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싫어하는 지루함이 사실 뇌와 정신건강에는 이롭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신적 자극이 줄어 집중력이 흩어지는 따분함이 건강에 좋다는 뜻밖의 주장에 학계가 주목했다. 호주 선샤인코스트대학교 연구팀은 28일 낸 조사 보고서에서 인간의 보편적 체험인 지루함은 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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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싫어하는 지루함이 사실 뇌와 정신건강에는 이롭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신적 자극이 줄어 집중력이 흩어지는 따분함이 건강에 좋다는 뜻밖의 주장에 학계가 주목했다.
호주 선샤인코스트대학교 연구팀은 28일 낸 조사 보고서에서 인간의 보편적 체험인 지루함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며, 오히려 지친 뇌에 쉴 시간을 주고 창의성을 자극한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인간이 따분함을 느낄 때 뇌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조사했다. 피실험자 몇 명을 모은 뒤 재미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영화를 보여주고 뇌의 각 영역이 어떻게 활동하는지 살펴봤다.
선샤인코스트대 소아정신과 전문가 미셸 케네디 박사는 “피실험자 대부분 영화 첫머리까지는 잘 집중했다. 뇌의 주의 네트워크가 활발해지면서 영화의 자극을 우선시하고, 영화와 무관한 정보를 배제해 집중했기 때문”이라며 “생각보다 영화가 재미없자 점점 주의 네트워크 활동이 약해져 집중력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지루함은 뇌가 쉴 시간을 줘 결과적으로 정신건강에 좋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이어 “피실험자의 뇌는 영화에 무리하게 몰입하려고 노력한 결과 집중·판단·계획에 관여하는 전두 두정부의 실행 기능 네트워크 활동량이 떨어졌다”며 “다만 멍할 때나 주의가 내면으로 향할 때 활기를 띠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활발해졌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일련의 과정을 거쳐 뇌는 감정 처리를 담당하는 영역이 활성화됐다. 편도체는 지루함에 따른 부정적인 감정을 우선 처리하고 복내측 전두전야가 보다 자극적인 활동을 찾도록 독려했다. 감각이나 감정 처리를 담당하는 섬피질 역시 지루함을 감지해 활동량이 늘었다.
미셸 케네디 박사는 “바쁜 현대인은 짧은 여유가 주어지더라도 가만있지 못하고 쓸데없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몸을 혹사한다”며 “이처럼 끊임없이 자극을 받는 상태는 자율신경계, 특히 교감신경에 큰 부담을 준다”고 지적했다.
자극에 길들여진 현대인은 쉴 틈이 생겨도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사진=인공지능(SORA) 생성 이미지」
이어 “투쟁·도주 반응을 담당하는 교감신경은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해 존재하지만 현대인처럼 항상 자극에 노출되면 쉽게 지치기 마련”이라며 “뇌 신경계가 강제로 항상 각성하면 교감신경이 리셋되지 않아 불안감을 느끼기 쉽다”고 언급했다.
연구팀은 지루함이 바쁜 현대인에게 잠시 교감신경을 리셋할 기회를 주며, 이런 과정을 통해 뇌가 주의력을 회복해 제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따분함은 창의성과 감정 조절 능력을 높이므로 마냥 나쁘게 볼 필요가 없다고 역설했다.
미셸 케네디 박사는 “다소의 지루함은 창조성을 높이고 생각을 정리하며 사고의 자립성도 키워준다”며 “따분하다고 느낄 때 스마트폰을 만지기보다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고 감정을 다스려 보라”고 조언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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