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르티솔 얼굴(Cortisol Face)’라는 말을 알고 있는가? 스트레스 호르몬의 대표 격으로 꼽히는 코르티솔의 분비 불균형으로 인해 눈이나 볼이 붓는 경우를 가리켜 코르티솔 얼굴이라 한다.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은 본래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눈앞에 닥친 어려움에 대처하는 것을 돕는 역할을 한다. 다만, 이 상태가 만성적으로 지속될 경우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영국 버밍엄 시립대학의 행동 심리학 조교수 타니샤 더글라스 박사가 글로벌 미디어 ‘더 컨버세이션’에 기고한 스트레스 관리 방법 5가지에 관한 글을 소개한다.
작게 시작하고 유지하라
때로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도 버거울 수 있다. 이럴 때 뭔가 크게 바꾸려 하면, 생각만으로도 엄두가 나지 않아 움직일 수 없게 될 수 있다. 심리학적으로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자 할 때는 ‘작은 발걸음’부터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더글라스 박사는 그야말로 매우 작은 수준의 행동 변화를 예로 든다. 물을 끓이는 동안 5분 정도 스트레칭을 하는 것, 밤 9시 이후 휴대전화를 ‘방해 금지 모드’로 바꿔두는 것, 혹은 아침에 눈을 뜨고 하루를 시작하기 전 심호흡 몇 번을 하는 것 등이 그 예다.
변화를 유도하고자 할 때 핵심은 강도보다 꾸준함이다. 운동으로 근육을 키울 때처럼, 스트레스로부터 회복하는 능력도 꾸준하고 관리할 수 있는 노력을 필요로 한다. 작은 시작으로 성과를 얻으면 자아효능감이 생겨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측정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라
“스트레스를 덜 받고 싶다”라는 것은 좋은 목표다. 코르티솔 얼굴을 해소하기 위한 근본적 방법이기도 하다. 문제는 ‘모호’하다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는 것을, 혹은 덜 받았다는 것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스마트 기기의 스트레스 지수 측정 기능을 활용할 수도 있지만, 이 또한 애매모호하기는 마찬가지다.
그 대신 “월, 수, 금 저녁을 먹고 나서 20분씩 산책을 한다”라는 목표, 혹은 “이번 주는 잠들기 한 시간 전부터 모든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라는 목표를 세워보자. 명확하고 구체적인, 그리고 실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정기적인 셀프 점검
스트레스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그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상황에 따른 대처법은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을 때, 혹은 연인과의 이별을 경험했을 때 등 특정 상황에 효과적이었던 어떤 방법이, 다른 상황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더글라스 박사는 바로 이런 이유로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재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답은 자기자신이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 무엇이 도움이 됐는가? 혹은 무엇이 귀찮게 느껴졌는가? 코르티솔 얼굴이 나타났던 시기와 그 앞뒤 상황을 떠올릴 수 있다면 더욱 도움이 된다.
일기를 쓰는 것도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반드시 써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단 몇 분이라도 스스로를 솔직하게 되돌아보는 것이다. 깊게 들여다보면 자신의 일상을 어떻게 바꾸면 좋을지 알 수 있다. 더글라스 교수는 이를 ‘마음을 위한 감정 관리’라고 생각하라고 조언한다.

‘기본’을 가볍게 여기지 말 것
건강한 삶의 기본 요소는 언제나 비슷하다. 규칙적인 운동, 숙면, 영양가 있는 식단, 그리고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 등이다. 이들 모두는 스트레스를 완화해주는 ‘입증된’ 요소들이다. 그만큼 효과적이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가장 간과되는 경향이 있다.
기본을 갖추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완벽함이 아니라 습관이다. 모든 요소를 빠짐없이 챙기려는 자세보다, 어떻게든 하려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주 5회 헬스장에 가거나 매번 영양소 함량을 완벽히 갖춘 요리를 준비하려 집착하다 보면 코르티솔 얼굴의 해소는 오히려 멀어질 수 있다. 완벽에 대한 집착 자체가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짧은 산책을 다녀오거나, 조금이라도 더 나은 식사가 되도록 무언가를 보충하거나, SNS와 쇼츠 영상을 보는 대신 친구에게 연락을 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이런 작은 변화만으로도 신경계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기본적인 습관을 조금씩 개선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큰 변화로 돌아올 것이다.
‘자신에게 하는 말’을 길들여라
스트레스는 보통 외부에서 오는 경우가 많지만, 어떤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하는 말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 “넌 뒤처지고 있어”라든지 “넌 이 일을 감당할 수 없을 거야”라는 식의 부정적인 목소리다. 더글라스 박사에 따르면, 만약 이런 생각을 습관처럼 하고 있다면, 어떤 ‘왜곡된 믿음’ 때문일 수 있다.
이런 부정적인 사고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에게는 ‘인지행동치료(CBT)’가 권장된다. 부정적인 생각의 패턴을 발견하고 개선안을 제공할 수 있는 실용적 방법이다. “무엇을 하든 엉망이 되기 일쑤”라는 생각이 든다면, 잠시 멈추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정말 그런가? 엉망이 된다는 근거가 있는가? 대부분의 경우 아닐 가능성이 높다.
물론, 부정적인 생각을 바꾼다고 해서 스트레스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견뎌내는 방식은 바뀔 수 있다는 것이 더글라스 박사의 설명이다. 스트레스는 삶의 자연스러운 부분이다. 하지만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생긴다. 스트레스의 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잘 활용하기 위한 작은 조치를 함으로써, 우리는 더 나은 상태가 되도록 스스로를 길들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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