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전한 채식, 즉 ‘비건 식단’보다 유제품을 포함한 채식 위주의 식단이 혈당 조절에 더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가 제기됐다. 이 연구는 유제품의 혈당 조절 효능에 주목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영양학 분야 학술지 「클리니컬 뉴트리션(Clinical Nutrition)」에 지난 4월 발표된 내용으로, 오는 6월호 출간본에도 실릴 예정이다.
유제품 먹으면 비건보다 혈당 낮아
영국 레딩 대학교 연구팀은 채식주의 식단을 하고 있는 참가자 30명을 모집해 연구를 진행했다. 이중 일부는 비건 주의자였고, 일부는 락토-채식주의 식단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나이, 성별, 체질량 지수(BMI), 기준 혈당 등을 조정한 다음 연구를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2주간 식단을 유지하며 15분 단위로 혈당을 측정했다. 혈당 측정 결과를 연속적으로 분석해보니, 락토-채식주의 식단을 따르는 사람들의 혈당 수치가 더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그룹의 식단은 칼로리, 탄수화물, 단백질 함량이 동일했으며, 유일한 차이점은 유제품의 포함 여부였다. 즉, 유제품의 혈당 조절 효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는 다소 의아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비건 식단을 유지하는 사람들의 혈당 수치가 더 낮을 거라고 기대하게 된다. 일단 유제품에는 당분의 일종인 ‘유당(Lactose)’이 기본적으로 포함돼 있다. 또한, 요거트와 같은 가공된 유제품일 경우 당분이 추가로 포함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비건 식단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동물성 식품으로 섭취할 때 보다 효율적인 영양소들을 충분히 보충하기 위해 다양한 식물성 식품들을 골고루 섭취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식물성 식품에 풍부한 섬유질을 더 많이 섭취하는 경향이 생기므로, 소화 및 흡수 속도가 늦어지고 혈당 변화도 완만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험 결과에서는 락토-채식주의 식단의 혈당 수치가 더 낮게 나타났다. 비록 적은 규모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했다지만, 일관되게 같은 결과가 나왔다면 유제품의 혈당 조절 효능에 분명한 근거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유제품의 혈당 조절 효능
연구팀은 혈액 분석 결과 비건 식단 그룹이 ‘페닐알라닌(Phenylalanine)’ 섭취가 더 많다고 이야기했다. 페닐알라닌은 필수 아미노산의 한 종류다. 단백질 식품에 풍부하게 들어있으며, 식물성 단백질 식품에 함량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페닐알라닌 섭취가 너무 많을 경우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할 수 있어 혈당 조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설이 존재한다. 다만 이는 아직 가설일 뿐이며, 단순히 페닐알라닌 섭취가 많다는 것만으로 혈당 조절 능력이 저하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반면, 유제품을 함께 섭취하는 그룹의 혈액에서는 비건 그룹에 비해 ‘아세틸 카르니틴(Acetyl carnitine)’ 수치가 더 높게 나타났다. 아세틸 카르니틴은 세포로 하여금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도록 돕고, 혈당이 높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이 물질을 유제품의 혈당 조절 효과의 원인으로 보았다. 이 역시 명확히 검증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구팀이 검토한 기존 연구에서, 유제품을 규칙적으로 섭취하는 사람들의 2형 당뇨 발병률이 낮은 경향을 확인했다는 점, 실제로 유제품 섭취 그룹의 혈당 수치가 안정적이었다는 점을 근거로 그 인과관계를 설명할 수 있다.
연구팀은 당뇨 인구가 많은 국가일수록 이러한 가설과 추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이 지목한 국가는 인도다. 연구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인도의 당뇨 환자는 1억1백만 명, 당뇨 전단계에 해당하는 환자가 1억3,600만 명이다.
한편,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중요하게 볼 필요가 있는 내용이다. 지난해 질병관리청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역시 약 2천2백만 명이 당뇨 위험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는 당뇨 진단을 받은 환자 수와 당뇨 전단계에 해당하는 인구 수를 합한 숫자다. 유제품을 단순히 단백질과 칼슘 공급원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혈당 수치 조절을 위해서도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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