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말미잘을 머리에 얹고 어디론가 향하는 게 동영상이 학계는 물론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지난 3월 스쿠버다이버 캐시 브라운이 미국 캘리포니아 연안에서 촬영한 영상은 대번에 인스타그램을 달궜다. 게가 머리에 이고 있는 흰색 말미잘은 요리사 모자처럼 보여 시선이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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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말미잘을 머리에 얹고 어디론가 향하는 게 동영상이 학계는 물론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지난 3월 스쿠버다이버 캐시 브라운이 미국 캘리포니아 연안에서 촬영한 영상은 대번에 인스타그램을 달궜다. 게가 머리에 이고 있는 흰색 말미잘은 요리사 모자처럼 보여 시선이 집중됐다.
기묘한 게의 동영상은 학자들에게도 금세 알려졌다.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게는 모스 크랩(Moss crab, 학명 Loxorhynchus crispatus)으로 확인됐다.
게와 말미잘의 상리공생 관계를 잘 보여주는 모스 크랩 「사진=캐시 브라운」
캐시 브라운에 따르면, 희한한 모스 크랩을 카메라에 담을 당시 해저 시야는 좋지 않았다. 영상은 대체로 부옇게 나왔는데, 말미잘을 이고 기어가는 게만큼은 확실하게 보였다. 모스 크랩은 미국 서해안에서 멕시코에 걸친 해역에 서식하며, 등딱지에 해초나 말미잘을 붙이는 위장술의 명수다.
미국 듀크대학교 해양생물학자 토드 오클리 교수는 “모스 크랩의 등딱지에는 여러 동물이 다양한 목적으로 소유한 뻣뻣한 털, 즉 강모(setae)가 분포한다”며 “모스 크랩의 강모는 끝부분이 갈고리처럼 휘어 다양한 생물을 단단하게 고정한다. 이런 위장술은 어린 개체들에게서 보다 쉽게 발견된다”고 설명했다.
진딧물을 잡아먹는 천적 무당벌레. 일부 진딧물은 개미와 공생관계를 맺고 무당벌레의 접근을 피하기도 한다. 「사진=pixabay」
교수는 “재미있는 것은 모스 크랩이 일방적으로 다른 생물을 이용해 위장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라며 “동영상 속의 개체가 등딱지에 얹은 말미잘은 게가 이동할 때 발생하는 물줄기를 통해 산소와 먹이를 얻는다”고 덧붙였다.
학계는 스쿠버다이버가 우연히 포착한 모스 크랩과 말미잘이 수생생물의 상리공생을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토드 오클리 교수는 “모자를 쓴 요리사 같은 모스 크랩은 누구나 시선을 뺏길 만큼 매력적”이라며 “사실 세계 각지에는 인간을 비롯해 이런 공생관계의 동물이 수도 없이 살고 있다”고 전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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