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막걸리. 건강에 좋은 술이라는 인식은 여전히 강하다. 곡물로 만들었고, 유산균이 살아 있고, 소화를 돕는다는 이야기까지 더해져 ‘덜 죄책감 드는 술’로 여겨지는 경향도 있다. 실제로 일부 건강 프로그램이나 농산물 홍보 콘텐츠에서도 막걸리를 긍정적으로 언급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전통주’라는 타이틀에 기대어 마셔도 괜찮겠다는 판단은 경우에 따라 건강에 꽤 치명적일 수 있다. 단순히 알코올 함량을 떠나, 막걸리와 전통주가 가진 구조적인 함정을 짚어봐야 한다.
1. 유산균? 그보다 더 많은 건 ‘설탕과 당’
막걸리가 유산균이 많다고 해서 건강하다는 건 단편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시판되는 막걸리 중 상당수는 맛을 맞추기 위해 인위적인 당을 첨가한다. 일부 제품은 한 병에 각설탕 12~14개 분량의 당이 들어 있다. 문제는 이 당이 일반 설탕 혹은 액상과당 형태로, 체내에 빠르게 흡수된다는 것이다. 특히 공복에 막걸리를 마시는 경우 혈당이 급상승하고, 인슐린 과다 분비가 이어져 지방으로 전환되기 쉬운 상태를 만든다.
많은 사람들이 막걸리를 먹고 나서 속이 편하다는 착각을 한다. 이는 알코올이 위산 분비를 자극해 소화가 된 듯한 느낌을 줄 뿐, 실제로 위장을 보호하거나 대사를 원활하게 돕는 건 아니다. 오히려 술이 위벽을 자극하고 점막을 손상시키는 작용이 더 크다. 유산균이 일부 들어 있다고 해도, 그보다 더 많은 설탕과 알코올이 문제를 만들 수 있다. 전통주라 하더라도 시판 제품일 경우, 당분 성분표 확인은 필수다.
2. 막걸리는 ‘탁주’다, 당연히 여과되지 않은 찌꺼기 포함
막걸리는 제조 방식상 여과를 거치지 않은 ‘탁주’다. 즉, 곡물 발효 후 생긴 침전물과 불용성 고형분이 그대로 포함된 상태다. 여기에는 곡물 껍질, 발효 잔재, 미생물 사체 등이 섞여 있다. 이런 혼탁한 구조는 음용 시 위장과 간에 부담을 준다. 특히 소화 기능이 약하거나 장이 민감한 사람은 막걸리를 마신 후 복통, 복부 팽만감, 설사 등을 경험하기 쉽다.
막걸리를 소주보다 덜 해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상은 다르다. 막걸리도 엄연히 알코올이다. 그리고 이 알코올은 위장에서 직접 흡수되고 간으로 운반되어 대사된다. 문제는 탁한 성분이 간 대사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고, 지방간을 촉진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곡물 발효 잔여물이 간에서 독소로 해석되면 염증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제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형태가 건강한 것은 아니다.
3. ‘전통’이라는 이미지에 속기 쉬운 현대식 제조법
많은 사람들이 ‘전통주’라는 단어에서 느끼는 이미지는, 자연 발효, 무첨가, 정직한 수공예 방식이다. 하지만 실제 시판되는 전통주는 그와는 거리가 멀다.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살균 공정을 거치거나, 알코올 함량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인위적인 조정이 가해지는 경우가 많다. 또 발효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인공 효소를 쓰거나, 맛을 조절하기 위해 향료와 감미료가 첨가되는 제품도 있다.
특히 수입 맥주에 비해 ‘우리 술이니까 더 건강할 것’이라는 인식은 상당히 왜곡된 기준이다. 전통주 중 일부는 발효주가 아니라 희석식으로 만들어진 경우도 있고, 재료는 국산이라도 보존료나 증류 방식이 건강과 무관한 경우도 많다. 즉, ‘전통’이라는 단어가 붙었다고 해서 그것이 무조건 건강한 술은 아니다. 오히려 성분과 제조 방식에 따라 일반 소주보다 더 큰 부담을 줄 수도 있다.
4. 우리 몸은 ‘천연 알코올’도 똑같이 처리한다
‘화학술은 몸에 안 좋고, 전통술은 괜찮다’는 말은 사실 근거가 없다. 우리 몸은 술의 종류를 구별하지 않는다. 막걸리든 와인이든 소주든, 알코올이라는 물질이 들어오면 간은 동일한 방식으로 해독을 시작한다. 아세트알데히드로 분해된 후, 다시 해독되어 물과 이산화탄소로 배출되는 과정은 술의 원산지나 브랜드와 무관하다.
오히려 문제는 알코올 외에 포함된 성분이다. 전통주라고 해도, 지나치게 높은 당 함량이나 불순물이 많다면 간의 해독 부담은 배가 된다. 특히 현대인처럼 수면 부족, 운동 부족, 고탄수 식단을 유지하는 사람이 전통주를 자주 마실 경우, 지방간과 인슐린 저항성이 함께 악화될 수 있다. 건강하게 마신다는 착각이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 ‘자연산’ 술이라는 포장에 기대지 말고, 음주 자체가 간과 대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정확히 인식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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