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단에 따라 장내 미생물 다양성과 구성 비율 등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여러 차례 언급된 사실이다. 특히 과일, 채소, 통곡물 섭취는 장내 미생물 다양성과 직접적 연관이 있다. 장내 미생물은 종류에 따라 다양한 대사산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미생물 다양성 부족은 면역 체계의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
식단에 따른 장내 미생물 다양성 차이
지난 4월 30일 미국 시카고 대학 연구팀이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흔히 ‘서구식 식단’이라 부르는 식습관은 건강한 장내 미생물군 형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면, 지중해 식단을 기초로 한 식단은 장내 미생물 다양성을 갖추는 데 효과적이었다.
연구팀은 쥐 모델에게 항생제를 투여해 장내 미생물을 없앤 다음, 서로 다른 식단을 섭취하도록 해 장내 미생물 다양성의 재건 과정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장내 미생물 구성에 따라 면역 체계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도 함께 살펴보았다.
서구식 식단을 섭취한 쥐들은 건강한 장내 미생물군을 재건하지 못했고, 살모넬라와 같은 병원균 감염에 더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과일과 채소, 통곡물 기반의 식단을 섭취한 쥐는 항생제를 투여한 후에도 장내 미생물 다양성을 빠르게 회복했다.
서구식 식단을 섭취한 쥐들은 ‘분변 미생물 이식(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 FMT)’을 통해서도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FMT를 통해 건강한 동물의 대변 미생물을 이식했음에도, 서구식 식단을 섭취한 쥐들의 장내 미생물 다양성 회복 효과는 미미했다.

항생제 치료 이후의 대안 제시
항생제는 보통 특정 병원균에 의한 감염 치료를 위해 사용된다. 다만, 무차별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유해한 균은 물론 건강 유지에 필요한 유익균까지 제거한다는 단점이 있다. 장내 미생물들 역시 항생제로 인해 파괴될 수밖에 없다.
시카고 대학 의학 교수인 유진 B. 창 박사는 “포유류의 장내 미생물 군집은 ‘숲’과 같아서, 손상될 경우 특정 절차에 따라 원래 상태로 회복된다”라며 “하지만 서구식 식단을 섭취할 경우,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미생물이 회복되기 위한 영양분을 공급하지 못한다”라고 지적했다. 소수 미생물이 영양분을 독점해, 건강한 미생물 군집 회복을 위한 기반이 갖춰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암 치료 또는 장기 이식 수술을 받는 환자들은 강력한 항생제와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로 인해 ‘다제 내성균’에 의한 감염에 노출되기도 한다. 창 박사는 이러한 환자들에게 식단 기반의 치료 또는 회복이 가능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는 “음식이 처방이자 약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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