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 문제는, 뇌는 이미 살려달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 주변에서도, 본인 스스로도 그걸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 조기 발견이 생명인 만큼, 작은 변화라도 정확하게 캐치하는 게 중요하다. 단순한 건망증을 넘어서, 뇌가 보내는 진짜 치매 전조 신호 5가지를 알아보자.
1. 단순 실수가 아니라 ‘습관이 사라진다’
단순히 약속을 까먹거나 물건을 잊어버리는 수준이 아니다. 치매 초기에는 일상적인 루틴 자체가 사라지기 시작한다. 예를 들면, 평소 매일 아침 커피를 마시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커피를 마시는 걸 까먹거나, 양치하는 걸 잊는다. 또는 매일 다니던 길에서도 방향을 헷갈려서 전혀 엉뚱한 길로 들어서기도 한다.
이건 단순 기억력 저하 문제가 아니다. 뇌 안에서 ‘절차 기억(Procedural memory)’이 손상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절차 기억은 습관적 행동을 자동으로 이어주는 기능인데, 이게 무너지면 뇌 기능 자체가 급격히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
2. 평소 성격과 전혀 다른 감정 폭발이 나타난다
치매 초기는 단순히 기억력 문제가 아니다. 성격이나 감정 조절에도 변화를 일으킨다. 평소 온화하던 사람이 별것도 아닌 일에 화를 내거나, 반대로 무기력하게 감정 반응이 없어지는 경우도 있다.
특히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에 대한 태도가 눈에 띄게 달라진다면 주의해야 한다. 평소 좋아하던 활동에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하거나, 사소한 일에도 불안해하고 과도하게 분노하는 모습은 뇌 전두엽 기능 저하와 관련이 깊다. 감정 조절 이상은 단순한 스트레스 탓으로 넘기기 쉽지만, 반복된다면 반드시 체크해야 할 치매 전조 증상이다.
3. 돈 계산이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치매는 수학 능력부터 무너뜨린다.
복잡한 수식이 아니라, 일상적인 돈 계산조차 버거워지는 식이다. 예를 들면, 시장에서 거스름돈을 제대로 계산하지 못하거나, 통장 이체를 하려다가 계좌번호를 헷갈리는 등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게 하던 행동이 어려워진다.
이건 뇌에서 ‘작업 기억(Working memory)’과 ‘집행 기능(Executive function)’이 동시에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특히 숫자와 관련된 실수가 늘어나면, 치매 초기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해야 한다. ‘건망증’은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돌아오지만, 치매는 아예 기억 자체가 재구성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르다.
4. 평소 사용하던 단어를 갑자기 잊는다
치매 초기에는 말이 어눌해지거나 발음이 어긋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문장은 매끄럽지만, 핵심 단어를 빼먹는 경우가 생긴다. 예를 들면, ‘리모컨’을 찾으려 할 때 “그 손으로 조작하는 거 있잖아”처럼 애매한 표현만 반복하고, 정작 단어 자체가 떠오르지 않는 상황이 잦아진다.
이런 언어 기억 저하는 특히 치매 중에서도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초기 특징 중 하나다. 자꾸 말을 빙빙 돌리거나, 단어를 머뭇거리게 된다면 그건 뇌가 단순 피로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손상되고 있다는 경고일 수 있다.
5. 사소한 사건에 대한 ‘시간감각’이 무너진다
치매 초기에는 시간에 대한 인지가 흐려진다. 단순히 오늘 날짜를 착각하는 수준이 아니라, 사건과 사건 사이의 시간 간격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점심을 먹은 지 10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오늘 점심 안 먹었다”고 하거나, 아침에 약을 먹었는데 저녁에 다시 약을 챙기려 한다.
이건 기억이 아예 저장되지 않거나, 시간 흐름에 따라 정렬되지 않는 ‘시간 방향성 손상(temporal orientation impairment)’ 때문이다. 시간에 대한 감각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뇌 전체 정보처리 기능이 이미 상당히 약해진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단순 착각이라 넘길 문제가 아니다.
치매는 나이 많은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초기 신호를 무시하고 지나치면, 발병 시기를 스스로 앞당길 수 있다. 습관 상실, 감정 변화, 돈 계산 이상, 단어 망각, 시간 감각 붕괴. 이 다섯 가지는 단순 건망증과는 차원이 다른 뇌의 비상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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