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억제는커녕 자랑이 됐다… 유명무실한 고가차 규제

래디언스리포트 조회수  

[사진 = 벤틀리]
벤틀리 컨티넨탈 [사진 = 벤틀리]

(래디언스리포트 신재성 기자) 2024년 1월, 정부는 고가 법인차의 사적 유용과 탈세를 막기 위해 새로운 번호판 제도를 도입했다. 차량 가격이 8천만 원 이상이거나 2,000cc 이상인 법인 승용차에 녹색 번호판 부착을 의무화한 것이다. 당시에는 제도가 고가차량 구매를 억제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시행 1년 반이 지난 현재, 시장의 반응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녹색 번호판이 단순한 ‘규제 장치’를 넘어 오히려 ‘과시의 상징’이자 ‘특별함’으로 인식되며 법인 고가차량 판매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2025년 6월 6일 기준, 수입차 업계 및 중고차 시장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 이 같은 현상이 일회성 반응이 아니라 구조적인 소비 심리 변화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책의 목적과 결과가 어긋난 대표적인 ‘규제 역설’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 = 벤틀리]
람보르기니 [편집 = 래디언스리포트]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의 2024년 5월 자료에 따르면, 수입차 중 법인 구매 비중은 전년 동기 대비 23.4% 증가한 9,721대를 기록했다. 전체 수입차 판매에서 법인 구매가 차지하는 비율도 32.5%에서 34.5%로 상승했다. 특히 1억 원 이상 고가 법인차 판매는 2024년 1~4월 기준 전년 대비 22.3% 늘어난 1만 2,221대로 집계되며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시장 반응은 소비자 인식 변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초창기에는 녹색 번호판이 부담스럽다는 인식이 컸으나, 시간이 지나며 이를 ‘법인 명의 고급차’라는 특별한 신분의 상징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일부 소비자들은 녹색 번호판이 “더 세련돼 보인다”는 이유로 기피보다 오히려 선호하는 경향도 보인다.

이에 발맞춰 수입차 브랜드들도 빠르게 움직였다. 포르쉐, 벤틀리, 마세라티 등 1억 원 이상의 모델을 다수 출시하며 고가 법인차 시장을 공략했고, 이는 고급차 시장이 단기 규제로는 위축되지 않음을 보여줬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오히려 녹색 번호판 덕분에 고가 모델에 대한 차별화 마케팅이 쉬워졌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사진 = 벤틀리]
연두색 번호판 초기 반응 [사진 = SBS]

녹색 번호판, 중고차 시장엔 ‘무풍지대’?

초기에는 녹색 번호판이 중고차 시장에서 ‘불리한 조건’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실제로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가 수입차나 초고가 브랜드의 경우, 번호판 색상보다는 차량의 연식, 상태, 희소성 등이 중고차 가격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람보르기니, 벤틀리, 롤스로이스 등 초고가 모델은 녹색 번호판이라 해도 수요가 꾸준하며, 실제 거래에서도 큰 감가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이들은 대부분 리스나 장기 렌트 형태로 운용되기 때문에, 중고차 거래보다는 ‘승계 거래’ 형태로 이동한다. 이 경우에도 번호판 색상보다 납입 조건이나 계약 기간, 잔존 가치가 거래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준고가 차량(8천만 원~1억 5천만 원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인기 차종들은 중고차 시장에서 번호판 색깔로 가격이 차별화되는 일은 거의 없다. 구매자들은 차량 상태나 브랜드 가치, 연식 등을 우선 고려하기 때문이다.

[사진 = 벤틀리]
제네시스 법인 차량 연두색 번호판 [사진 = 보배드림]

정책의 역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정책은 제도의 설계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당초 ‘사적 유용 억제’와 ‘사회적 감시’를 목표로 했던 녹색 번호판은 결과적으로 일부 소비자에게는 ‘명확한 부의 증표’가 됐다. 이는 단순한 시각적 장치로는 소비 심리를 통제하기 어렵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녹색 번호판 제도를 보완하거나 대체할 실질적인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예컨대, 주행 기록 시스템 도입이나 사적 이용 적발 시의 강력한 과태료 부과 등 직접적인 처벌 수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현재까지 녹색 번호판 제도에 대해 뚜렷한 개선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시장과 소비자의 반응이 제도의 목적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제도 전면 재검토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책과 심리, 그 간극에 서다

녹색 번호판 사례는 단순한 번호판 색깔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소비자 심리, 브랜드 마케팅, 중고차 시장 반응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규제를 설계할 때 그 규제가 작동할 시장 구조와 심리를 정밀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정교한 접근이다. 제도를 시행하는 목적이 ‘탈세 방지’라면, 과시 효과를 차단할 수 있는 실질적 조치가 병행되어야 한다. 단순한 외형적 낙인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행정 감시 체계와 강력한 행위 규제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php echo do_shortcode('[yarpp]'); ?>

관련 기사

author-img
래디언스리포트
CP-2025-0024@fastviewkorea.com

[AI 추천] 랭킹 뉴스

  • "사업 폭망하고 모아둔 80억 사기 당해" 기초 생활 수급자 된 남배우
  • 종영한지 1년 됐는데 세계적으로 흥행하고 일본서 리메이크된 韓 작품
  • 봉준호 감독이 이례적으로 극찬한 톱스타 한명없는 신작 드라마
  • "결혼 전에 시집살이 시키는 시누이 때문에" 시어머니 앞에서 대판 싸우고 나왔다는 여배우
  • "전 남편과 유학 간 쌍둥이 아들 보고 싶어서" 매일 밤마다 울었다 여자 배우
  • 연예인 최초로 문체부 장관 추천 받았는데 심지어 대통령도 가능하다는 유명 개그맨

당신을 위한 인기글

  • 입안을 깨우는 상큼함, 기분 전환에 딱 좋은 새콤한 맛집 5
    입안을 깨우는 상큼함, 기분 전환에 딱 좋은 새콤한 맛집 5
  • 부드럽고 담백한 한 점의 위로, 정성 가득 수육 맛집 5선
    부드럽고 담백한 한 점의 위로, 정성 가득 수육 맛집 5선
  • 고기 그 자체의 풍미,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한우 맛집 5
    고기 그 자체의 풍미,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한우 맛집 5
  • 투박한 매력 속 깊은 풍미, 전통의 맛을 지키는 순대 맛집 5
    투박한 매력 속 깊은 풍미, 전통의 맛을 지키는 순대 맛집 5
  • 한국인 하루 11명을 사망하게 만든다는 무서운 ‘이것’…대책시급
    한국인 하루 11명을 사망하게 만든다는 무서운 ‘이것’…대책시급
  • 곧 19억 인구가 먹게 된다는 한국인들의 국민음식
    곧 19억 인구가 먹게 된다는 한국인들의 국민음식
  • 한국산 다시 안쓸것처럼 말하더니…결국 다시 한국산 쓰는 ‘이 나라’
    한국산 다시 안쓸것처럼 말하더니…결국 다시 한국산 쓰는 ‘이 나라’
  • 사망자로 부터 기증 받아…美 할리우드 스타들의 독특한 동안 유지 비법
    사망자로 부터 기증 받아…美 할리우드 스타들의 독특한 동안 유지 비법

당신을 위한 인기글

  • 입안을 깨우는 상큼함, 기분 전환에 딱 좋은 새콤한 맛집 5
    입안을 깨우는 상큼함, 기분 전환에 딱 좋은 새콤한 맛집 5
  • 부드럽고 담백한 한 점의 위로, 정성 가득 수육 맛집 5선
    부드럽고 담백한 한 점의 위로, 정성 가득 수육 맛집 5선
  • 고기 그 자체의 풍미,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한우 맛집 5
    고기 그 자체의 풍미,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한우 맛집 5
  • 투박한 매력 속 깊은 풍미, 전통의 맛을 지키는 순대 맛집 5
    투박한 매력 속 깊은 풍미, 전통의 맛을 지키는 순대 맛집 5
  • 한국인 하루 11명을 사망하게 만든다는 무서운 ‘이것’…대책시급
    한국인 하루 11명을 사망하게 만든다는 무서운 ‘이것’…대책시급
  • 곧 19억 인구가 먹게 된다는 한국인들의 국민음식
    곧 19억 인구가 먹게 된다는 한국인들의 국민음식
  • 한국산 다시 안쓸것처럼 말하더니…결국 다시 한국산 쓰는 ‘이 나라’
    한국산 다시 안쓸것처럼 말하더니…결국 다시 한국산 쓰는 ‘이 나라’
  • 사망자로 부터 기증 받아…美 할리우드 스타들의 독특한 동안 유지 비법
    사망자로 부터 기증 받아…美 할리우드 스타들의 독특한 동안 유지 비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