포함한 CircTrek의 서브서킷은 42mm x 35mm 크기의 회로 기판에 맞춰 설계됐다. 이를 통해 CircTrek은 최종적으로 스마트워치와 거의 비슷한 크기로 완성됐다.
피부 아래 혈류를 감지하는 것의 안전성에 대한 테스트도 마쳤다. CircTrek을 사용하면 피부 표면의 온도가 약 1.51℃ 가량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나, 피부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CircTrek을 상용화하기까지는 추가적으로 거쳐야 할 절차가 많다. 하지만 장규호 연구원은 “매개변수를 수정함으로써 잠재력을 확대할 수 있다”라고 이야기하며, “CirkTrek을 일상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면, 임상 의료진들이 환자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정확하고 빠르게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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