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곡밥은 건강식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흰쌀 대신 현미, 보리, 귀리 등을 섞은 잡곡밥을 챙겨 먹는 사람들은 스스로 더 건강한 식생활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실제로 잡곡은 혈당을 천천히 올리고,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 운동을 돕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 잡곡이 대장암 발생률을 높이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문제는 잡곡 자체가 아니라, 그 ‘섭취 방식’이다.
잘 씹지 않고 급하게 먹거나, 충분히 불리지 않고 밥을 짓거나, 가공된 잡곡 제품을 무심코 선택하는 등의 습관이 오히려 장을 손상시키고, 독성 대사산물을 늘려 대장암 발병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연구들이 속속 보고되고 있다. 지금부터 잡곡밥을 먹을수록 건강해질 거라는 착각을 바로잡아야 하는 이유, 특히 대장암과 연결되는 핵심 메커니즘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1. 제대로 씹지 않고 급하게 먹는 잡곡은 ‘장 점막에 상처를 낸다’
잡곡은 일반 쌀보다 껍질층이 두껍고, 섬유질이 많아 소화에 시간이 더 걸린다. 이런 곡물을 충분히 씹지 않고 급하게 삼키면 소화기관, 특히 대장에서 큰 부담이 된다. 소장에서 제대로 분해되지 못한 입자가 대장으로 넘어가면 장 점막과 직접 접촉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물리적 자극이 누적된다. 장 점막은 반복적인 마찰에 의해 미세한 손상을 입고, 이 상처가 염증으로 이어질 경우 ‘장 누수’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장 점막 세포의 재생력이 저하되고, 변형된 세포가 계속 증식하면서 종양 형성의 발판이 된다. 특히 면역력이 약하거나 장이 민감한 사람의 경우, 덜 씹은 잡곡은 장내 염증과 대장 용종 발생 위험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실제로 일본, 대만 등에서 진행된 소화기 질환 관련 연구에선, 정제되지 않은 곡물을 급하게 먹는 습관이 장 상피세포의 변형을 유도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2. 불리지 않고 지은 잡곡은 장내 ‘발효 독소’를 증가시킨다
잡곡은 조리 전 반드시 충분히 불려야 한다. 물에 오래 불리는 과정에서 잡곡 내의 피틴산, 렉틴, 사포닌 같은 항영양소가 일정 부분 제거되거나 약화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과정을 생략하고 그냥 씻어 밥을 짓는 경우다. 불리지 않은 상태로 섭취한 잡곡은 소화가 잘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장내 미생물에 의해 과도하게 발효되면서 독성 대사산물인 인돌, 암모니아, 페놀류를 만들어낸다.
이들 물질은 대장 내 상피세포를 공격하고, 지속적인 세포 스트레스를 유발해 암세포 전단계 환경을 형성하게 된다. 특히 현미와 보리에 많이 들어 있는 피틴산은 장에서 철분, 아연, 칼슘 등의 미네랄 흡수를 방해하는 작용도 해, 장 점막의 회복 능력 자체를 떨어뜨릴 수 있다. 다시 말해 불리지 않은 잡곡은 장의 영양을 빼앗고, 그 안에서 독소를 키우는 구조로 작동하게 되는 셈이다.

3. 가공된 잡곡 제품은 단순한 ‘곡물’이 아니다
시장에 유통되는 즉석 잡곡밥이나 레토르트 잡곡 제품, 건강기능식품 형태의 곡물 분말 등은 실제로는 ‘곡물’보다는 ‘가공식품’에 가깝다. 이들 제품에는 조리 시간을 줄이기 위한 전처리 과정이 들어가며, 그 과정에서 곡물 고유의 효소와 영양 균형이 깨진다. 특히 일부 제품은 식감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유화제나 산도조절제, 방부제 등을 첨가하기도 하는데, 이 성분들이 장내 미생물 균형을 무너뜨리고 염증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
또한 곡물을 미세 분말로 만들어 섭취할 경우, 씹는 과정 없이 흡수되면서 혈당이 급상승하고, 인슐린 저항성까지 유발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대사 장애가 장내 염증과 연결되고, 결국 장기적으로는 암 발생 환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공된 잡곡은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장내 환경 입장에서 보면 ‘알 수 없는 화학적 변형체’에 불과하다. 자연 그대로의 곡물을 직접 손질해서 먹는 것만이 잡곡의 진짜 기능을 온전히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다.

4. ‘잘못된 건강식’이라는 착각이 오히려 방심을 유도한다
잡곡밥은 건강에 좋다는 고정관념이 너무 강해서, 오히려 조리나 섭취 방법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단순히 흰쌀 대신 현미를 넣었다고 해서 식단이 건강해지는 건 아니다. 특히 고지방, 고단백 식단과 잡곡을 함께 섭취할 경우 소화 흡수의 효율이 떨어지고, 장내에서 발효 독소가 과도하게 생성될 수 있다. 또 잡곡 특유의 껍질 구조는 변으로 배출되기 전까지 장내를 오래 머무르기 때문에, 장시간 노출 시 장벽 세포에 산화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
이런 복합적인 스트레스가 반복되면 대장 내 점막은 회복되지 못한 채 계속 자극받게 되고, 이 상태가 결국 용종, 염증성 장질환,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건강한 잡곡 식단이 되기 위해선 반드시 씹는 속도, 조리 전 처리, 재료 선택까지 전 과정에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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