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12월, 미국 텍사스 대학교의 오스틴 캠퍼스 연구팀이 두피에 그릴 수 있는 ‘전자 문신(e-타투)’ 기술을 제시한 적이 있다. 동일한 연구팀이 이번에는 얼굴 부위에 부착할 수 있는 무선 센서를 개발했다. 기존에 선보인 기술에 비해 한 단계 더 나아간 결과다. 이번 성과는 오픈 액세스 저널 「디바이스(Device)」에 게재됐다.
이마에 부착할 수 있는 e-타투
우선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을 바로잡아야겠다. e-타투라는 명칭 때문에 ‘얼굴에 문신을 새긴다’라고 인식할 수 있다. 하지만 정확히는 다르다. 그리고 이번에 발표한 얼굴 전자문신의 경우, 간단하게 뗐다 붙일 수 있는 스티커형 센서 방식이다.
이는 지난 12월 소개됐던 두피 전자문신보다도 개선된 방식이다. ‘뇌파(EEG) 캡’이라 불리는 기존 두피 전자문신은 액체 성분의 잉크를 사용해 두피 표면에 ‘인쇄’하는 방식이었다. 액체 성분이라고 하지만 점성이 있는 젤 느낌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피부에 닿는 느낌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나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측정한 정보 전달을 위해서는 전극 부분과 연결된 와이어(선)를 두피에서 목 언저리까지 인쇄해야 하며, 그 끝은 결국 전선과 연결해야 한다. 기존의 EEG 측정 방식에 비해서는 간편한 것이 사실이지만, 근본적인 불편함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텍사스 대학 오스틴 캠퍼스의 난슈 루(Nanshu Lu) 박사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선 기반의 부착식 무선 e-타투를 개발했다. 초경량의 배터리팩과 얇은 스티커형 센서를 통해 피부에 밀착시킬 수 있는 형태다. 피부 표면의 미세한 굴곡에도 영향을 받지 않도록 개인화된 형태로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부착식 무선 e-타투의 활용
연구팀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에 개발된 부착식 무선 e타투는 이마 부위에 부착해서 사용할 수 있다. 이마에 부착하게 되면 뇌에서 발생하는 전기적 신호와 안구 움직임을 분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정신적인 과부하가 발생하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점진적으로 난이도가 높아지는 기억력 테스트를 설계했다. 6명의 참가자를 모집해 무선 e-타투를 부착한 상태에서 테스트를 진행하도록 했다. 난이도가 높아짐에 따라 참가자들의 세타파와 델타파 활동이 증가하고, 알파파와 베타파 활동이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타파(Theta wave)는 약 4~8Hz의 대역폭을 가지며, 졸거나 명상을 할 때, 혹은 특정 인지 과제를 수행할 때 나타난다. 델타파(Delta wave)는 약 0.5~4Hz의 대역폭을 갖는 뇌파로, 보통은 깊은 수면 상태에서 나타나는 ‘서파(Slow wave)’에 해당하지만 극심한 인지적 노력을 필요로 할 때도 나타날 수 있다. 즉, 이 둘이 증가한다는 것은 뇌가 과도한 정보 처리를 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지표로 볼 수 있다.
반면, 알파파(Alpha wave)는 약 8~13Hz의 대역폭을 갖는 뇌파로, 편안하고 이완됐지만 정신은 또렷하게 깨어있는 상태에서 나타난다. 가만히 앉아 눈을 감고 쉬고 있을 때가 대표적이다. 베타파(Beta wave)는 13~30Hz의 대역폭을 가지며, 문제 해결을 위한 집중, 경계와 같은 능동적 활동과 관련된다. 하지만 이들은 정신적으로 과부하 상태가 되면 오히려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뇌파 기반의 AI 모델
위 결과를 종합하면, 부착식 무선 e-타투를 통한 뇌파 측정은 상당히 정확도가 높으며, 기존의 연구 결과와도 부합한다. 연구팀은 여기에 더해 측정한 뇌파를 토대로 정신적 과부하 수준을 추정할 수 있는 AI 모델을 선보였다. e-타투를 부착한 사람이 현재 정신적으로 과부하 상태에 있는지, 과부하 상태가 될 위험이 있는지 등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도 장점이다. EEG 측정에 필요한 기존 장비는 통상 1만5천 달러(약 2천만 원)에 해당하는 고가다. 이에 비해 e-타투는 배터리를 포함해 200달러(약 28만 원), 1회용으로 쓰이는 센서는 약 20달러(약 2만8천 원)다. 여전히 부담없는 수준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뇌파 측정 및 상태 분석’이라는 기능을 고려하면 한결 완화된 금액 수준이다.
다만, 부착식 무선 e-타투는 기존 부착식 기술과 동일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바로 털이 없는 부위에만 부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확한 뇌파 측정을 위해서는 머리에 센서를 부착해야 하는데, 머리카락이 있는 상태에서는 부착식 무선 e-타투를 사용할 수 없다.
이에 연구팀은 기존에 선보였던 액체 잉크 e-타투 기술의 장점과 결합하는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액체 잉크를 사용해 인쇄하는 e-타투를 무선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더욱 포괄적인 뇌파 측정을 할 수 있게 된다. AI 기반의 소프트웨어와 페어링할 경우 가정에서도 자신의 뇌파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이는 정신 노동을 주로 하는 전문직은 물론,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모든 현대인들에게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뇌파 상태 및 변화 추이가 의미하는 바를 교육하는 프로그램이 동반된다면, 개인이 스스로의 정신건강을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도 개발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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