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을 청소한다고 해도 실제로 세균과 곰팡이가 번식하는 공간은 따로 있다. 청소기를 돌리고, 바닥을 닦고, 세면대 주변을 정리한다고 해서 위생이 완성되는 건 아니다. 진짜 문제는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매일 접촉하는 곳’이다.
세균이 자라는 환경은 따뜻하고 습한 곳, 반복적으로 손이 닿는데도 청소가 소홀한 곳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확인하고, 청소를 시작해야 할 위생 사각지대 4곳을 정리해본다.
1. 샤워헤드 – 물이 깨끗하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
샤워할 때 우리는 맑은 물이 나오는 걸 보고 안심하지만, 그 물이 통과하는 ‘샤워헤드 내부’는 전혀 다른 세계다. 샤워헤드는 물이 끊임없이 흐르는 도구인 동시에, 사용하지 않을 때는 수분이 고여 세균과 곰팡이가 번식하기 딱 좋은 구조를 갖고 있다. 특히 샤워헤드 내부는 따뜻한 수온, 습기, 인체에서 떨어져 나온 각질과 비누 찌꺼기가 함께 모이는 곳이라 레지오넬라균, 녹농균, 아시네토박터 같은 병원성 세균이 자주 검출된다.
물때가 낀 외부만 닦고 지나치기 쉬운데, 실제로 더 문제가 되는 건 분사구 안쪽이다. 분사 구멍이 막히거나 물살이 약해졌다면 세균층이 형성됐을 가능성이 높다. 한 달에 한 번은 분리해서 식초와 뜨거운 물로 내부까지 소독하는 것이 안전하다.
2. 화장실 전등 커버 – 손으로 닿지 않으니 더 오래 방치된다
화장실 전등은 ‘눈에 잘 보이지만 손이 안 닿는 곳’이라는 이유로 청소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특히 전등 커버 내부는 습기와 온기에 노출되어 곰팡이 포자가 번식하기 쉬운 조건을 갖추고 있다. 샤워할 때 증기가 올라가고, 따뜻한 공기가 갇히면서 커버 안쪽에 미세한 물방울이 맺힌다.
이 수분이 마르지 않고 쌓이면 내부에 곰팡이 필름이 생기고, 전등 열기에 의해 서서히 증발되면서 실내 공기 중으로 퍼질 수 있다. 의외로 비염이나 눈 가려움증, 이유 없는 기침이 전등 커버 속 곰팡이와 관련 있는 경우도 있다. 커버를 분리해 따뜻한 물에 중성세제를 푼 뒤 스펀지로 문질러 닦고 완전히 건조시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최소 3개월에 한 번은 확인하고 청소하는 것이 좋다.
3. 문손잡이 – 하루 수십 번 만지는데도 청소는 뒷전
집 안에서 가장 많이 만지는 도구는 문손잡이다. 그런데 가장 청소를 안 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손으로 만지는 모든 곳에는 박테리아가 존재하지만, 문손잡이는 감기, 독감, 장염 등 다양한 바이러스가 실제로 퍼지는 통로가 될 수 있다. 특히 외출 후 손을 씻기 전 문을 열면서 외부 세균을 손잡이에 남기게 되고, 이후 다른 가족이 만지면서 간접 접촉 감염이 일어난다.
화장실 문, 부엌 문, 현관 손잡이는 특히 오염 가능성이 높다. 재질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금속 손잡이에는 대장균, 황색포도상구균이 수일간 생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일 청소할 수 없다면 최소한 주 1회는 알코올 스프레이나 소독 티슈로 문손잡이 전체를 꼼꼼히 닦아주는 습관이 필요하다.
4. 빨래바구니 – 더러운 옷보다 더 세균이 많은 구조
세탁을 하기 위해 입었던 옷을 모아두는 빨래바구니는 생각보다 훨씬 더러운 공간이다. 땀과 피지, 피부 각질이 묻은 옷들이 수분과 함께 쌓이면서 바구니 내부는 점점 세균의 온상이 된다. 특히 빨래바구니가 플라스틱 통이나 직물 소재로 되어 있고 뚜껑이 덮여 있다면 내부 통풍이 막히고 곰팡이 포자가 퍼지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
심지어 축축한 수건이나 운동복을 함께 넣어두면 내부 온도와 습도가 높아지면서 냄새뿐만 아니라 세균이 폭발적으로 증식하게 된다. 표면만 닦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주기적으로 비워낸 뒤 바구니 자체를 뜨거운 물로 씻거나 햇볕에 완전히 건조시켜야 한다. 세탁은 깔끔하게 하지만 그 전 과정인 보관 공간이 오염돼 있다면 세탁의 의미는 퇴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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