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된장은 오랜 세월 한국인의 식탁을 지켜온 대표 발효 식품이다. 고단백, 고미네랄 식품인 콩을 천천히 발효시켜 얻는 된장은 그 자체로 생리활성물질의 보고이자, 위장 건강과 면역 조절에 탁월한 기능성 식품으로 평가받아왔다. 특히 최근 들어 된장 속 이소플라본, 사포닌, 펩타이드, 발효유산균이 암세포의 성장과 전이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잇따르면서 된장이 ‘암세포를 자멸하게 만든다’는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된장이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효과가 정반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암 예방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이 된장이 잘못된 방식으로 소비될 경우, 세포 독성, 염증 유발, 나트륨 과부하 등 건강에 심각한 부담을 줄 수 있다. 지금부터 된장이 실제로 암세포 억제에 작용하는 이유와, 반대로 어떻게 먹으면 ‘몸을 해치는 발효 독’이 되는지를 구체적으로 풀어본다.

1. 된장이 암세포 자멸을 유도하는 진짜 이유는 ‘발효 펩타이드’와 ‘이소플라본 변형체’다
된장이 암 예방 식품으로 주목받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발효 과정에서 생성되는 특이 펩타이드와 이소플라본 변형체 때문이다. 콩에는 원래 ‘다이드제인’, ‘제니스테인’ 같은 이소플라본이 들어 있는데, 이것이 발효되면서 ‘아글리콘’ 형태로 전환되면 체내 흡수율과 생리작용이 수 배 이상 강화된다. 이 아글리콘 이소플라본은 에스트로겐 수용체에 부분적으로 결합해 실제 여성호르몬이 암세포를 자극하는 것을 방해하며, 일부 암세포에서는 세포자살(apoptosis)을 유도하는 작용까지 한다.
또 발효된 펩타이드는 세포 내 항산화 효소를 증가시키고, 면역세포의 암세포 탐지 능력을 향상시키는 기능을 한다. 실제로 된장을 꾸준히 섭취한 집단은 유방암, 전립선암, 대장암의 발병률이 낮게 나타났다는 코호트 연구도 존재한다. 즉, 된장의 항암력은 단순한 식이섬유나 단백질 때문이 아니라, 발효를 통해 생성되는 특수 물질들이 세포 수준에서 암의 생존 기전을 흔드는 데 있다.

2. 문제는 ‘짜게 먹는 습관’이다
된장은 기본적으로 소금이 들어간 발효식품이기 때문에 짠맛이 강하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된장을 국물 중심의 찌개나 국 형태로 섭취하면서 나트륨 섭취량을 무의식적으로 크게 늘린다는 점이다. 된장국 한 그릇에 들어 있는 나트륨은 평균 1,000~1,500mg에 달하며, 이는 하루 권장량의 절반 이상이다. 고나트륨 섭취는 위 점막을 자극해 위염과 위축성 위염을 유발할 수 있고, 특히 헬리코박터균과 결합하면 위암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한 나트륨은 장 점막을 자극해 세포 간 결합을 느슨하게 만들고, 이로 인해 염증 반응이 지속되며 장내 유해균 증식을 촉진하는 환경을 만든다. 된장의 항암 효과를 기대하며 섭취하면서도 짜게 조리한다면, 오히려 그 조리 방식이 암세포 성장에 필요한 조건을 동시에 만들어주는 셈이다. 결국 된장은 ‘양보다 질’이 중요한 음식이며, 소량을 정제된 방식으로 섭취하는 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그 기능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3. 장기 숙성되지 않은 ‘시판형 된장’은 유해물질 함량이 높다
시중에 유통되는 된장 중 상당수는 진짜 전통식 발효가 아니라, 단기간 숙성 혹은 단순 혼합 형태로 만들어진 제품이다. 이런 된장은 숙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단백질 분해가 불완전하고, 아민류나 알데하이드계 발효 부산물이 상대적으로 많을 수 있다. 특히 ‘바이오제닉 아민’이라 불리는 히스타민, 티라민 등의 농도가 높은 된장은 혈압 상승, 두통, 소화기 장애를 유발할 수 있으며, 일부는 발암성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진짜 된장은 최소 수개월 이상 자연 발효를 거치며 아미노산과 이소플라본이 안정적인 형태로 전환되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유해물질 농도는 자연스럽게 낮아진다. 하지만 유통기한을 앞당기기 위한 공정에서 숙성이 생략된 경우에는 겉보기엔 된장이지만 실질적 기능은 떨어지는 식품이 된다. 암 예방이라는 목적으로 섭취할수록 ‘어떤 된장인지’에 대한 선택이 결정적이라는 얘기다.

4. 고온에서 태운 된장 조리는 암을 억제하기는커녕 오히려 발암 물질을 만든다
된장을 구이나 볶음에 사용하면서 고온 조리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불판 위에서 태우는 형태로 된장을 가열하면 단백질과 당, 지방이 함께 반응하면서 ‘헤테로사이클릭 아민(HCA)’이나 ‘폴리사이클릭 방향족 탄화수소(PAH)’ 같은 강력한 발암물질이 생성될 수 있다. 이 물질들은 DNA와 결합해 돌연변이를 유발하고, 간에서 해독되는 과정에서 산화 스트레스를 극대화하는 특징이 있다.
된장을 항암 식품으로 먹겠다고 하면서도 구이용 양념장으로 태워 먹는다면, 실상은 암 억제는커녕 촉진 환경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된장은 가능한 한 낮은 온도에서, 물을 넉넉히 활용해 조리하는 것이 기본이며, 직접 끓이는 것보다 찌개에 풀어 넣는 간접 조리 방식이 생리활성 물질 보존에 더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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