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서 있을 때, 혹은 잠자기 전 누워 있을 때 다리가 저리고 쑤시는 증상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 단순한 피로나 근육통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 특히 저릿한 통증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걸을 때보다 쉬고 있을 때 더 심해진다면 ‘혈관’ 문제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다리 통증을 근육, 신경, 디스크 문제로만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하지 말단의 혈류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하는 ‘허혈성 통증’일 수 있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단순한 불편을 넘어 혈관 자체가 썩는, 즉 괴사로 진행될 수 있는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진다. 지금부터 다리가 저리고 아픈 이유가 왜 혈관 문제일 수 있는지, 어떤 상태가 위험 신호이며, 이를 예방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인지 짚어보자.
1. 말초동맥질환(PAD) – 혈관 내부가 좁아지며 생기는 산소 부족
다리 통증의 혈관 원인 중 가장 흔한 질환이 ‘말초동맥질환’이다. 이 질환은 다리로 가는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근육과 조직에 필요한 산소와 영양분이 충분히 도달하지 못하는 상태다. 특히 활동 시 산소 요구량이 증가하는데, 혈류가 따라가지 못하면 다리 근육이 산소 부족에 시달리며 통증, 저림, 쥐 내림 등이 나타난다.
이 증상은 걷다가 다리가 아파 멈췄을 때 증상이 사라지는 ‘간헐적 파행’으로 대표된다. 문제는 이 상태를 방치하면 혈류 부족이 심화되고, 결국 조직 괴사나 발가락 절단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즉, 단순히 다리가 저리다고 파스를 붙이거나 마사지만 반복할 게 아니라, 혈관 자체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2. 다리 혈관이 ‘썩는’ 과정은 생각보다 조용히 진행된다
혈관이 썩는다는 건 단순히 염증이 생긴다는 의미가 아니다. 혈류가 충분하지 않으면 해당 부위는 점점 산소와 영양 공급을 받지 못하고, 신진대사가 멈춘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조직은 서서히 죽어가며, 내부에서 미세한 괴사가 시작된다. 특히 말초혈관은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어렵고, 증상도 초기엔 아주 미세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넘긴다.
심한 경우 발가락 색이 변하거나 상처가 낫지 않는 형태로 진행되고 나서야 문제를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다리 통증이 점점 심해지고, 이전보다 조금만 걸어도 아프거나 계단 오르기가 힘들어졌다면 이는 근육이 아니라 혈관의 경고일 수 있다. 이 과정을 막기 위해서는 조기 발견과 함께, 혈관 건강을 지키는 구체적인 생활 전략이 필요하다.
3. 예방을 위한 첫 번째는 ‘혈관을 깨우는 루틴 만들기’
다리 혈관 문제는 생활습관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특히 오랜 시간 앉아 있는 직장인, 운전 직군, 활동량이 적은 고령자에게서 말초혈류 감소가 흔하게 나타난다.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일정한 간격으로 혈관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다. 하루에 몇 번씩 발목을 돌리거나 종아리를 주무르는 것만으로도 정맥과 모세혈관이 활성화되며 혈류가 개선된다.
또 식사 직후 앉아서 오래 있는 습관도 말초 순환에 좋지 않기 때문에, 식후 10~15분 정도는 가볍게 걸으며 혈관을 깨워야 한다. 특히 혈관은 ‘한 번 굳으면 복구가 어렵다’는 특성이 있으므로, 통증이 없다고 방심하지 말고 주기적인 스트레칭과 혈관 자극을 일상 속 루틴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는 예방이 아니라 유지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효과가 있다.
4. 식습관과 미세 염증이 혈관 구조를 바꾼다
혈관이 좁아지고 막히는 근본 원인은 ‘염증’이다. 단순히 기름진 음식 때문이 아니라, 반복적인 혈당 스파이크, 고지방 식사, 고나트륨 식단 등이 혈관 내벽을 손상시키고, 염증 반응을 유도하면서 점차 혈관이 두꺼워지고 탄력을 잃게 만든다. 이 상태에서는 혈류가 원활하게 흐르지 못하고, 손발 끝까지 도달해야 할 산소가 부족해지며 저림과 통증이 발생한다.
따라서 혈관을 보호하려면 단기적으로는 기름, 소금, 설탕 섭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항염 식재료를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오메가3가 풍부한 생선, 폴리페놀 성분이 많은 채소와 과일, 항산화력이 높은 견과류와 향신료(강황, 생강, 계피 등)는 혈관 내피세포 회복에 도움이 된다. 혈관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매일 먹는 음식이 그 구조를 바꾸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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