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머리를 정교하게 재현한 1400년 전 장신구가 영국에서 발굴됐다. 금속탐지기를 이용해 찾아낸 작은 까마귀 머리는 황금과 보석으로 호화롭게 제작됐다.
금속탐지기를 이용해 유물을 찾는 영국 남성 크리스 필립스는 최근 SNS를 통해 잉글랜드 남서부에서 발견한 기묘한 형태의 황금 장신구를 공개했다.
올해 1월 8일 잉글랜드 남서부 들판에서 금속탐지에 나선 크리스 필립스는 앵글로색슨 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유물과 조우했다. 빨간색 보석으로 눈을 표현한 황금 까마귀 머리와 반지의 일부로 여겨지는 금 띠는 한눈에도 귀중한 물건 같았다.
올해 1월 잉글랜드에서 출토된 황금 장신구. 까마귀 머리를 본뜬 독특한 형태가 인상적이다. 「사진=크리스 필립스」
남성이 파낸 유물은 1996년 영국 정부가 제정한 일명 트레저법에 의해 전문가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영국은 이 법에 따라 300년 이상 전에 만들어진 유물의 발견자와 발굴지 소유자에 보상한다. 아울러 전문가의 분석을 거쳐 박물관 전시 등을 결정한다.
장신구 분석에 나선 대영박물관 고고학자들은 까마귀 눈에 박은 보석이 석류석(garnet)임을 알아냈다. 금 띠는 앵글로색슨 시대 귀족이 착용한 반지의 일부로 추측했다. 앵글로색슨 시대는 5세기 중엽부터 11세기 초까지 지속된 잉글랜드 역사시대로 독자적인 문화와 언어, 미술과 건축기술을 향유했다.
조사 관계자는 “까마귀 머리와 금 띠는 모두 앵글로색슨 시대의 것으로 보인다”며 “길이 약 8㎝, 무게 약 57g의 까마귀 장식은 당시 사람들의 뛰어난 세공 실력을 보여주는 귀중한 역사 자료”라고 평가했다.
오딘은 까마귀 후긴과 무닌으로부터 온 세상의 정보를 보고 받았다. 「사진=pixabay」
까마귀는 신화와 깊은 연관이 있다. 유럽인들은 까마귀가 사람을 죽음이나 어둠과 연결하는 상징적 영물이라고 생각했다. 북유럽 신화 최고의 신 오딘이 후긴(Huginn)과 무닌(Muninn) 등 까마귀 한 쌍으로부터 세상의 온갖 소식을 전해듣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조사 관계자는 “까마귀 장식은 브로치 등 단독으로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뿔잔(drinking horn)의 일부로도 여겨진다”며 “뿔잔은 주로 소의 뿔로 만들었지만 금속제도 있다. 뿔잔이 밋밋해 보이지 않게 까마귀 머리를 붙인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번 유물은 아직 조사가 끝나지 않아 용도가 불분명하지만 앵글로색슨 사람들의 생활이나 문화, 종교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라며 “당시 시대상을 자세히 이해하게 해줄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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