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토콘드리아’는 대부분의 세포 안에 존재하는 소기관으로, 세포마다 여러 개가 존재한다. 이들은 세포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 생성을 비롯해 세포의 호흡, 대사 조절 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뇌 신경세포(뉴런)의 경우, 다른 세포에 회복이 까다롭기 때문에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 저하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뇌 신경세포의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는 곧 세포 손상을 의미한다. 이는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의 기본 메커니즘이다.
파킨슨병은 운동기능을 조절하는 뇌 신경세포가 퇴행하는 질환이다. 여타의 신경퇴행성 질환이 그렇듯, 파킨슨병 역시 발병 후 진행되는 퇴행을 멈출 수는 없다. 따라서 뇌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유지를 중요하게 봐야 한다.
플로리다 인터내셔널 대학의 연구진은 십수 년간 파킨슨병을 연구해왔다. 이들은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미토콘드리아의 역할에 중점을 두고 연구 및 조사를 진행해왔다. 글로벌 미디어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게재된 이들의 연구 내용을 재구성하여 전한다.
미토콘드리아의 역동성과 신경퇴행
미토콘드리아는 기본적으로 매우 역동적이다. 크기와 수, 위치를 지속적으로 변화시키며, 세포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충족시키기 위해 움직인다. 미토콘드리아가 얼마나 활발하게 움직이는지에 따라 해당 세포의 건강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몸 속의 세포는 일종의 ‘공장’과 같다. 원활하게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서로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세포들은 저마다의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어느 한 세포의 미토콘드리아 손상은 자칫 전체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도미노 효과’를 일으킬 수도 있다.
소수의 미토콘드리아에서 발생한 문제가 집합적 기능 장애를 일으킬 수 있고, 나아가 세포 사멸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연구 결과, 미토콘드리아 단위에서 발생한 문제가 파킨슨병을 포함한 신경퇴행성 질환과 연관돼 있음이 알려졌다. 신경퇴행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독성 단백질 등이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수행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미토콘드리아의 역동성이 저하되면 세포 내 청소 및 노폐물 재활용 과정에 문제가 생긴다. 이 과정이 지속되면 세포 내부에는 유해한 덩어리가 형성되며, 독성 단백질이 축적되는 결과를 낳는다.
미토콘드리아의 ‘과도한 분열’도 문제
플로리다 인터내셔널 대학 연구팀은 미토콘드리아의 역동성을 회복할 수 있다면, 신경세포의 기능 장애를 막을 수 있고, 나아가 세포 사멸을 예방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즉, ‘미토콘드리아의 손상된 역동성을 회복할 수 있느냐’가 중점이다.
연구팀은 미토콘드리아 역동성 조절의 핵심인 ‘다이나민 관련 단백질 1(Dynamin-related protein 1, 이하 Drp 1)’에 주목했다. Drp 1은 세포 내에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풍부한 단백질이다. 이들은 미토콘드리아가 활발한 이동성과 기능 수행을 위해 더 작은 크기로 분열할 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토콘드리아는 기본적으로 스스로 분열하며 역동성과 기능성을 유지한다. 하지만 연구팀은 Drp 1의 활동이 지나치게 많을 경우, 미토콘드리아의 과도한 분열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과도한 분열로 인해 ‘조각난(불완전한) 미토콘드리아’가 만들어지고, 오히려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Drp 1 단백질에 주목하다
연구팀은 쥐 실험 등을 통해 파킨슨병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파킨슨병을 유발하는 독성 물질들이 필요 이상의 분열을 유도해 ‘조각난 미토콘드리아’를 만든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독성 단백질이 축적되는 것과 같은 상황을 초래한다.
이에 연구팀은 Drp 1의 작용을 줄이면서 쥐의 움직임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Drp 1의 활동이 줄어들면 미토콘드리아가 정상 기능을 회복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은 최근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Drp 1을 표적으로 할 때의 또다른 유의미한 포인트가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파킨슨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중금속 ‘망간(Mn)’에 신경세포를 노출시켰을 때, 망간이 미토콘드리아 자체보다 세포 내 재활용 시스템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망간은 세포의 시스템을 손상시켜 독성 단백질 축적을 초래했고, 미토콘드리아가 기능 저하를 일으킬 때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Drp 1을 억제하자 손상된 재활용 시스템이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 망간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성 단백질을 정화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Drp 1의 작용을 억제하는 것이 신경세포 퇴행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팀은 그 결과를 국제 학술지 「분자 신경퇴화(Molecular Neurodegeneration)」에 게재했으며, Drp 1을 표적화할 수 있는 물질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일부 승인받았다. 현재는 파킨슨병 치료를 위한 잠재적 물질로 연구 및 실험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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