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리온 질환(Prion Disease)이라는 말은 상대적으로 낯설다. 하지만 ‘광우병(BSE)’이라고 하면 보다 쉽게 와닿는다. 광우병을 비롯해 인간에게서 발병하는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이 대표적인 프리온 질환이다.
프리온 질환은 희귀 난치성 질환으로, 현재까지는 치료가 불가능해 ‘치명률 100%’로 알려져왔다. 최근 전북대학교 연구팀이 이에 대한 치료 가능성을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치명률 100% 프리온 질환
프리온 질환은 뇌에서 발견되는 정상 프리온 단백질(Prion Protein Cellular, PrPC)이 비정상적인 형태(스크래피 프리온 단백질, PrPSc)로 바뀌며 초래되는 질환이다. 본래 뇌에서 생겨나는 단백질은 이상이 생기거나 오래될 경우 효소에 의해 자연스럽게 분해된다. 하지만 프리온 단백질은 효소 분해에 저항성을 가져, 천천히 수가 늘어나게 된다.
게다가 프리온 단백질은 주변의 다른 단백질도 ‘전염’시킨다. 이렇게 어느 순간 비정상적인 프리온 단백질이 특정 수에 도달하면 병을 일으키게 된다. 비정상적인 프리온 단백질은 다시 정상화되지 않는다. 이것이 프리온 질환이 ‘치명률 100%’로 알려진 근본적 이유다.
MSD 매뉴얼에 따르면 프리온 단백질은 뇌 신경세포에 현미경으로 볼 수 있는 수준의 작은 기포를 형성한다. 실제로 환자의 뇌 조직 검체를 현미경으로 보면 스펀지처럼 구멍이 뚫린 모양처럼 보인다. 이렇게 된 뇌 세포는 기능을 멈추고 사멸한다.
프리온 질환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유형은 ‘특발성’이다. 즉, 명확한 이유 없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로, 전체 질환 발생의 85~9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흔한 유형이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이며, 심각한 수준의 불면증으로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뇌 자정 시스템과 줄기세포 결합
전북대학교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정병훈 교수 연구팀은 최근 이에 대한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프리온 질환이 유발된 쥐 모델에 ‘글림파틱(glymphatic) 시스템’을 활성화시키는 약물 ‘클로니딘’과 지방 유래 중간엽 줄기세포(AdMSC)를 함께 투여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글림파틱 시스템이란, 뇌혈관 주위의 공간을 시작으로 뇌척수액과 간질액 교환을 통해 뇌에 축적된 노폐물을 내보내는 일련의 자정 시스템이다. 최근 서울대학교와 카이스트 연구팀이 운동을 통해 뇌의 글림파틱 시스템이 강화된다는 사실을 확인해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중간엽 줄기세포(MSC)는 성체줄기세포(Adult Stem Cell)의 한 유형으로, 손상된 조직이나 장기 재생에 응용할 수 있다.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MSC는 뇌졸중, 외상성 뇌 손상, 알츠하이머, 파킨슨, 다발성 경화증과 같은 질환에 잠재적 치료법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실험 결과, 프리온 단백질 축적이 감소했으며, 프리온 질환 발생이 억제되는 효과를 확인했다. 클로니딘과 AdMSC를 함께 투여한 쥐는 그렇지 않은 쥐에 비해 평균 140일 더 오래 생존했다. 실험용 쥐 모델의 수명을 고려해 인간의 수명으로 환산할 경우, 약 15년에 해당하는 기간이다. 물론 이는 단순 환산한 결과이므로, 그보다는 ‘유의미한 수준의 질병 억제 효과’라는 점이 포인트다.
이번 연구는 「분자 신경퇴행(Molecular Neurodegeneration, IF=15.1)」에 지난 17일(목) 게재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기존까지 치료법이 없었던 프리온 질환의 정복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전북대학교 정병훈 교수는 “글림파틱 시스템과 줄기세포 기반 치료를 결합한 새로운 치료 개념을 제시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라며 “향후 알츠하이머나 파킨슨 같은 다양한 신경퇴행성 질환으로의 응용 가능성도 기대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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