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문을 통해 방부제를 집어넣은 것으로 생각되는 특이한 미라가 중부 유럽에서 발굴됐다. 학계는 지역이나 문화에 따라 시신의 방부 처리가 확연하게 달랐음을 보여주는 귀중한 표본이라고 평가했다. 독일 뮌헨 보겐하우젠 클리닉과 오스트리아 그라츠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국제 학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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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문을 통해 방부제를 집어넣은 것으로 생각되는 특이한 미라가 중부 유럽에서 발굴됐다. 학계는 지역이나 문화에 따라 시신의 방부 처리가 확연하게 달랐음을 보여주는 귀중한 표본이라고 평가했다.
독일 뮌헨 보겐하우젠 클리닉과 오스트리아 그라츠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프런티어 인 메디신(Frontiers in Medicine) 최신호에 이런 내용의 조사 보고서를 게재했다.
흔히 미라 하면 고대 이집트를 떠올린다. 이집트 사람들은 시신 방부 처리의 전문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사람의 사후세계를 믿은 이집트인들은 망자의 부활을 위해 다양한 물질을 이용한 시신 방부 기술을 연마했다.
오스트리아의 18세기 교회에서 발견된 주교 대리의 미라 「사진=피터 호퍼」
오스트리아 북부 오베뢰스터라이주 산크트 토마스 암 블라센슈타인 지역의 교회에서 발굴된 18세기 미라는 학자들도 처음 보는 방법으로 방부 처리됐다. 이집트인들은 망자의 미라로 몸을 정결하게 씻고 뇌와 내장을 모두 꺼낸 뒤 복부에 방부제를 채워 건조했는데, 오스트리아 미라는 이런 수단을 쓰지 않았다.
그라츠대학교 고고학자 피터 호퍼 교수는 “우리가 살펴본 미라는 항문을 통해 건조한 우드칩과 잔가지, 아마포 등을 주입했다”며 “염화아연을 첨가해 배 안쪽 건조를 촉진하는 등 제법 과학적인 방법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산크트 토마스 암 블라센슈인 자치구의 18세기 교회를 그린 작자 미상의 그림 「사진=피터 호퍼」
이어 “미라의 팔다리는 결손이 있었지만 상반신의 보존 상태는 양호하다”며 “아직 학계에 보고된 적이 없는 이런 방부 기술은 오스트리아가 속한 중부 유럽을 중심으로 다른 지역에서 널리 유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연구팀은 비슷한 미라가 유럽에서 더 나오지 않은 것은 이 방법으로 제대로 보존된 미라가 적기 때문이라고 봤다. 고대 이집트의 시신 방부 기술과 비교하면 객관적으로 덜 기술적이라고 연구팀은 판단했다.
미라의 X선 사진 중에서. 항문을 통해 복부를 채운 방부 물질들이 확연하게 보인다. 「사진=피터 호퍼」
미라의 상반신은 보존 상태가 좋아 CT 스캔 등을 통한 신원 특정이 가능했다. 미라는 가톨릭교회 주교 대리 프란츠 크사버(Franz Xaver Sidler von Rosenegg)로, 1780년 45세에 사망했다고 연구팀은 잠정 결론을 내렸다.
피터 호퍼 교수는 “이번 조사에서 18세기 중부 유럽 사람들의 식생활도 들여다볼 수 있었다”며 “프란츠 크사버는 곡물과 동물성 단백질을 포함한 균형 잡힌 식사를 했고, 흡연 때문에 말년에 폐질환에 시달렸다”고 언급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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