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평범한 루프박스인 줄? 알고 보니 이것 쏘는 크로스오버 SUV였다

(래디언스리포트 신재성 기자) 처음엔 그냥 클래식한 크로스오버 SUV인 줄 알았다. 그런데 루프박스가 열리자, 놀라운 장면이 펼쳐졌다. 르노의 새 컨셉카가 ‘이것’을 하늘로 쏘아 올린 순간, 단순한 자동차가 아니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2025년 6월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비바테크 2025(VivaTech 2025)’에서 르노는 최신 전기차 컨셉 모델 ‘비전 4레스큐(Vision 4Rescue)’를 공개했다. 이 차량은 르노 4 E-Tech를 기반으로 한 전기 크로스오버 SUV이며, 드론 발사 기능과 실시간 통신·지휘 능력을 갖춘 이동형 구조 지휘차량으로 설계됐다.

르노 그룹은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프랑스 소방당국 3곳과 소프트웨어 레퍼블릭(Software République) 컨소시엄의 기술 파트너 13개사와 협업해 실전 대응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현했다고 밝혔다.

이 컨셉 차량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바로 루프박스에서 발사되는 드론이다. 겉보기에 평범한 지붕 수납함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고성능 장거리 감시 드론(Thales)과 단거리 정찰 드론(Parrot)을 내장한 발사 플랫폼이다.

이 드론들은 화재, 지진, 홍수 같은 재난 현장을 실시간으로 관측하고, AI 기반 분석 시스템을 통해 화재 확산 예측이나 기상 정보 해석도 가능하다.

차량 내부는 말 그대로 ‘움직이는 작전 본부’다. 트렁크 공간은 두 개의 층으로 나뉘어 있으며, 상단은 듀얼 모니터와 키보드가 장착된 슬라이드형 작업대로 구성돼 있어 드론 영상 분석, 현장 지휘, 통신 중계가 가능하다. 하단에는 헬멧, 태블릿, 무전기 등 구조 장비 전용 수납칸이 마련돼 있어 실제 출동 상황을 고려한 설계가 돋보인다.

디자인에도 ‘현장감’이 녹아 있다

차량 외부는 붉은 색과 형광 그래픽이 어우러진 구조 특유의 경고 시각 효과를 구현했다. 루프에는 파란색 LED 조명이 달려 있어 야간이나 재난 상황에서도 높은 시인성을 제공한다. 범퍼는 3D 프린터로 제작된 충격 흡수형 버퍼로 설계됐으며, 프랑스 소방차 사이렌에서 착안한 ‘PinPon’ 패턴이 삽입됐다.

실내 좌석은 폐소방복을 재활용한 폼 소재로 제작돼 친환경적이며, 대시보드에는 프랑스 구조대의 통신 문구인 “Je te reçois 4 sur 4(잘 들립니다)”가 금속 바 형태로 새겨져 있다.

이처럼 실제 구조 현장의 언어와 물성을 그대로 반영한 점은, 이 차량이 단순한 쇼카를 넘어 실전용 프로토타입에 가깝다는 방증이다.

재난 대응을 위한 ‘이동형 통합 플랫폼’

비전 4레스큐의 진짜 강점은 차량 하나에 집약된 통합 구조 생태계다. 소프트웨어 레퍼블릭의 기술로 구현된 이 시스템은 차량이 도시 인프라(V2X)와 직접 연결되어, 디지털 광고판이나 교통 신호체계를 통해 시민들에게 대피 경로를 안내하거나 경고 메시지를 송출할 수 있다.

통신이 끊긴 산간 지역이나 지하 시설에서도 루프에 탑재된 5G, 위성, Wi-Fi 메쉬 시스템을 통해 구조대가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실제 구조 상황에서 시간을 단축하고 대응 효율을 높이는 데 최적화돼 있다.

오프로드 대응 능력도 완비

Vision 4Rescue는 기존 르노 4 E-Tech 대비 15mm 높아진 차체와 듀얼 모터 기반 사륜 구동 시스템, 전천후 컨티넨탈 오프로드 타이어를 탑재했다.

이는 산불, 산사태, 홍수 등 다양한 자연 재해 현장에서도 신속한 접근을 가능하게 만든다. 르노 측은 이 시스템이 약 1kW의 에너지만으로 구동되어 전체 주행 가능 거리인 약 500km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기술을 넘어, 구조 현장의 ‘실제 변화’를 꿈꾸다

이번 컨셉카는 당장 양산이 예정된 모델은 아니지만, 르노와 파트너사들은 이를 통해 미래 비상 대응 시스템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르노의 컨셉카 디자인 책임자인 산디프 밤브라(Sandeep Bhambra)는 “이 차량은 화려한 기술 쇼가 아니라, 실제 임무 수행에 뿌리를 둔 도구”라며 “현장 중심의 현실적인 접근을 바탕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전역에서는 기후 변화로 인한 자연 재해 발생 빈도가 급증하고 있다. 르노의 Vision 4Rescue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자동차가 사회적 역할을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며,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서는 미래를 향한 첫걸음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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