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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썩은 냄새 풍기는 남미의 시조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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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썩은내로 천적 피하는 새 호아친

지구상의 생물이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뾰족한 가시로 온몸을 두르거나 맹독을 뿜는가 하면, 큰 소리를 내 포식자의 혼을 빼놓기도 한다.  남미에 서식하는 호아친(학명 Ophisthocomus hoazin)은 순간 넋이 나갈 만큼 지독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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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의 생물이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뾰족한 가시로 온몸을 두르거나 맹독을 뿜는가 하면, 큰 소리를 내 포식자의 혼을 빼놓기도 한다.

남미에 서식하는 호아친(학명 Ophisthocomus hoazin)은 순간 넋이 나갈 만큼 지독한 악취로 스스로를 방어한다. 시조새의 정통 후손으로 여겨지는 이 새는 독특한 특징과 습성으로 많은 조류학자의 관심을 받아왔다.

남아메리카 북부에 자리한 국가 가이아나의 국조인 호아친은 성체의 몸길이가 60~65㎝다. 붉은색 눈동자 주변의 푸른색 피부가 강렬한 대비를 이룬다. 머리와 목, 날개가 온통 적갈색 깃털로 덮였다. 뭣보다 썩은 퇴비를 능가하는 악취가 특징이다.

조류학자들이 분석한 호아친의 악취는 시큼한 암모니아 냄새가 깔린 동물 사체의 썩은 냄새와 비슷하다. 하도 지독해서 천적들이 도망칠 정도여서 호아친에게 있어 최고의 방어 수단이다.

날개에 돋은 발톱 때문에 시조새의 정통 후손으로 생각되는 호아친 「사진=pixabay」

칠레대학교 조류학자 마르코 미누엘 교수는 “생물의 악취는 특정 기관으로 분비액을 뿜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식물만을 섭취하는 호아친이 독한 냄새를 갖게 된 비결은 매우 발달한 소낭”이라고 설명했다.

교수는 “소낭은 먹이를 잠시 저장하고 불려주는 기관인데 호아친의 경우 위장의 3분의 1 정도로 아주 크다”며 “호아친의 소낭에 쌓인 먹이는 특정 미생물이 분해하고, 이때 고약한 냄새가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호아친의 생태를 관찰한 학자들은 이 새가 먹이를 소화하는 데 40시간이나 소모하는 것을 알아냈다. 이때 호아친은 꼼짝도 않고 휴식을 취한다. 활동량이 적어서인지 잘 날지 않고 나무 위를 걸어 다닌다. 학자들은 특수한 소화 시스템 때문에 호아친이 독한 냄새를 방어 수단으로 갖게 됐다고 본다.

마르코 교수는 “호아친의 방어 체계는 상당히 독특하다. 병아리 시기에는 소낭에 미생물이 없어 악취를 내지 못해 천적이 다가오면 그대로 강에 뛰어든다”며 “포식자가 사라지면 날개에 돋은 튼튼한 발톱으로 나무를 타고 오른다. 이 발톱은 악취를 갖게 되는 생후 2~3주가 되면 사라진다”고 전했다.

호아친은 약 6400만 년 전 공룡 멸종 직후 진화 계통수에서 분기한 조류의 마지막 종일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지난해 이뤄진 360종 이상의 조류 게놈 해석 결과가 기대를 모았지만 호아친의 계통수는 밝혀지지 않았다.

마르코 교수는 “호아친의 계통은 콜롬비아에서 화석으로 발견된 중신세 조류 호아치노이드(Hoazinoides)와 관련됐다고 여겨질 뿐”이라며 “이런 이유로 호아친은 조류 진화사에서 아주 귀하고 특이한 존재”고 언급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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