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식탁에는 사실 항암 효과가 뛰어난 식재료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자리 잡고 있었다. 문제는 그 식재료들이 대체로 ‘좋은 건 아는데 먹기 싫은’ 계열이라는 데 있다. 특유의 향, 맛, 질감 때문에 어릴 때부터 손이 가지 않았던 반찬들.
그런데 최근 여러 논문과 임상 보고에서 이 식재료들이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거나, 항암치료 시 정상세포 보호 작용까지 한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등장하면서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지금부터 꾸준히 먹으면 암세포가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어주는, 하지만 한국인도 손이 잘 가지 않는 반찬 TOP 3를 그 메커니즘 중심으로 살펴본다.
1. 도라지나물 – 폐에 작용하는 사포닌이 암세포 유전자까지 공격한다
도라지는 식이섬유가 많고 기관지에 좋다는 정도로만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주목할 점은 도라지에 포함된 ‘플라티코딘 D’라는 사포닌 성분이다. 이 성분은 폐암 세포를 포함한 여러 고형암 세포에서 세포사멸(apoptosis)을 유도하는 강력한 작용을 보인다. 플라티코딘 D는 암세포 내 미토콘드리아막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세포 내 활성산소종(ROS) 생성을 유도해 암세포가 스스로 죽도록 유도하는 기전을 갖는다. 특히 이 성분은 정상세포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한다는 보고도 있어 연구자들 사이에서 ‘천연 항암 물질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문제는 도라지 특유의 쓴맛과 뻣뻣한 질감 때문에 평소 즐겨 먹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도라지를 말렸다가 조림 형태로 조리하거나, 얇게 썰어 볶는 방식으로 식감 조절을 하면 부담 없이 섭취할 수 있고, 열을 가해도 주요 항암 성분은 파괴되지 않는다. 한 번만 먹어선 의미 없지만, 장기적으로 섭취할 경우 폐암 예방뿐 아니라 염증성 장 질환 억제에도 기여할 수 있다.
2. 우엉조림 – 리그닌과 클로로겐산이 대장 내 발암세포 환경을 붕괴시킨다
우엉은 식이섬유가 풍부한 뿌리채소로 알려져 있지만, 항암 작용의 핵심은 ‘리그닌’과 ‘클로로겐산’이라는 두 가지 활성물질에 있다. 리그닌은 섬유질처럼 보이지만, 세포벽을 구성하는 고분자 물질로, 대장에서 독성 대사산물을 흡착해 배출시키는 작용을 한다. 특히 발암성 담즙산과 니트로사민을 흡착해 장내 독성 환경을 물리적으로 제거해준다. 클로로겐산은 폴리페놀의 일종으로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하며, 장 점막에서 세포 돌연변이를 억제하는 데 기여한다.
최근 연구에서는 클로로겐산이 암세포의 혈관 신생(angiogenesis)을 차단해 종양 성장 자체를 멈추게 한다는 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하지만 우엉조림은 특유의 텁텁함과 뿌리냄새 때문에 어릴 때부터 꺼려지는 반찬 중 하나다. 다만 이를 달짝지근하게 간장 양념으로 졸이면 섬유질 조직이 부드럽게 풀어지고, 리그닌도 쉽게 섭취할 수 있는 형태로 바뀐다. 하루 한두 젓가락이라도 매일 섭취하면 대장암, 직장암의 환경적 요인을 줄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3. 미역줄기볶음 – 플루코이단이 면역세포를 활성화하고 세포자살을 유도한다
미역은 바다의 채소로 불리지만, 특히 ‘미역줄기’는 미묘한 식감과 짠맛 때문에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반찬이다. 하지만 이 미역줄기에는 암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플루코이단’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플루코이단은 황산화 다당류로, 면역세포의 일종인 자연살해세포(NK cell)의 활성을 높이는 데 직접 작용하며, 동시에 암세포 내부의 카스파아제 효소를 활성화해 세포자살 경로를 유도한다.
이중 작용을 통해 플루코이단은 항암 작용과 면역 증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물질로 평가받는다. 특히 유방암, 전립선암, 간암에서 이 물질의 항암 작용이 실험적으로 증명된 바 있다. 미역줄기볶음을 꾸준히 섭취할 경우 장내 점막 보호뿐 아니라 간에서의 독성 물질 처리 효율도 높아진다. 단, 너무 짜게 조리할 경우 오히려 나트륨 부하로 독성 효과가 상쇄될 수 있으니, 저염으로 볶고 깨를 넣어 풍미를 보완하는 방식이 추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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