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도 포기했다”…단 100초면 충전 끝? 중국서 실현

(래디언스리포트 신재성 기자) “전기차 충전, 이젠 기다릴 필요 없다?” 테슬라조차 한때 꿈꿨지만 결국 중단했던 ‘배터리 스왑 기술’이 중국에서 현실로 구현됐다. 단 100초 만에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는 이 기술은, 기존 충전 방식의 판도를 뒤흔들며 세계 전기차 산업에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하고 있다.

2025년 5월 25일, 중국 충칭시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교체 시스템을 탑재한 첫 양산 차량인 장안자동차 오샹 520의 1,000대가 현지 택시 사업자에게 공식 인도되며, CATL의 ‘초코-SEB’ 기술이 실전 배치에 들어갔다. 이날은 단지 새로운 차량의 출시일이 아니라,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미래를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날로 기록됐다.

‘초코-SEB(Choco Swapping Electric Block)’는 중국 배터리 대기업 CATL이 개발한 표준형 배터리 교체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전용 스테이션에서 차량 하단의 배터리를 자동으로 분리하고 새 배터리로 교체하는 방식으로, 전체 작업이 단 100초 안에 완료된다. 충전 속도만 비교하면 휘발유 차량 주유보다도 빠르다. 충칭 지역에는 현재까지 총 34개의 교체 스테이션이 설치됐으며, 연내 16개가 추가될 예정이다.

눈에 띄는 점은 이 기술의 ‘확장성’과 ‘범용성’이다. CATL은 창안을 비롯해 GAC, SAIC, FAW, BAIC 등 중국 주요 완성차 업체들과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이로써 다양한 브랜드의 차량이 같은 스테이션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 이는 테슬라가 과거 시도했던 ‘폐쇄형’ 배터리 교환 모델과 대조적이다. 테슬라는 자사만의 배터리 팩 규격과 충전망을 고수한 결과, 해당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실패한 바 있다.

테슬라는 왜 포기했고, 중국은 왜 성공했나

2013년 일론 머스크는 90초 만에 배터리를 교체하는 시연을 선보이며 전기차 충전의 미래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후 테슬라는 이 기술을 주류 전략에서 제외하고 초고속 충전기인 ‘슈퍼차저’ 네트워크에 집중했다.

표준화의 어려움, 막대한 초기 투자, 그리고 제한적인 수요가 결정적인 이유였다.

반면 중국은 이 기술을 단순한 민간 기업의 기술 혁신이 아니라, ‘국가적 전략’으로 끌어올렸다. 정부는 관련 표준을 제정하고 보조금을 지원했으며, 여러 제조사 간의 기술 협업을 이끌어냈다. 배터리 교체 시스템을 에너지 효율, 환경 정책, 전력망 안정화 등 다방면에서 활용 가능한 인프라로 판단하고 육성한 것이다.

특히 상업용 차량 시장을 공략한 전략이 주효했다. 창안 오샹 520의 초기 납품 물량이 택시 사업자에게 집중된 점이 이를 방증한다. 상업용 차량은 충전 시간이 곧 운영 손실로 직결되기에, 빠른 배터리 교체 시스템은 곧바로 수익성과 연결된다.

100초 기술의 의미, 그 이상을 넘다

단 100초 만에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다는 점은 단순한 ‘충전 속도’의 혁신이 아니다. 전기차 소비자들이 가장 크게 느끼는 불편 중 하나인 ‘충전 대기 시간’의 해소, 그리고 배터리 노후화에 대한 부담을 근본적으로 줄여주는 구조적 해법이기도 하다.

또한 배터리 스왑은 BaaS(Battery as a Service) 모델을 본격적으로 상용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소비자는 차량은 구매하되, 배터리는 렌탈 형태로 이용하면서 초기 구매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이 방식은 고가의 배터리 교체 부담에서 벗어나게 해주며, 차량 수명 동안 항상 최적의 배터리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전력망 관리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다. 충전이 아닌 교체 방식은 야간 저부하 시간대에 배터리를 충전해 두고 낮에는 교체만 수행함으로써 전력 피크를 분산시킬 수 있다. 이는 에너지 정책 및 인프라 부담 경감에도 기여할 수 있다.

중국식 혁신, 세계 시장 재편할까

현재 중국에서 추진 중인 배터리 교체 시스템은 향후 동남아시아, 중동, 인도 등 충전 인프라 구축이 어려운 국가들에 수출될 가능성도 높다. 이미 CATL은 2025년까지 중국 내 1,000개 스테이션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수만 대의 차량이 이 시스템을 채택하게 될 전망이다.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전략은 ‘초고속 충전’이지만, 중국은 ‘초고속 교체’로 접근하고 있다. 전자는 고급 기술 중심, 후자는 시스템 기반 대중화 전략으로 구분할 수 있다. 결국 어떤 전략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잡을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적어도 중국의 현재는 한때 테슬라가 그렸던 미래를 눈앞의 현실로 바꾸고 있다는 점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다.

기사 요약

테슬라가 포기한 배터리 교체 기술, 중국이 상용화

CATL, 100초 교체 가능한 ‘초코-SEB’ 시스템 배치

창안 오샹 520, 첫 상용차로 택시 시장에 진입

정부 주도 표준화 및 제조사 협업 통해 생태계 구축

BaaS 모델로 전기차 구매 진입 장벽 낮춤

전력망 효율성 개선과 상업용 차량 생산성 향상

중국의 시스템 중심 전략, 세계 시장에 영향 미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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