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년 전 레시피 그대로 만든 튀르키예의 빵이 입소문을 타고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선인들이 개발한 고대 빵 제조법이 현대에 부활한 점에서 많은 관심이 모였다. 화제의 빵은 지난해 9월 튀르키예 중부 고대 유적 쿨루오바와 깊은 관련이 있다. 이곳에서는 지
sputnik.kr
5000년 전 레시피 그대로 만든 튀르키예의 빵이 입소문을 타고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선인들이 개발한 고대 빵 제조법이 현대에 부활한 점에서 많은 관심이 모였다.
화제의 빵은 지난해 9월 튀르키예 중부 고대 유적 쿨루오바와 깊은 관련이 있다. 이곳에서는 지름 13㎝의 팬케이크를 닮은 고대 빵이 나와 고고학자들을 놀라게 했다. 가옥의 문턱 아래 부드러운 흙에 파묻힌 이 빵은 기원전 3300년 무렵 청동기시대 초기에 구운 것으로 확인됐다.
유적 발굴에 참여한 고고학자 무라트 투르크테키 박사는 “아주 오래된 빵이 멀쩡하게 남은 데 많은 학자들이 흥분했다. 특별한 고대 빵을 재현하자는 제안이 나왔다”며 “유적이 속한 에스키세히르 시장까지 나서면서 베이커리 전문가들이 고대 제조법 재현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2024년 9월 튀르키예 청동기시대 유적에서 발굴된 빵. 보존 상태가 양호했다. 「사진=무라트 투르크테키」
박사는 “세계 각지에서 보고된 고대 빵은 기껏해야 부스러기 정도로, 이처럼 원형을 유지한 것은 극히 드물다”며 “고대인이 풍요의 의식에 사용한 것으로 생각되는 이 빵은 쿨루오바 빵이라는 이름으로 2025년에 새로 태어났다”고 덧붙였다.
고고학·역사학자들과 베이커리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만든 쿨루오바 빵은 5000년 전 사람들이 개발한 레시피를 최대한 따랐다는 점에서 인기 만점이다. 다만 이 빵이 간단히 만들어진 것은 결코 아니다.
5000년 전 고대인이 만든 빵의 레시피를 가능한 따라서 만든 쿨루오바 빵 「사진=무라트 투르크테키」
무라트 박사는 “쿨루오바 빵 프로젝트는 처음에는 고고학적 분석에 의존해 진행됐고, 재현 과정에서 여러 가지 벽에 부딪혔다”며 “고대 빵의 재료가 엠머밀과 렌틸콩인 점은 알아냈지만 천연 효모로 사용한 식물의 잎은 도통 알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엠머밀도 고대에는 널리 사용된 밀의 원종 중 하나지만 현대 튀르키예는 더 이상 재배하지 않아 구하기 어려웠다”며 “베이커리 전문가가 아나톨리아 전역을 돌면서 드문드문 자생하는 고대 엠머밀에 가장 가까운 종을 손에 넣었다”고 돌아봤다.
튀르키예 국영 빵집(할크 에크멕)에서 판매되는 쿨루오바 빵 「사진=무라트 투르크테키」
프로젝트 관계자들은 어렵게 입수한 엠머밀에 불구르(밀을 데치고 말려 빻은 곡류)와 렌틸콩을 섞은 뒤 반죽해 빵을 구워냈다. 쿨루오바 빵의 인기는 엄청나서 개시와 동시에 매진됐다. 개당 약 300g의 쿨루오바 빵은 하루 300개만 생산되며, 개당 50튀르키예 리라(약 1700원)에 판매된다.
무라트 박사는 “쿨루오바 지역은 아주 오래전 수자원이 풍부했지만 지금은 가뭄에 시달려 물이 많이 필요한 작물은 재배가 어렵다”며 “예로부터 존재한 원종에 가까운 밀은 가뭄으로 물이 부족해도 수확이 가능하다. 조상의 지혜를 빌려 후손들도 현재 기후에 맞는 작물을 재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