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암은 별다른 통증 없이 조용히 진행되는 대표적인 침묵의 암이다. 문제는 증상이 나타났을 땐 이미 병기가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하지만 몸은 생각보다 일찍 신호를 보낸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손이다.
손바닥은 체내 대사와 혈류, 호르몬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위 중 하나로, 간 기능 이상이 생기면 여러 방식으로 그 징후를 드러낸다. 특히 간암 초기에는 간접적이고 미묘한 이상이 손에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래 증상 4가지는 그 신호를 설명해주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1. 손바닥이 유난히 붉고 따뜻하다면 ‘간성 홍반’일 수 있다
간 기능이 저하되면 에스트로겐 대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체내에 축적된다. 이로 인해 손바닥 모세혈관이 확장되며 손 전체가 붉게 달아오르는 ‘간성 홍반’이 나타난다. 특징적인 건 손바닥 전체가 아니라 손가락 아래 살집이 많은 부위, 특히 엄지와 소지 쪽에 국한된 붉은 기운이 좌우 대칭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 증상은 단순한 피로가 아닌, 간세포의 손상으로 인한 혈관 조절 기능 이상에서 비롯된다. 특별히 손을 쓴 것도 없고 외부 온도와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따뜻하고 붉다면 간암의 초기 징후로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2. 손톱 위에 하얀 선이 생기거나 전체적으로 창백해진다
건강한 손톱은 약간 분홍빛을 띠고 손끝에서 맑은 반달 모양의 루눌라가 뚜렷하다. 하지만 간 기능이 저하되면 단백질 합성이 떨어지고 혈류량이 감소하면서 손톱이 창백해지고 가로로 흐린 하얀 줄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이를 ‘Muehrcke’s line(뮈어크 선)’이라 부르며 간경변 또는 간암 환자에게서 흔하게 관찰되는 현상이다.
손톱 자체가 갈라지거나 부스러지는 건 단순한 손상일 수 있지만 혈색 변화와 선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는 내장의 이상을 반영하는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예전보다 손톱이 푸석해지고 회복 속도가 느려졌다면 단순한 영양 부족이 아니라 간에서 시작된 대사 문제일 수 있다.

3. 손이 자주 저리고 쥐가 나며 감각이 둔해진다
간 기능이 떨어지면 암모니아 대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체내에 축적된다. 이 물질은 중추신경계를 자극할 뿐 아니라 말초신경에도 영향을 주는데, 그 결과로 손끝 감각 저하, 따끔거림, 심지어 밤에 손에 쥐가 나는 증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 일반적인 수족냉증과 달리 이런 감각 이상은 온도 변화와 무관하게 지속되며, 손 전체가 무겁거나 힘이 빠지는 느낌이 동반되기도 한다.
특히 양쪽 손에 대칭적으로 발생하는 경우 간 대사물질의 축적 가능성을 의심해볼 수 있다. 단순한 혈액순환 문제가 아니라면 간 기능 정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4. 손등 혈관이 유난히 튀어나오고 색이 푸르스름하게 변한다
간 기능이 악화되면 문맥압이 상승하게 되고, 이는 간 주변 정맥뿐 아니라 말초 혈관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손등의 혈관이 평소보다 두드러지게 튀어나오고 피부색이 푸르스름하게 변한다면 이는 간의 혈류 흐름에 이상이 생겼다는 간접적인 신호일 수 있다.
혈관이 팽창되어 보이는 것은 단순한 체지방 감소 때문이 아니라 정맥 내 압력 증가에 따른 구조적 변화다. 이는 장기적으로 복수나 식도정맥류와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한 미용 변화로 넘겨서는 안 된다. 평소보다 혈관이 더 선명하게 부풀고 통증 없이 오래 유지된다면 간 질환을 우선적으로 의심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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