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차와 말차의 차이를 알고 있는가? 찻잎을 우려내서 마시는 것이 녹차, 차잎을 찌고 말려 만든 가루를 함께 먹는 것이 말차다. 좀 더 명확히 하자면 설명할 내용이 더 많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렇다.
한때 카페 프랜차이즈에서 말차가 유행처럼 퍼진 적도 있었다. 지금은 다소 안정을 되찾은 상태지만, 여전히 찾는 사람들은 꾸준히 있다. 미국 웨스트민스터 대학의 약리학 강사 앤서니 부커가 글로벌 미디어 ‘더 컨버세이션’에 말차의 효능을 주제로 기고한 글을 소개한다. 원 제목은 ‘말차는 커피보다 건강한 대안일까? 꼭 알아두어야 할 정보’다.
재배 방식이 다른 말차
녹차나 홍차와 마찬가지로, 말차 역시 ‘카멜리아 시넨시스(Camellia sinensis)’라는 식물로부터 얻는다. 흔히 ‘차나무’라 알려진 식물의 학명이다. 다만, 재배와 가공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녹차는 잎을 단순히 건조시키는 것이고, 홍차는 발효 과정을 거친다. 반면, 말차는 수확하기 전 몇 주 정도 그늘에서 재배한다.
왜 이런 과정을 거칠까? 그늘에서 재배하는 기간 동안 식물의 화학적 성분이 변한다. 엽록소와 아미노산 같은 특정 화합물이 더욱 강화되고, 말차 특유의 풍미와 녹색이 두드러진다. 이렇게 수확한 잎을 건조시킨 다음 곱게 갈아 가루로 만든다. ‘말차(抹茶)’라는 이름이 여기서 붙었다. 일본어로 ‘가루차’라는 뜻이다.
건강 측면에서 말차의 효능은 녹차와 비슷한 면이 있다. 대표적으로 항산화 물질로 알려진 ‘플라보노이드’를 비롯해 폴리페놀 계열 화합물 함량이 높다. 녹차에 비해 말차의 효능에서 두드러지는 장점이 있다면, 잎을 갈아낸 가루를 통째로 섭취하기 때문에 유익한 성분을 더욱 농축된 형태로 먹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비유하자면 착즙 주스와 스무디의 차이라고도 볼 수 있다. 다만, 착즙 주스는 유익한 섬유질 등이 대부분 배제되므로 딱히 권장하는 형태가 아니지만, 녹차는 그 자체로도 충분한 효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말차의 효능과 뛰어난 잠재력, 하지만 부족한 연구
말차의 효능은 다양하다. 항산화는 물론 항균, 항염, 항비만, 심지어 항암 효과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뇌 기능 개선, 스트레스 해소, 심혈관 건강 개선, 혈당 조절에도 잠재적 효능을 가지고 있다.
다만, 한 가지 함정이 있다. 이러한 말차의 효능에 대해 근거로 제시된 것들은 대부분 세포 또는 동물 모델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다. 즉,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말차의 유익한 효능은 어느 정도 인정되지만, 아직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에는 부족하다.
근거 부족과 무관하게 확실히 알고 있는 한 가지는, 말차에 카페인이 함유돼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녹차에 비하면 함량이 높지만, 커피에 비하면 적은 양이다. 카페인은 적당히 섭취했을 때 집중력 향상, 기분 개선, 신진대사 향상, 특정 질병 위험 감소 등의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고용량 섭취는 불면, 불안, 혈압 상승과 같은 부작용을 부른다.
말차와 커피를 비교해보면, 두 음료 모두 비슷한 수준의 항산화 효과와 심혈관계 효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커피에 관해서는 광범위한 연구가 다양하게 이루어져왔고, 이를 바탕으로 적정 섭취량에 대해 보다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하루 3~4잔이 상한선이라든가, 가급적 오전에 섭취하는 게 좋다든가 하는 식이다.
하지만 말차의 경우 권장량이 좀 더 적은 편이다. 카페인 함량은 일반적으로 커피보다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폴리페놀 함량이 더 높기 때문이다. 폴리페놀은 대개 항산화 성분으로서 유익한 것으로 지목되지만,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이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현재까지의 연구에서는 하루 1~3잔을 권장한다.

소화불량, 역류에 주의
말차와 커피에 함유된 ‘탄닌’과 ‘폴리페놀’은 철분의 흡수를 방해하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식물성 식품으로 섭취하는 ‘비헴 철분’은 기본적으로 흡수율이 낮은 편이다. 식물성 식단을 주로 섭취하거나 철분 수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사람이라면, 커피나 말차를 마실 때 식사 전후 2시간 정도의 간격을 두는 것이 좋다.
또한, 커피와 말차는 기본적으로 ‘약산성’이다. 이는 위장이 예민한 사람들이라면 주의해야 할 대목이다. 위장이 예민할 경우 커피나 말차로 인해 소화불량 또는 역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둘 중에는 말차가 좀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말차에는 ‘L-테아닌’이라는 아미노산이 함유돼 있기 때문에, 이완 작용을 촉진하고 카페인으로 인해 유발되는 불안감을 상쇄시킬 수 있다.
말차와 커피 모두 건강 측면에서는 잠재적인 이점이 있다. 따라서 둘 중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명확하게 단정하기보다는, 개인의 필요나 선호도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알아두어야 할 명확한 사실은, 커피에 관한 연구가 더 활발하게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카페인에 대한 내성이 강하고, 하루에도 여러 잔의 커피를 먹어도 이상이 없는 사람이라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반면, 말차는 카페인 섭취를 조금 줄이면서 항산화 효과를 얻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선택이다. 말차 역시 가루를 얼마나 넣는지에 따라 카페인 함량이 달라질 수 있지만, 표준적인 레시피를 따른다면 커피에 비해 카페인은 적다. 단, 앞서 말했듯 철분 수치 문제나 소화 기능 관련 문제가 있다면 두 음료 모두 더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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