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DNA 조각을 이식한 쥐의 뇌가 커지는 놀라운 실험 결과가 나왔다. 학자들은 인간이 커다란 뇌를 갖게 된 비밀이 특정 DNA 조각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미국 듀크대학교 의료센터 신경생물학 연구팀은 이달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이런 내용을 담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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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DNA 조각을 이식한 쥐의 뇌가 커지는 놀라운 실험 결과가 나왔다. 학자들은 인간이 커다란 뇌를 갖게 된 비밀이 특정 DNA 조각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미국 듀크대학교 의료센터 신경생물학 연구팀은 이달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이런 내용을 담은 실험 보고서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DNA 조각 HARE5가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해 뇌신경세포의 근원이 되는 세포 생산을 촉진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인간의 뇌가 크게 진화한 비밀은 많은 학자들의 고민거리였다. 선행 연구에서 인간 가속 영역(human accelerated region, HAR)이라는 미지의 게놈 영역이 관여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듀크대 리우 징 연구원은 “인간의 조상은 600만~700만 년 전 침팬지와 공통 조상으로부터 분기한 것으로 생각되며, 이후 뇌가 3배나 커졌다”며 “HAR은 모든 포유류가 가졌지만 인간의 그것은 분기 이후 급속히 변화하면서 뇌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침팬지와 공통 조상에서 분기한 인간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뇌가 커졌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인간의 뇌 확장과 관련해 많은 학자들이 관심을 가져온 DNA 조각 HARE5에 주목했다. 그 정확한 역할을 알아보기 위해 쥐 실험을 기획했다. 쥐의 경우 이 DNA 단편은 신경세포(뉴런)의 발달이나 성장을 담당하는 Fzd8 유전자의 발현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사람과 침팬지, 쥐의 각 HARE5가 어떤 작용을 하는지 비교했다.
리우 징 연구원은 “HARE5는 뇌 발달 중 활성화되는 신호전달수용체 Frz8의 HAR 전사 증강제”라며 “쥐의 HARE5를 사람의 것으로 대체하자 일반 쥐에 비해 뇌가 최종적으로 6.5%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간의 HARE5가 가장 잘 활성화한 영역은 방사상 아교 세포(radial glial cell)라는 신경줄기세포였다”며 “쥐의 방사상 아교 세포는 인간의 HARE5에 의해 분열과 증식이 촉진되고, 더 많은 신경세포가 만들어져 뇌가 크게 성장했다”고 덧붙였다.
인간이 지성을 갖고 복잡한 학문을 발달시킨 원동력은 다른 동물보다 큰 뇌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인간과 침팬지의 HARE5 비교 과정에서 4가지 유전자 변이의 차이를 발견했다. 인공적으로 만든 뇌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실험에서 침팬지의 HARE5는 인간의 HARE5에 비해 방사상 아교 세포를 만드는 힘이나, 성장시키는 동력이 약한 것이 확인됐다. 게다가 연구팀은 인간 HARE5가 신경줄기세포 성장에 중요한 신호전달 경로를 증폭한다는 사실도 파악했다.
리우 징 연구원은 “뇌가 커짐에 따라 쥐의 인지기능과 기억력까지 향상됐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면서도 “이번 발견은 인간만의 크고 복잡한 뇌가 HARE5라는 유전적 가속 작용 덕분에 발달했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구원은 “우리 실험은 인간 뇌 진화의 비밀을 부분적으로 설명할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조사에서는 인간의 HARE5가 약 3000개 존재하는 다른 인간 가속 영역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해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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