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에서는 최근 잠잘 때 입에 테이프를 붙이는 방법(Mouth Taping)이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입 테이핑’이 코골이를 개선하고, 수면의 질을 높여주는 등 여러 효능이 있다는 주장에 근거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해당 제품이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유행은 지났다지만 아직도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최신 동향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입 테이핑’을 하는 이유
입 테이핑은 글자 그대로 입에 의료용 테이프를 붙이는 것이다. 잠자는 동안 무의식 중에 입이 벌어지지 않도록 함으로써, 코로만 숨을 쉬도록 유도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본래 인간의 호흡기 구조상, 코(비강)를 통한 호흡이 입(구강)을 통한 호흡보다 더 자연스럽다. 비강으로 공기를 들이마시게 되면 자연스레 공기가 데워지고 습해지면서 호흡기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 또한, 코털이나 콧속 점막 등을 통해 공기 중의 오염물질이 어느 정도 필터링 되는 효과도 있다.
반면, 구강으로 공기를 들이마시면 충분한 온도와 습도가 갖춰지지 않을 뿐더러, 입 속을 건조하게 만드는 문제가 있다. 구강 호흡으로 인해 입속이 건조해지면, 세균이 증식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 또한, 코로 공기를 들이마실 때에 비해 많은 양의 공기가 한꺼번에 드나들게 된다. 게다가 입에는 코와 같은 필터링 기능이 없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유해물질들이 입 속 점막에 붙을 수 있다.
이러한 이유는 모두 코를 통해 호흡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건강에도 좋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입 테이핑이 트렌드가 되고 있는 이유다.

취지는 좋지만 방법의 문제
취지는 좋다. 문제는 그 방법이 적절한지에 있다. 입을 의도적으로 막는다고 해서, 코로 호흡할 수 있을까? 이를 주제로 과거 몇 건의 연구가 수행된 적이 있었다. 실제 유행을 타고 있는 것은 입에 테이프를 붙이는 방법이지만, 그 본질은 ‘입을 막는 것’에 있으므로 턱끈을 사용해 입 벌림을 방지하는 등의 비슷한 방법을 연구한 사례들도 있었다.
캐나다에 위치한 ‘세인트 조셉스 헬스케어 런던’과 ‘런던 보건과학센터 연구소’는 이 주제에 관한 10건의 연구를 수집하여 메타 분석을 진행했다. 대상이 된 인원은 총 213명이었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10건의 연구 중 2건에서는 입 테이핑을 통해 수면무호흡증에 약간의 개선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나머지 연구들에서는 수면무호흡증 치료는 물론 다른 수면 관련 호흡 장애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근거가 없었다.
오히려 10건 중 4건의 연구에서는 수면 중 심각한 질식 위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시했다. 심각한 수준의 알레르기나 비염, 부비동염 등으로 인해 코 호흡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 인위적으로 입을 막음으로써 전신의 산소 공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내용을 정리해 21일 에 발표했다.
과학적으로 부정확한 방법
이 연구에서 대상으로 한 연구는 10건, 분석 인원은 200여 명이다. 데이터가 매우 적은 편이기 때문에 연구 자체의 신뢰성은 다소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굳이 연구 내용을 근거로 삼지 않더라도, 입을 일부러 막는 행위가 위험할 수 있다는 건 충분히 설명 가능한 일이다.
위에 설명한 증상 외에도, 코를 통한 정상적인 호흡에 지장이 있는 경우는 많다. 선천적으로 비중격(코 안쪽 공간을 둘로 나누는 칸막이 뼈)에 이상이 있거나, 그밖의 다른 이유로 코 호흡이 원활하지 않은 사람은 꽤 흔하다. 알레르기나 편도선, 기관지 등의 문제, 수면 장애 등으로 호흡 관련 문제를 겪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인위적인 입 테이핑이 오히려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만약 특별한 이유 없이 입으로 숨을 쉬는 습관이 든 사람들이라면, 의도적으로 입을 막음으로써 자연스레 코로 숨쉬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설령 그런 사람들이라 해도, 전문의의 진단 하에 체계적인 의료 시스템의 도움을 받는 편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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