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전기차 무덤’ 떠다닌다… 화마에 갇힌 3천 대, 도대체 얼마야?

래디언스리포트 2025.06.10 조회수

(래디언스리포트 정서진 기자) 6월 3일 밤, 북태평양 해상에서 심상치 않은 연기 신호가 포착됐다. 차량 운반선 ‘모닝 미다스(Morning Midas)’호에서 발생한 이 화재는 단순한 사고를 넘어, 해운업계와 전기차 산업에 동시에 경고를 던지고 있다. 이 거대한 선박에는 신차 3,048대가 실려 있었고, 그중에는 고가의 전기차 70대와 하이브리드 681대도 포함되어 있었다.

미국 해안경비대(USCG)는 이번 사고가 알래스카 아닥(Adak)에서 남쪽으로 약 490km 떨어진 해상에서 발생했으며, 선박은 현재도 화염과 연기에 휩싸여 표류 중이라고 밝혔다. 전기차가 적재된 구역에서 최초로 연기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돼,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모닝 미다스호 화재, 전기차에서 발화했을 가능성 제기 [사진 = 미국 해안 경비대]

“전기차, 바다에서 가장 위험한 짐?”

선박을 운영하는 영국 조디악 마리타임(Zodiac Maritime)은 로이드 리스트를 통해 “화재 직후 선내 이산화탄소 소화 시스템을 가동했지만, 진화에 실패했고 선원 전원은 인근 선박 코스코 헬라스(Cosco Hellas)의 도움으로 안전하게 대피했다”고 설명했다.

조디악 마리타임과 미국 해안경비대에 따르면, 선박에는 총 3,048대의 차량이 실려 있었으며 이 중 70대는 순수 전기차, 681대는 하이브리드 모델이었다. 또한 약 350톤의 액화가스와 1,530톤의 초저유황 연료유(VLSFO)도 함께 적재돼 있어, 화재 확산과 환경 오염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열폭주(Thermal Runaway)’ 현상을 화재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하고 있다. 국제소방협회(IAFF) 소속 화재안전 책임자인 숀 디크레인(Sean DeCrane)은 “이산화탄소 계통의 소화 방식은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에 비효율적이며, 배터리 셀이 다시 점화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사라진 3천 대… 피해액은 과연 얼마일까?

조디악 마리타임은 현재 미국 해안경비대 및 민간 해양 구난업체 리졸브 마린(Resolve Marine)과 협력해 구난 작전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선미가 눈에 띄게 가라앉고 있으며, 선체 외부에는 손상 흔적과 기름띠가 확인되고 있어 침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차량 회수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으며, 화물 대부분이 폐기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정확한 피해액은 조사 중이지만, 외신 카스쿱스(Carscoops) 및 로드앤트랙(Road & Track) 등 복수 보도에 따르면 단순 계산만으로도 수천억 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을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전기차 한 대당 최소 1억 원이라면 전기차 70대만으로도 70억 원, 하이브리드 및 기타 차량 포함 시 피해액은 최대 3천억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2022년 대서양에서 발생한 ‘펠리시티 에이스(Felicity Ace)’호 화재 사례를 떠올리게 하는 이번 사고는, 단지 경제적 손실만의 문제가 아니다. 당시 폭스바겐 그룹은 약 4,000대의 고급차를 잃고 1억 5,500만 달러(약 2,100억 원)를 보험사에 청구했으며, 람보르기니는 단종 모델 아벤타도르의 생산을 재개하기도 했다.

보험, 환경, 해운업계가 모두 긴장한 이유

이번 사고는 단순한 해상 사고가 아닌, 해운업계 전체에 대한 시스템적 질문을 던진다. 해상에서의 전기차 화재는 일반 차량과는 차원이 다르다. 알리안츠 커머셜의 ‘2025 해운 및 안전 보고서’에 따르면, 해상 화재 사고는 10년 내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특히 전기차 운송에 대한 대응책 부재가 주요 문제로 지적된다.

또한, 사고 해역 인근 해양 환경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해안경비대는 기름띠를 확인하고 환경 피해 최소화를 위해 긴급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추가 화재 진압 장비와 해양 예인선이 6월 9일 도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